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나는 김치를 싫어해요, 나는 명절이 싫어요 - 낚시 또는 터부 그것도 아니면 방어하고 싶은 심리

Shain 2007. 9. 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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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글을 써서 댓글이 많이 달리게 하거나 조회수를 올리고 싶을 땐
, '여자' 이야기와 '군대' 이야기를 주제로 삼으면 성공한다고 한다. 특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반대의 주장을 욕설까지 섞어서 적으면 반드시 목적달성을 하게 되리라 라는 이야기. 이른바 '월척' 이다. (당신 대어를 낚으리라.)

위에서 예를 든 그 두가지 주제는, 극하게 대립하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딱히 해결책도 없는 주장들인지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대화를 섞지 않는 것도 불문율이다.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사람들끼리 정치 주제의 대화를 피해야하듯 물과 기름처럼 극단적인 영역으로 보인다.

이런 극단적인 주제 말고도 주장하는데 눈치가 보이는 주제가 몇가지 있다. 특정 주제의 문제는 껄끄럽거나 진지한 주제거나 또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꺼내기를 꺼려한다랄까?  함부로 댓글도 잘 달지 않는 영역일 때도 있고, 남들의 반응이 걱정되서 반대의 의견을 내는데 조심스럽기도 하다.

대개는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일을 때로는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런 주제들 중 몇가지는 원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그러니까 개인의 기호와 경험이 다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는 영역인데도 말하기가 껄끄럽다.  그 중 몇가지를 골라보고 싶다.


나는 부모가 싫어요 - 혹시라도 불효할까봐 무서운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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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와는 일단 관련이 없는 주제일 수 있다. 누구나 가끔은 부모와 다투지만 부모가 무조건 싫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만약 부모가 지나치게 비인간적인 처사를 일삼는 사람이라면? 극단적으로 자식의 인생을 쥐어뜯어서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부모에게 한마디 불평이나 분노를 표현할 수 없는걸까?

친구 중 하나는 중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부모에 의해서 팔려가듯 산업체에 입사했고, 다달이 나오는 월급을 아버지에게 뺏겼다. 당시 몹시도 비인간적이었던 그 산업체와 부설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부모에게 하소연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들어줄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식으로 피빨아먹듯이 자식을 괴롭혔지만 결혼할 때는 혼수는 물론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고 현재도 바쁜 농번기에 일을 돕지 않는다고 딸자식 소용이 없다고 난리를 치는 집이 있다. 자신 덕분에 공장에서 뼈가 굳은 딸이 휴가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그 아버지.

정말 내 친구에게 아버지에 대한 불평과 분노를 표현할 권리가 없는 걸까? 결과적으로 내 친구는 전혀 말할 수가 없었다. 부모의 비인간적인 처사를 모두 알고 있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는 친척, 가족 그리고 동네 사람들 중 누구도 그녀의 편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든 건 알지만 부모에게 그래서는 되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대개는 두려웠던 거 같다. '효'라는 질서가 무너질까봐. '인간적으로' 그녀는 진작에 부모와 좀 떨어진 삶을 살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런 주제는 쉽게 말했다가 질타를 당하기 딱 좋은 주제. 금기이다. 혹시라도 효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나올까봐 누군가는 몹시 겁이 나는 것 같다(가끔 천륜을 어긴 부모에 대한 기사에서도 부모 편을 드는 사람들이 나오는 걸로 봐서는).


나는 김치를 못 먹어요 - 기호에 대한 이야기도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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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겪은 일이다. 위가 예민했던지 특별히 내가 살던 지역의 김치가 짜고 매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주 어릴 때 김치 만 먹었다 하면 속이 아리고 쓰려서 김치를 되도록 먹지 않거나 먹어도 물에 씻어서 먹거나 했었다. 컨디션이 아주 안 좋은 날은 아예 먹질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상태가 비슷해서 그런 식습관은 계속되었고, 어느날 게시판에서 김치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상당히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나는 맵고 짠 김치를 먹으면 속이 쓰려서 잘 먹지 않는다'라고 쓴게 전부인데. 답변은 황당하게도 '한국인이 김치를 먹지 않으면 쓰냐'부터 '니네집 김치만 짠 걸 가지고 싸잡아 김치를 싫어한다고 쓰면 되느냐'까지.. 별 상관이 없는 글들이 수도 없이 달렸기 때문이다.

말하지만 김치에 대한 부정적인 말은 아예 듣기도 싫다는 태도였다. 이런 현상은 된장, 청국장 같은 음식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글이 나타나도 비슷하게 일어나곤 했었다. 물론 다행히 나는 된장은 먹지만, 김치를 못 먹겠다고 쓴 것 만으로 저렇게 말도 안되는 훈계를 듣게 되다니 김치가 무슨 독립투쟁과 애국을 위해서 꼭 먹어야 하는 아이템이었던 걸까?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서 아프지 말아야 하고 장애도 없어야 한다는 주장하고 비슷하게 들렸다: 희한하게도 그런 주장이 가끔 있다는, 댓글을 보시오)

최근에도 어느 드라마에서 '입에 고추가루가 끼기 때문에' 김치를 되도록 안 먹는다는 어느 직장인에게(아마도 사돈관계였던 거 같다) '한국 사람이 김치도 안 먹어요?'라고 자연스럽게 묻는 출연진이 있던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사양하면 큰일 나는건가?? "되도록 많이 먹읍시다"와 "먹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에요" 는 별개의 문제다.


명절을 바꾸고 싶어요 - 극기훈련 또는 불편한 것을 버티고 견디기

민족대이동을 뉴스에서 처음 봤을 때 조금 겁이 났다. 아주 어릴 적 처음 본 민족대이동이란 것은 내가 뛰어서 건너기도 힘들어 보이는 넓은 고속도로를 수없이 많인 차들이 꽉 채우고 있는 무시무시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도 공포스러웠지만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사실도 요즘 표현으론 어딘가 아스트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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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지금 보다 명절 휴일도 훨씬 짧아서 여자들은 미리 시골에 내려가 음식 장만을 하도록 강요받기도 했고, 남자들과 아이들은 주렁주렁 입석도 흔치 않은 기차나 버스에 깔려서 시골에 내려가곤 했다. 그렇게 내려가서는 징그럽게 비싸지만, 입맛이 달라 어른들도 잘 먹지 못할 음식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는 또 힘들여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거다.

어른들은 이런 풍경을 미풍양속이라고 불렀고. 이의 달기를 거부하셨다. 이런 풍경을 조금이라도 바꾸자고 했다간 경우없는 것으로 치부당하기 일수. 확실히 이만한 금기 사항은 드물었다. 그때의 드라마들 역시 이런 걸 싫어하는 사람은 경박하고 생각이 짧은 사람 쯤으로 묘사하던 풍경이 대세.

아는 집 어른은 말 그대로 전통에 따라 며느리를 쥐잡듯 잡아 제사 지내는 법, 음식 마련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 집 큰 며느리는 물려받은 것은 가난 뿐이라 자식들 도시락 반찬도 마련 못해 가며 사야하는 제사 음식들이 지긋지긋했고 들들 볶아대는 시어머니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 나중엔 정신과 질환을 앓는 지경이 됐다. 지금 나이가 예순이 넘은 그 집 며느리는 기독교도이다. 아직도 괄괄한 시어머니에게 벗어날 방법은 그것 뿐이라 남편도 다른 가족도 아무도 개종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녀는 종교에 전혀 뜻이 없지만 진정한 구원(?)을 얻었다.

조금 불편한 것으로는 아무도 타박하지 않는다. 그쯤은 투정일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바꿀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그건 비인간적인 처사가 아닐까? 형식을 지키자고 사람을 잡는 건 논리에 맞지 않지만 그것도 역시 말할 수 없는 금기 사항에 속한다. 우리 집만 해도 제사 음식을 간소하게 마련하기 위해 무려 20여년이 걸렸으니 말이다.


금기사항은 논란의 중심에 가지 않으면 언젠간 사라진다

미수다(KBS 미녀들의 수다)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보던 중(나는 시청하지 않는다) 재밌는 걸 발견했는데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자 게스트 반응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외국인 출연진들이 이야기하면, 변명하거나 긍정적으로 바꿔 생각하도록 많이 유도하는 풍경을 보인다로 요약이 될텐데. '어떤 어떤 점은 잘못이다'라고 인정하는 면이 드물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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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오리 팬카페


어떤 영역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은 몹시 금기시 되고 있다.
긍정적인 의견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이런 심리를 질서에 대한 방어 심리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의견 하나에 제도나 형식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단 말일 것이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싫어서 개종을 해버린 며느리처럼, 아버지와 한번도 다투지 못해 인연 끊을 각오를 하는 딸처럼, 싱거운 김치를 찾지 못해 김치를 포기해야하는 나처럼.. 논란의 여지 자체를 포기하면 지켜야할 것 자체가 사라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나에게 불편한 것은 논란거리로 삼기도 전에 버려버릴 그런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불편하다는 말을 하면 입을 막을 노력을 하기 보단 같이 생각해 보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의견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의견에 대해 방어하려고 하지도 말고 의견을 막으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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