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

옥주현, 그 한마디에 대중도 상처받았다

Shain 2011. 6. 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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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란 직업은 여러모로 참 특이한 직업입니다. 연기자, 가수, 코미디언이라 불리지 않고 소위 엔터테이너라 불리는 그들은 정말 신기한 존재같습니다. 대중은 그들 개개인의 진실한 인성이나 인간성, 재능을 진심으로 봐준다기 보다 그들의 이미지를 소모하고 '오락의 대상'으로 그들의 상품성을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식으로 한 개인의 이미지를 소모한다는게 얼핏 적응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한 개인으로서의 연예인과 '이미지 상품'으로서의 연예인은 분리해서 바라보는게 옳은 시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네티즌들의 도마에 자주 오르는 옥주현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건 개인적으론 참 안됐고 마음 고생이 심하겠구나 하는 것, 그리고 지금 방송에서 보여주는 밝은 모습이 진짜 얼굴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안쓰러움입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그녀는 정말 딱한 사람입니다. 한 인간이 타인을 평가한다는 게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고 개인 대 개인의 권리를 넘어서는 일이라 만약 그녀가 '내 친구'라면 선뜻 잘못을 단죄하기 힘들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이미지 상품'으로서의 그녀, 혹은 '가수로서의 그녀'는 전혀 제 취향이 아닙니다. 전에도 말 했지만 옥주현이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은 인정해도 그녀의 앨범은 듣지 않습니다. 그녀의 노래나 공연, 음반에 대한 선택은 옳고 그르다는 문제와 전혀 다른,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로 여러가지 상표의 인스턴트 라면 중에서 한가지를 골라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미없는 문제입니다. 그녀의 음악성을 소비하는 문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없고 아무 의미가 없지요.



그런데 연예인으로서의 그녀를 TV 안에서 소비하고 그녀의 이미지가 트위터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유통될 때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털털하고 자유분방하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미지'를 가진 엔터테이너 옥주현. 그런 그녀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팬들은 그녀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가치관을 표현할 때 분노하게 됩니다. 마치 그녀 개인의 인성을 모두 재단하고 평가하기라도 하려는 듯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그녀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안티 운동'에는 최근 두가지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의 의견에 휩쓸려 무조건적인 비난과 조롱을 퍼붓는 현상으로 네티즌들의 자제와 정화를 촉구해야할 악감정의 발산, 소위 악플로 점철되는 직설적인 감정 표현이 있는가 하면 하나의 '이미지 상품'으로서의 연예인을 사회적인 가치관에 맞추고자 하는 일종의 불매운동입니다. 연예인의 이미지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올바르지 않은 그들의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이라 할 수 있죠.

두가지 자세는 쉽게 구분이 잘 가지 않기에 팬들의 비위를 맞춘다는 식으로 강경한 여론에 밀려 사과를 하기도 하고 혹은 무성한 댓글을 모두 악플로 간주해 일절 대응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의 '이미지 소비'는 과거의 상품 소비와는 전혀 다릅니다. 이런 '불매운동' 즉 마땅히 나와야할 비판과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당연한 입장을 모른체 한다는 건 기업의 나몰라라 판매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혹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외모에 대한 인신공격, 혹은 과거의 행동 특히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다이어트 등에 대한 평가로 공격받는 건 과감히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대중, 같은 네티즌끼리도 이런 옳지 못한 의사표현 방법은 '제살 깎아먹기' 행위이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악감정일 뿐입니다.

문제는 '유관순 열사 희화' 건처럼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반응들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그 사진에 대한 트위터 댓글,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했다는 네티즌들의 분노에 몇개월 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잘못이라 생각치 않았다는 건 '불매운동' 대상이 되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봅니다. 트위터가 사생활 공간이냐 아니냐의 논란을 떠나 삼만명이 넘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이 공개된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텐데 고의적으로 방치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죠.

근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으로 아직까지 일제 강점기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살아 있고 그들의 후손이 그 피해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입어야 했던 이 시대에 고문받고 죽어간 열사를 오락거리로 삼았다는게 과연 '근엄주의'나 '엄숙주의' 차원의 문제입니까? 사람은 남의 아픔에 공감을 느끼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내 가족과 나의 고통을 가장 먼저 뼈아프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아픔은 바로 내 할머니, 내 어머니의 고통이자 아픔이기에 절대 웃음거리로 삼을 수도 없고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해당 코스프레 복장을 입었던 당사자가 옥주현 본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이 문제삼은 건 그 코스프레에 대한 '댓글'이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나는가수다(나가수)' 출연 문제로 해당 댓글이 부각되었지만 그전까진 그 댓글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습니다. 진작에, 옳은 방법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간파하고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최초 대응이 지나치게 안하무인이었기에 한사람의 연예인으로서 재능을 펼치고 싶은 것인가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옥주현'이란 한 개인이 지금 집단적인 반발에 지쳐 무섭고 지친 상태라는 것 아마 거짓이 아니겠지요. 단체로 자신을 비난한다는 공포에 겁에 질려있겠지만, 저 역시 일제 강점기에 겪어야했던 국민의 비극을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그리 하찮게 여긴다는 사실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역사교육의 부재인 듯 싶어 많이 두렵기도 합니다. 세상에 진지해야할 것과 웃고 넘겨도 될 것이 따로 있는데 분명 그 경계를 넘는 일이었습니다. 이건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논의하고 넘어가야할 문제입니다.

'악플'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공정한 비판에 귀기울이길 부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거세게 분노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 중에 가려서 들어야할 비판이 과연 무엇인지. 지금 상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네티즌이 아닌 옥주현 자신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보길 바라며 일단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의 좀더 침착하고 성숙한 대응이 있었으면 싶네요. 데뷰 10년이 넘은 지금, 이제는 대중 역시 '이미지로 먹고 사는 한 연예인'의 발언에 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어간다는 걸 깨달을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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