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한 여론의 추궁에도 침묵하던 고려대가 어제 9월 5일 드디어 '고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의대생 3인에 대한 출교 조치를 결정했고 세 사람은 의사 국가고시에도 응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일련의 사태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우울증을 보이고 학교에 멀쩡하게 다닐 자신이 없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조치이지만 일단 바람직한 결정에 반갑다고 해야할 것 같네요. 물론 이렇게 당연하고 상식적인 조치를 피해자 측에서 고맙다고 해야하는 상황도 조금은 안타깝긴 합니다. 그래도 과거 일어난 여타 성범죄 관련 조치에 비해서는 상당히 신속한 조치였다는 점에 동감합니다.

처음 인터넷에서 고대 성추행 사건에 대해 듣고 피해자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읽어나가는 동안 저는 2004년 12월경 발생한 밀양성폭행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10대였으니 7년이 지난 지금에선 고대 사건의 피해자와 얼추 비슷한 나이가 아닐까 싶습니다(피해자의 신상을 일부러 검색해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대충 비슷한 또래겠지요).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겪어야 했던 한 소녀 때문에 그당시 얼마나 분노했는지 지금도 기억납니다. 당시 일부 네티즌들은 촛불집회를 여는 등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고 한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출교조치' 담화문


2004년 12월 7일, 사람들은 밀양이라는 한 지역에서 발생한 엄청난 성범죄의 진상을 듣고 경악하기도 했지만 당시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엄청난 2차 피해에 아직도 성범죄를 이런식으로 무식하게 수사하는 지 몰랐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더우기 언론이 지역사람들이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피해자의 신원을 자세히 공개하는가 하면 수사 내용에 없던 '자매 성폭행' 기사를 싣기도 하는 등 가해자는 철저히 보호되면서 피해자는 이중 삼중으로 공격당하는 억울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결정적으로 문제가 터진 건 경찰이 피해자에게 폭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이후입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 중 피해자에게 '너희가 밀양 물 다 흐렸다'는 식의 피해자 비난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관련기사: 경찰 "너희가 밀양 물 다 흐려나', 한겨례). 여성 수사관이 수사를 하도록 해달라 요청해도 무시하는가 하면 가해자들 열명을 앞에 세워두고 대면하게 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수사를 했다는 점 등이 속속들이 알려지게 됩니다. 성범죄를 이런식으로 수사하는데 어떻게 공정한 처벌이 가능하냐며 오히려 피해자를 더욱 괴롭히는 수사라는 지적과 반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밀양 사건은 결국 성범죄 사건을 수사할 때 여성 수사관을 배치하거나 피해자의 신원 등을 비공개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수사 공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국민적 동의를 이끌게 됩니다(경찰은 당시 일부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또 언론이 양산하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즉 의도적으로 골라낸 자극적 선정적인 기사라던가 피해자의 신원을 노출하는 공격적 기사,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 등을 독자인 네티즌이 비난하고 나섭니다. 여전히 댓글에 의한 피해자 공격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뒤로 네티즌이 직접 악플을 신고하고 게재 중단을 요청하기도 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전 아직도 이 부분은 포털 정책에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인터넷 기사들은 기사에 등장한 당사자들의 요청이 있을 때만 게재 중단이 가능한데 대부분의 성범죄 관련 기사에는 가해자를 비난하는 댓글도 많지만 피해자에 대한 공격도 만만치 않게 등록됩니다. 우연찮게 사고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이유 만으로 피해자들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또다른 가해를 당하고 있는데 많은 언론이 이 부분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피해보상을 받는 건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이후 '밀양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전학을 가고 학교 생활을 시작했지만 가해자들이 아주 가벼운 처벌을 받고 학교생활을 했던 것에 비해 피해자는 다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전학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학교들 때문에 고생하는가 하면 전학간 이후에도 '무식하게' 탄원서를 써달라고 찾아오는 가해자 학부모 때문에 그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주변에 소문나게 됩니다. 다들 자기 아들의 가벼운 처벌만 중요하다는 한 어머니의 이기심을 욕했지만 그들 가해자와 가족들은 지금도 아마 편히 살고 있을 것입니다. 2007년, 취재된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는 가출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어떻게 사는 지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밀양성폭행 사건이 발생한지 7년, 고대 성추행 사건은 '밀양성폭행'과는 조금은 달라진 네티즌의 대응 방식에 놀랐습니다. 물론 여전히 가해자는 강자이고 피해자는 약자입니다(일부에서는 아직 수사중이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명칭까지도 틀렸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의 가해 피해관계는 아주 명확합니다. 뒤집어진다면 오히려 그게 더 미친 일이죠). 여전히 몇몇 사람들은 피해자를 욕하면서 피해자 책임론을 당연한 듯 주장하고 가해자의 어머니는 피해자를 찾아가고 법정에서도 고성을 지릅니다.

고대 성추행 사건 기사가 올라오면 늘 똑같은 논조로 해당 여학생을 비난하는 일련의 댓글들이 올라오곤 하는데(누군가 피해자를 아는 분이 있다면 그들을 단체로 조사해 명예훼손 소송을 했으면 싶을 정도로 수상한 댓글들이더군요. 혹은 아슬아슬하게 모욕죄를 면할 법한 공격적 내용입니다. 아이디는 여럿으로 보여도 말투는 대동소이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피해자 과실론'은 말만 조금 바꿔 말하면 피해자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말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6년을 알고 지낸 동료들을 믿고 여행이나 출장도 갈 수 없는 사회인이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란 말인지 가치관의 차이라기엔 억지에 가까운 주장들이죠.

가해자 중 일부가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명예훼손성 설문조사를 했음에도 전혀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그 설문조사와 법정에서의 억지 주장으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가 퍼졌음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면 밀양성폭행에서 우리들이 발견한 성범죄 사건의 본질, 즉 약자와 강자의 논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못된 심리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않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7년전에도 10대의 어린 여학생이 '나쁘다'고 소리 높여 말하던 가해자의 가족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들이 아무리 출교 조치되었다고 한들 피해자의 고통은 이게 끝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가해자를 알게 모르게 옹호했다는 학과의 동료들과 교수들이 그녀를 배척할 지도 모르고 기나긴 소송으로 심신이 지쳐 원하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지도 모릅니다. 심정적으로 얼마나 지쳐있을 지 알기에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지만 분명 피해자의 앞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7년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용기있게 법적 조치를 취한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다지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없을 지 몰라도 사회가 그때와는 조금쯤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피해자가 세상을 향해 용기를 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격려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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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atchrod.tistory.com BlogIcon 니자드
    2011.09.06 09:17 신고

    그래도 이번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기대했던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네요. 앞으로는 주시해야겠죠.

  2.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BlogIcon 주리니
    2011.09.06 09:28 신고

    여론에 쫓겨 취한 조치인 듯 해서 썩 깨운치는 않지만
    인식의 전환은 필요한 듯 합니다.
    내가 상대를 힘들게 했다면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진정으로 사과하며 고개 숙여야 한다는 거죠.
    그게 옅어진 것 같아 참 안타까웠습니다.

  3. Favicon of https://shipbest.tistory.com BlogIcon @파란연필@
    2011.09.06 09:43 신고

    저도 그나마 퇴학이 아닌 출교조치에 잘됐다 싶었습니다.
    다시는 학내에서 이런일이 일어나면 안되겠지요,...

  4. Favicon of https://gamjuu.tistory.com BlogIcon 에바흐
    2011.09.06 10:12 신고

    당연한 조취에 기뻐해야하는 사실이 무척 슬플 뿐입니다.

  5. Favicon of https://0063.tistory.com BlogIcon 카르페디엠^^*
    2011.09.06 11:14 신고

    shain님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하루빨리 사건이 마무리 되어야 할 텐데.ㅠ
    대중들이 바라는대로..

  6. Favicon of https://q828.tistory.com BlogIcon 꽃보다미선
    2011.09.06 11:41 신고

    언제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될런지..
    그래도 약간이나마 희망을 본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7. 기현
    2011.09.06 15:34 신고

    2년전 밀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직장관계로..
    밀양사건..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곳이더군요...살아보니..
    시골소도시..힘있는이들의 천국이고, 돈있으면 천국이고, 지방호족들의 천국이더군요

    이번 사건은 서울이라서 가능했던것이고
    피해자가 그나마 의식있는 의대생이라서 가능했던 것이고
    아직 고려대라는 자부심을 가진 학생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밀양 뿐만아닙니다.
    아마 아직도.. 지방의 곳곳에서 힘없는 여자아이들이
    남자들에게 짓이겨지고 있을겁니다.

    그들은
    고대학생처럼..
    대항할 힘도, 같이 싸워줄 사람도 없이..
    고통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을겁니다.

  8. 과객
    2011.09.06 19:27 신고

    고대 출교처분 3명 중 무죄 주장하는 1명이
    구치소 수감을 풀어달라는 보석 신청을 했다는데요.

    오늘(6일) 오후 4시20분께 서울중앙지법 418호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제28형사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 우배석 판사는
    피고인이 개인적 진술을 편안할 수 있는 분위기 등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비공개로 진행된 심문은 30분 만에 끝났다고 합니다.

    내일이나 모레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는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출교 결과가 번복될수 있다고 하는데요.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09.06 19:5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본래 법은 증거주의를 선택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은 세 사람은 피의자 신분이고 범죄자 혹은 가해자라고 불러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주장을 펼치는..
      그런 주장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은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친구들에게 자신의 잠버릇까지 증언해달라 했던 그 피의자의 경우 보석 신청까지 가능할 정도로 자신이 '법적으로'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네티즌이 그런 행동을 '가증스럽게' 생각하는 건 사건 발생 당시 그 '가해자'가 양성평등센터에서 범죄 사실을 자백했고 녹음까지 했다는 점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DNA 등의 물리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적인 발뺌을 하고 기존 녹음한 자료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식으로 몰고갈 생각인 듯합니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 '법적인 말장난'으로 스스로 죄가 없음, 논리적으로 죄가 없음을 주장하는 행위야 말고 눈과 귀를 가진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라할 수 있습니다.

      법의 본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할 때 법원 역시 그런 '정서'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야할 것으로 봅니다.
      또 바보가 아니라면 '눈가리고 아웅'이라 할 수 있는 현재 '가해자(꿋꿋이 가해자라 불러야겠습니다)'의 주장이 얼마나 빈틈이 많은지 판단해야할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이 길어졌는데 현재 상황에서
      출교 조치 번복,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9.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1.09.06 22:34 신고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출교조치 절차가 잘못되었다고 취소되는 경우가 몇 년 전에 있었거든요.

    앞으로 저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당분간 계속 주시해야 할 듯 싶습니다.

    부모들 이력이 워낙에 화려하다 보니...이대로 끝날 거란 생각을 안 들어요.

  10. Favicon of https://youami.tistory.com BlogIcon 유아미
    2011.09.07 20:41 신고

    고대측에서 좀 더 빨리 출교 조치를 내렸다면 피해자가 2차적인 정신적 피해를 입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가해자들이 학교에 나가서 피해자가 평소에 이상한 학생이란 설문지를 돌렸다고 하니...참 어땠을지 상상이 갑니다. 밀양사건도 정말 다시 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네요.

  11. 7,
    2011.09.18 02:44 신고

    지랄병하네,, 그런나라에서 무고한 사람을 법원에서 구속수감하고 해군기지 들어서는 것

    땜에 반대 서명하는 사람들을 집회에 참여했다고 허위 사실 꾸며서 법원출두하라고 하나?

    배씨야~ 너 더 쓰레기다.. 말 좀 그만 좀 만들고 알바들 돈 주고 풀었다면서 ??

    일요신문 기자는 돈으로 매수하고...

    디씨인사이드 코갤에 촬영하고 멜로 뿌려서 그걸 미끼로 협박해서 제2, 제3의 성추행 및

    성폭행 할려고 했냐?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의도로 밖에 안보여...

    네가 안그랬다고 해도 워낙 말바꾸기 선수인것 같애서 못믿겠거든

    아닌 증거 제시해라...

    경찰이나 검찰도 또라이같은게 사진 및 동영상 복구 기능있을텐데..

    몇년간 종사한 사람이 그것도 모르니 ..ㅄ인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