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내 마음이 들리니

내마들, 진짜 어둠 속에 사는 건 봉마루니까

Shain 2011. 6. 1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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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울림처럼 주변 사람이 떠드는 진동은 느껴지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고통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열살 넘도록 멀쩡하게 소리를 듣고 말할 수 있었던 '내 마음이 들리니(내마들)'의 차동주(김재원)에겐 더욱 갑갑한 세상이 들리지 않는 세상이겠지만 그것 보다 더욱 무서운 건 들리지 않으면서 보이지도 않는다는 공포감일테지요. 더군다나 마음의 소리를 읽을 줄 아는 동주에겐 준하(남궁민)의 마음도 태현숙(이혜영)의 마음도 볼 수 없는 어두움이 아프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내 목소리가 들려'라며 물어봐주던 봉우리(황정음)를 다시 만나기 전까진 더욱 그랬습니다. 준하도 없는 어둠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버린 준하는 동주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롱합니다. 동주와 함께 만든 에너지셀 본부장을 차지한 준하는 동주를 방문판매팀에 배정합니다. 봉우리가 준 오자미까지 집어던지며 '유치하다'고 이야기하는 준하는 동주와 이제 끝을 보려는 듯, 상처만 주기로 작정한 사람같습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청각장애의 비밀을 밝힌 차동주

봉마루는 차동주를 처음볼 때부터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태현숙을 어머니로 정하고 태현숙 앞에서 동주와 닮은 행동을 했던 것도 동주처럼 다정하고 섬세한 아들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주는 놀랍게도 그런 준하의 심리를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동주에게는 듣지 못하는 만큼 상대방의 행동을 눈여겨 보고 생각하고 표정을 섬세하게 살펴볼 줄 아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장준하를 잘 알고 있는게 동주고 봉우리의 수상한 행동을 금방 눈치챌 수 있는게 동주입니다.

동주가 어둠을 두려워하는 걸 알기에 동주 홀로 있는 방안의 불을 꺼버린 준하. 어떻게든 지난 16년을 속여온 태현숙에게 복수하고 싶은 준하는 자신을 최진철(송승환)의 아들이란 이유로 괴롭힌 대로 태현숙의 아들이란 이유로 동주를 괴롭히려 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볼 수 있는 동주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알기에 이미 어둠을 이겨낼 수 있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 어둠 속에서 살고 있던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장준하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청력을 잃은 가여운 동주 때문에 엄살을 부리지 못한 것 뿐이었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동주의 충격 인터뷰

귀가 들리지 않고 앞을 보지 못한다,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불쌍하구나' 내지는 '불행한 사람이네'입니다. 남들과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고 아름다움 것을 듣고 보지 못하는 괴로움을 조금쯤 생각해보면 그런 동정이 나올 만도 합니다. 그런 고통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고 많이 답답하고 불편하리란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귀가 들리지 않는 차동주의 눈에는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아웅다웅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디가 한군데 모자란 바보, 바보란 이유로 부자집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봉영규(정보석)를 보며 사람들은 딱하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히려 영규는 세상 사람들은 모르는 꽃이름과 효능까지 모두 꿰고 있는 꽃박사이고 마음이 불행하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한눈에 알아보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천재입니다. 화장을 떡칠한 나미숙씨(김여진)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 미숙씨 보다 못 생겼다고 말하는 봉영규는 동주처럼 세상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준하가 최진철과 세상 사람들에게 동주의 약점,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 장애인이란 사실을 폭로하지 않은 건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동주의 마음을 알기에 괴롭혀주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진철에게 약점이 폭로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태현숙과 남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기 싫어 입모양을 읽으려 기를 쓰는 동주가 그 사실이 밝혀지는 걸 반가워할 리가 없기에 홀로 남은 방에 불을 끄고 마음을 다치기 싫으면 알아서 물러나라 경고한 것입니다.

동주와 봉우리, 영규와 순금할머니(윤여정)를 괴롭혀야 하는 준하의 심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동주가 진철을 이기기 위해 만든 화장품 회사를 차지하고 진철의 숨겨진 후계자랍시고 자리를 잡아도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걸 빼앗길 위기의 동주가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주가 되보려 했는데 늘 죄책감에 시달리고 가짜 어머니에 매달려야 했던 준하, 마음이 어두운 봉마루는 청각장애를 가진 동주 보다 빛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동주가 밉거나 싫지는 않은데, 어둠 속에 홀로 두면 아직도 걱정되는데 말라서 갈라터지는 마음은 그런 심술 밖에 부릴 수 없습니다.

준하를 더욱 어둠 속에 살게 만드는 사람들

동주는 세상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청각 장애를 가졌노라 밝혔습니다. 모든 걸 알고 있었던 봉우리는 수화로 동주에게 잘 했다고 격려해줍니다. 세상의 모든 바보들, 재산에 눈멀어 자식과 아내를 등한시한 최진철, 성공과 부에 눈 멀어 친자식도 못알아보고 버림받은 김신애(강문영), 복수에 눈이 멀어 동주와 준하를 모두 상처입인 태현숙이라면 절대 밖으로 드러내지 못할 자신의 약점. 세상의 가벼운 동정도 얄팍한 인심도 몸소 맞을 준비가 된 동주는 약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어딘가 한곳이 남들 보다 부족하지만 남들 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세상을 이겨낸 사람. 만천하에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지만 동주는 결코 불쌍하지 않습니다. 늘 밝게 웃는 꽃바보 봉영규가 행복한 것처럼 동주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잘 아는 아이였습니다. 늘 웃을 일이 없던 아이 준하는 한번 더 동주에게 진 것입니다. 다시 한번 더 동주와 자신의 차이를 깨닫게 된 준하, 어떻게 동주 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생각 보다 담담한 게 오히려 무섭습니다.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

준하와 맞서야하는 동주의 고통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태현숙은 봉마루란 아이의 이름을 장준하로 바꾸면서까지 복수를 하고자 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만든 복수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준하 때문에 오히려 동주가 더 괴로워지리란 걸 생각도 안해봤을 것입니다. 동주의 그림자이자 동주를 사랑하던 준하가 더 이상 동주를 바라봐주지 않습니다. 물에 빠진 동주를 보며 괴로워하는 현숙은 이제 동주가 하자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준하와 동주와 우리,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려면

마음의 소리, 진심의 무게가 가벼워진 요즘에 서로의 마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동주와 봉우리의 사랑이 한없이 따뜻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를 비롯한 모든 세상에 배신당해 슬픈 눈으로 울면서도 냉정하게 어리광을 부려야하는 준하의 마음도 언젠가는 누군가 보아주면 좋을텐데 어린 봉마루가 봉우리를 보며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던 것처럼 준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할머니와 영규가 있지만 마루는 그 두 사람을 온마음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장준하도 '잘 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나미숙을 보며 미숙씨를 떠올리는 순금할머니를 보니 봉우리의 가족이 다시 완성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같은데 준하가 잘 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치거나 상처입게 되는 건 아닌지 큰 불행이 장준하를 찾아오는 건 아닌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준하가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잘 보는 사람이 되는 그 날이 준하가 행복해지는 날이겠지요. 영규와 동주가 어디 한곳 부족하다고 해서 불행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준하도 곧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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