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폭우괴담, 어쩐지 괴담이 괴담같지 않은데

Shain 2011. 7. 29. 18:32
728x90
반응형
폭우 관련으로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다소 공격적인 내용의 기사가 올려왔길래 살펴보니 뭔가 두루뭉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입니다. 한 트위터 유저가 편의점 사장에게 들었던 내용,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퍼져나갔다는 건 분명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를 근거로 '서울시가 수해 방지 예산을 삭감'했다는 이야기도 괴담이라니 이건 뭔가 아귀가 안 맞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수해방지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기사가 있었고 몇년전에도 서울시의 디자인이 홍수에 적절치 않다는 문제점이 거론된 적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폭우괴담 소동을 두고 '남의 불행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며 지금 서울시와 오세훈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근거없는 사실이라고 옹호성 기사를 내기에 이릅니다. 많은 언론들 역시 서울시가 배포한 자료를 근거로 수해방지 예산을 삭감한게 아니라 증가시켰다며 폭우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은 유언비어라 일축합니다. 한쪽에서는 맞는 말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거짓말이라고 하니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직접 자료조사를 해야할 판입니다.

인터넷에 유포중인 패러디물 '오세이돈', 오세훈 과연 수해에 책임이 없는가


주요 일간 신문의 이런 기사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퍼져나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떠도는 이야기가 정말 괴담이라고 믿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메이저 언론이 폭우 관련으로 떠도는 여러 이야기를 '괴담'이라며 진실성 자체를 거부했지만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글도 인터넷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의 내용을 담은 신문기사는 물론이고 과거 배포된 정부의 공식 기록도 등장했고 국회의원의 발언 내용도 등장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의 '폭우괴담' 기사는 서울시와 오세이돈(오세훈 시장의 별명)을 감싸주기 위한 행보라는 것입니다.

수해 예산 부분을 둘째치고서라도 또다른 논란은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폭우가 '100년만의 폭우'라며 이런 피해가 날 수 밖에 없었음을 강조합니다. 100년 만이란 표현은 마치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더라도 이런 자연재해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기상청은 이를 두고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1998년의 최대 폭우 기록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13년 만의 폭우라고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백년 빈도의 폭우'와 '백년 만의 폭우'는 다른 뜻이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참고기사 : 내리기만 하면 100년 만의 폭우…정말?).

'100년 만의 폭우'라는 수상한 표현. 이런 현상은 '4대강 괴담' 때도 비슷하게 반복되던 일로 매우 패턴이 유사합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여러 네티즌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과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을 우려하면 일명 메이저 얼론들이 그런 말은 모두 '괴담'이라며 일축해 버리고 유언비어 유포를 비난하는 것입니다. 4대강 주변 지역 비닐하우스 철거로 배춧값이 올랐다고 할 때도 수도요금이 오를 것이란 예상도 모두 일부 적중했지만 메이저 언론은 편향된 근거를 들어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 일축해버렸습니다.

정부기관은 모든 국책사업과 수해방지 대책 등을 관리하는 책임자입니다. 4대강 문제나 서울시 배수로 문제, 사실 이런 문제의 진실 여부는 서울시나 정부에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 일반인으로서는 뾰족히 진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료를 신문기사, 인터넷에서 열람할 수 있는 국회자료 등으로 유추하는 것입니다. '4대강 괴담'이 모두 사실이다, '폭우괴담'이 모두 사실이다라고 단정하기 보다 일부 사람들은 일단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가 어떤 것이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일단 메이저 언론의 기사는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지난 수해 때도 오세훈의 '디자인 중심' 정책은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게 낭설이고 유언비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랫동안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지적이 있었다는 것을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 강희용 의원은 이번에 언론에 밝힌 '증가된 수해방지 예산'의 정체는 매년 정기적으로 편성하는 하수도 특별회계와 재난관리기금까지 합친 금액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디자인 서울을 위해 깔았던 '화강암' 보도 블럭이 홍수발생 시 위험하단 건 이미 공개된 국감내용이었습니다.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과연 수해에 책임이 없는가? (이미지출처 : 경향신문)


또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현재 수해방지를 위한 서울시 일반예산은 점점 줄어 66억원에 불과해 말뿐인 대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이 줄어들었음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폭우괴담'이 아니라 이미 널리 유포된 기사 내용이자 지적사항이었을 뿐인데 경찰에서는 그를 유언비어라 처벌하겠다고 나선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해방지 예산 삭감이 '괴담'이라는 평가 역시 서울시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제 방영된 MBC '100분 토론'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해지자 긴급히 토론 주제를 '4대강사업'에서 '집중호우'로 바꿨습니다. 양쪽 주제 모두 정부 실책에 대한 괴담이 유포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니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패널로 출연한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작년에는 500년 만의 홍수라더니 이번에는 '100년 만의 폭우'라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서울시를 지적했고, 무분별한 개발이 재앙을 키웠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이번 '폭우괴담'을 엄벌할 것이라 강경하게 발언하기 전에 이번 '폭우괴담'이 왜 괴담인지부터 정확히 밝혀야할 것입니다. 서울시의 발표만을 믿기엔 반박자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혹은 모든 사람이 괴담인지 아닌지 확실히 판단할 수 있도록 선명한 조치를 취하기 바랍니다. 정확한 자료를 알고 있다는 이점 하나로 나머지 사람들의 의견을 괴담으로 몰아가기엔 당신들은 너무도 의심스럽습니다. 2년 연속 이어진 수해, 정말 서울시의 책임은 없습니까? 수해가 인재인지 아닌지 어디 한번 따져봅시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