한국 드라마 이야기/최고의 사랑

최고의 사랑, 한밤의 팬티전쟁과 독고진 무장해제

Shain 2011. 5. 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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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수술 이후 오죽 심장이 걱정되면 집안 경보시스템 비밀번호 조차 정상 심박수인 60, 90으로 맞춰놓을 정도로 예민한 독고진(차승원). 자신의 심장에 무리가 갈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한 채 구애정(공효진)을 자신의 소속사에 들인 그는 애정과 부딪힐 횟수가 많아질수록 허술해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사랑이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 거라지만 저 정도면 중증 중에서도 최고 중증입니다. 혹자는 사랑을 정신병이라고 하던데 독고진에게 사랑은 특별한 심장병이자 바보병이라고 해야할 것 같네요.

10년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걸그룹 국보소녀를 해체하고 이제는 연예계 주변을 맴도는 비호감으로 전락한 구애정은 이런 독고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뷰 10년을 맞아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강세리(유인나)는 최고의 인기스타로 제니(이희진) 언니는 음식점 주인으로 자신은 연예계의 구박댕이가 되었지만 한미나(배슬기)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윤필주(윤계상)의 한의원에서 만난 걸로 봐선 아무래도 결혼해서 잠적한 것 같은데 구애정의 몰락을 가져온 그 사연은 네 사람만 알고 있는 듯합니다.

짝짓기 프로그램인 '커플메이킹'에서 구애정을 떨어트리려 준비했던 호감도 조사, 연예계 소문이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익숙치 않은 윤필주, 남들이 훈남이고 완벽남이라 부르는 그 남자는 예전에 구애정을 만났던 기억 때문인지 애정에게 장미꽃을 건내줍니다. 독고진은 애정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것도 감당하기가 힘든데 이젠 잘 모르는 남자한테 질투까지 하게 생겼습니다. 더군다나 애정의 핸드폰에 등록된 닉네임, 윤필주는 '완벽남'이래고 자기는 '재수덩어리'랍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아직까지 한방향의 짝사랑, '커플메이킹' 현장에서 독고진은 비틀비틀 쓰러지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기 힘듭니다. '이 비호감 덩어리'라며 구애정에게 분노하고 거부하고 따따부따 신경질을 부려봐도 '더럽게 달라붙은' 사랑의 감정은 떼어버릴 수가 없네요. 터프하고 멋진 국민 최고 인기남, 휴지통에 끝까지 붙어 있는 장미꽃을 손수건에 곱게 포게 넣을 땐 귀엽기까지 합니다. 우리 '비호감' 남애정은 윤필주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데 불쌍한 독고진은 언제까지 망설이기만 해야하나요.



그래도 재수덩어리 똥꼬진이 6090으로 업그레이드

독고진이 맨처음 '두근두근'을 듣게 된 건 물론 심장 수술을 들을 때였겠지만 독고진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수술받는 사람이니 당연하겠지만 말입니다). 자신의 비밀, 헐리웃 감독에게 퇴짜맞고 와인을 뇌물로 줬단 걸 알아냈을 때 처음 들어본 '두근두근'이란 노래. 구애정은 자신의 전성기 적 그 노래를 핸드폰 벨소리로 입력해두고 있었습니다. 독고진이 그 핸드폰에 '신경이 쓰이는' 건 그 벨소리 때문 만은 아닙니다. 윤필주가 '완벽남'으로 입력된 걸 알게 되었으니 '똥꼬진' 혹은 '재수덩어리'로 입력된 자기 이름이 어쩐지 괜시리 궁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윤필주는 나무랄 것이라곤 '눈치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함, 때와 장소 못가리고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솔직함이 가장 큰 단점인 '완벽남'입니다. 못하는 것없고 잘 하는 것만 많아서 그런 점들까지 때로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그런 남자입니다. 윤필주가 구애정을 결혼식 축가를 부를 가수로 추천하자 윤필주의 간호원들은 모진 말로 구애정에 대한 험담을 몰래 늘어놓고, 애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상했지만 애써 괜찮다고 합니다. 필주는 그런 애정에게 듣지 말라고 손으로 귀를 막아주고 마음이 상했을 때는 이런 저런 말 말고 진정혈을 눌러주라고 알려줍니다.

기습공격받은 독고진 무장해제 당하다

자신의 생계가 걸린 '커플메이킹'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준 것도 고마운데 보면 볼수록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가진 윤필주, 필주에게 대시하는 여성들은 아주 많지만 선자리에서 솔직하게 '자기 관심사'만 이야기하고 입에 발린 소릴 할 줄 모르는 필주를 끝까지 좋다고 하는 여성들은 드문 듯합니다. 비호감 일순위 구애정은 그런 필주의 장점을 알아보았고 필주는 남들이 '비호감'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애정이 본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봤습니다. 독고진의 뜨거운 질투만 아니면 두 사람은 나름 괜찮은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제 방영된 '팬티 훔치다 딱 걸린 장면'은 뜨거운(!) 독고진의 심정을 아주 잘 보여준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독고진의 매니저 김재석(임지규) 대신 독고진의 냉장고에 물을 넣어주려 들어간 구애정은 샤워하고 홀딱 벗고 돌아다니는 독고진에게 놀라서 숨어버렸고 독고진은 환청처럼 들리는 '두근두근' 노래 소리에 어쩔 줄 모릅니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자기 만의 집에 들어와 독고진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신경쓰이고 불편하게 만드는 구애정. 심장이 멈출까봐 늘 체크하고 다니는 독고진은 이제 '스스로가 완벽하다'는 자신이 없습니다.

인공심장이 위험하니 정상 박동수 60에서 90 사이에서 안전하고 살고 싶은데, 왜 구애정은 독고진의 마음에 기어들어온건가요. 멀어지면 멀어진대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진대로 불안하고 힘든 우리의 독고진. 윤필주에게 못가게 하려고 '내 팬티 빨아 놓고 가라'며 심술을 부려보지만 '불쌍한 팬티'를 힘겹게 빨아놓은 구애정은 유유자적 천하태평 아무것도 아닌 듯 독고진의 '보안시스템' 비밀번호를 뚫고 나가버렸습니다. 비밀번호를 담담하게 맞춘 구애정은 특별한 독고진 보다 더 특별한 사람인가 봅니다.

한편의 호러 영화, 미스터리 영화, 코미디 영화, 멜로 영화를 짧은 순간에 찍어버린 혼비백산 독고진. 인정하기 싫어도 이젠 비밀번호까지 알아맞춘 애정에게 '무장해제' 당했으니 사랑한다는 사실을 표현할 일만 남았습니다. 데뷰 10주년을 맞은 구애정이 데뷰 10주년인데도 구질구질하게 찬 김밥먹으며 밤무대 공연한다는 걸 알게 되곤 굳이 그곳까지 따라가 안쓰럽게 애정을 바라봅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짝사랑, 이제 구애정의 핸드폰에 자신의 이름이 재수덩어리에서 '6090'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거 독고진이 알면 좋아할까요?



독고진이 완성하고 싶은 최고의 사랑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독고진과 구애진의 티격태격. 그 열연에 힘입어 엄청난 시청률이 매우 올라갔다고 합니다. 지금 수목극 1위를 차지한 '49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하는데 다음주 2편으로 마무리되는 '49일'이 종료되고 나면 '최고의 사랑'이 수목극 최강자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차승원과 공효진의 오버액션, 약간은 요란할 수도 있는 그들의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걸 보면 꽤 오래 시선을 붙잡아두지 않을까 싶네요. 윤필주의 무난한 사랑도 귀엽지만 독고진의 천방지축 로맨스도 매력적입니다.

국보소녀들에게 배달된 네잎 클로버와 앨범

여주인공을 '비호감 덩어리'로 부르는 왕싸가지 독고진, 야쿠자 현지처에 숨겨둔 애까지 있냐는 민망한 가십을 아무렇지 않게 퍼붓는 이 '못된 남자'는 그래도 애정의 복수를 몰래 해줄 만큼 열혈남 기질이 다분합니다. 유치찬란하고 재수없는 행동인 거 뻔히 알면서 윤필주와 다정한 구애정에게 '팬티 빨라'고 떼를 쓸만큼 질투할 줄도 압니다. 은근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독고진의 매력, 구애정이라면 언젠가는 알아줄 수 밖에 없겠지요. '호감의 표시'가 '공격적'이란게 문제라면 문제일까요. 당분간은 진심을 알아주기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문대표(최화정)의 권유대로 독고진은 곧 멜로 영화를 찍게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밤무대까지 쫓아가 구애정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으니 감정 표현, 애정 표현은 구구절절 독고진의 마음이 잔뜩 묻어날 수 밖에 없겠고 영화는 대박날 거 같습니다. 공식적인 가짜 애인, 강세리(유인나)의 존재 때문에 구애정은 또한번 삼각 스캔들에 휘말릴 수도 있고, 국보소녀의 멤버들이 다시 한번 앨범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필주와 독고진의 사랑싸움이 꽤 볼만할 거 같지요?

* 열혈남, 완벽남, 비호감같은 표현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인데 워낙 만화같은 드라마 그런지 그런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리네요. 이게 다 독고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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