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테크노마트 '이상없음'이 아니라 '확인안됨'

Shain 2011. 7. 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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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신문에 실린 뉴스나 인터넷 컬럼을 읽어 보다 보면 세상엔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39층 짜리 고층건물이 좌우로 살짝 흔들린 것도 아니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멀미를 일으킬 정도로 위 아래로 흔들렸다는데 단 하루 동안 이어진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밝혀져 사람들이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일부에서는 이 건물 매각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누군가 119 구조대에 허위신고를 했으니 신고자를 처벌하라고 했답니다.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그날 밤의 TV 생중계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참혹하게 부서진 건물 아래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시신이 그대로 방영이 되기도 했고 그 아래 깔린 사람들의 생사를 알지 못해 울부짖던 가족들이 전파를 탔습니다. 그런 국민들 앞에 너무도 쉽게 '이상없음'이라 발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3개월 예정이라는 정밀 진단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이상없음'이 아니라 '원인이 확인 안됨'으로 밝혀야 바른 발표가 아닐까 싶은데 단정적으로 이상이 없답니다.

'이상없음'으로 광고하며 정상영업중인 테크노마트(이미지출처: 뉴시스)


지금 언론에서 발표되는 내용은 어디까지가 진실인 걸까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인데 이것도 가십처럼 '카더라' 통신이 나라 여기저기에 퍼져냐나가고 있는 것인지 정말 안전하기는 한 것인지.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이 건물의 안전성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진실을 정확히 밝히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부 기관과 건물 소유주는 돈 때문에 건물 안전성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건 아닌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걸까요.

지난 6일, 3일 동안 검사를 하겠다며 출입금지를 시켰던 테크노마트 건물, 어제부터 다시 출입을 재개해 상인들은 불안한 마음 속에 영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붕괴 사고를 한번 겪었던 국민들은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그 건물을 되도록 찾지 않는 분위기라 매장에 사람이 뜸하다는군요. 차라리 이럴 거면 몇달이 걸리든 안전검사를 하고 영업 재개를 했으면 좋은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손해를 어떻게 감당하냐며 소송을 할 거란 소문도 들려옵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해 조사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 합니다. 그러나 이번 테크노마트 진동사건의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고 원인이랍시고 밝힌 이유도 납득이 가지 않기에 사람들은 '출입해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져도 불안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쪽에서 유언비어를 유포한다고 확실하게 대응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이 사건으로 이익을 보는 자가 누구인지 손해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루머'라 쳐도 말이 안됩니다.

평소에 비해 한산한 테크노마트(이미지 출처 : 노컷뉴스)


인터넷언론 '서울포스트'는 이번 흔들림 소동으로 90여억원의 피해가 있다며 진동을 신고하고 소문을 유포한 자를 잡아서 처벌하란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관련글 : 테크노마트 이상없다면 진동유포자 엄단 마땅). 이런 음모설도 초반에는 관심을 끌었지만 오늘자 기사에 의하면 프라임산업이 관리하던 테크노마트를 인수하려던 JR은 이미 5월 중에 본계약까지 끝낸 상태였다고 합니다(관련기사 : 테크노마트 사무동, 이미 본계약까지 끝내).

모종의 음모 때문에 '루머'를 퍼트렸다기엔 언론에서 취재한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습니다. 20층에서 39층 사이의 사람들만 느꼈다는 그 진동을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안전 진단을 시작했기 때문에 일단 단 한사람의 신고 때문에 진동 소문이 퍼져나갔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그 건물 소유주의 이익 때문에 목격자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건 아닌지가 더욱 궁금한 상황이죠(참고: 테크노마트 20∼39층만 10여분간 진동 ‘미스터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처럼 언론에서 추정한 진동의 '원인'이란 것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사람들이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되었기에 진동이 일어났다는데 당시 피트니스 센터 이용자는 20명 미만이었다고 하고 영화관은 진동 시간으로 신고된 10시 10분이 아니라 10시 30분부터 영화를 상영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하루 동안의 안전 점검 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참고기사: 테크노마트 안전점검 제대로?...CCTV조차 확인 안해).

진동유포자를 처벌하라는 인터넷 글


서울 광진구는 재빠른 출입 제한 조치로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이번 안전 점검 결과는 너무도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도 피트니스 센터와 영화관을 진동의 원인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참고기사 : '테크노마트 진동'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 커). 건물 소유주나 광진구 모두 이 사건에 '돈'이 걸려 있기에 소송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지 보는 사람들이 다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만약 무너지지 않고 안전하다면 억대의 손해를 감수해야한다는 생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건 아닐까 싶은 겁니다.

처음 진동 소동이 일어났을 때 '땅굴' 이야기까지 흘러나와 사람들을 실소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으니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는 것같습니다. 특히 '쓰레기 매립지' 위에 고층 건물이 지어졌다는 중요한 이야기는 좀처럼 언론에서 접하기 힘든 정보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대로 쓰레기를 매립한 곳은 세월이 흐른 뒤 부패가 발생해 갑자기 폭삭 가라앉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건물을 지으며 매립된 쓰레기를 걷어냈더라도 그 과정이 깔끔했는지는 알 길이 없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 때문에 3개월이 지나면 이 사건이 까맣게 잊혀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밀 진단한다는 안전점검도 어영부영 그만 두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흔들렸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문제없을 것'이란 언론 보도를 하고,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는 등 불안감을 키우는 행동을 하고 있는 테크노마트와 광진구청. 더 이상의 큰 손해가 나기 싫다면 좀 더 성의를 보여야할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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