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식약청과 농림부의 싸움에 관심있으신 분 손?

Shain 2007. 8. 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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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뭔가 테스트한다고(메신저 및 기타 등등의 이론들) 잠시 컴퓨터 앞에서 종알거리고 있었더니 아버지께서 농민신문을 가져오셨다. 내용은 농가 수입 증대를 위한 법안에 식약청(보건복지부)이 관련되어 있는데 그냥 반대도 아니고 완강하게 농림부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청와대 및 농림부에 민원을 내달라고 하신거다.

인터넷이란 공간이 아무리 파급력이 커졌다고 한들 농민이라는 집단의 시선이 일반적인 시선이 되려면 아직 한참은 멀은 것 같다. 대한 민국의 어느 소수집단이 일방적인 시선의 폭력에 시달리지 않겠느냐만은(일반인 대상 최고 권력을 자랑하는 연예인 조차 가끔은 피할 수 없다) 농민 쪽은 아무래도 노령인구가 더 많다 보니 인터넷 관심사에서는 완전히 소외된다고 볼 수 있을 듯.

그래서 그런지 2004년에 강경하게 시행되기 시작한 '건강기능식품법'의 시행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농민은 거의 없었다. 지금 보다도 목소리를 내기 힘들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관심도 훨씬 적었기 때문.

건강기능식품법과 농가생산품의 관계

집에서 생산하는
건강기능식품법(건강식품기능에 관한 법률:2002년에 제정되어 2004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의 의의는 원래 식품의 과장광고와 비위생적인 제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에 꽤 사회문제가 되던 건강보조식품 문제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 건강보조 식품의 위해성은 한두해 문제가 된 것이 아니고.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언뜻 괜찮아 보이기도 하는 이 법은 '깨로 만든 음료가 어느 질병에 좋습니다'라는 작은 공장에서 만든 깨음료의 선전은 엄격하고 약간은 두리뭉실한 이 법에 걸릴 수도 있지만  '깨가 몸에 좋다'고 적고 아래에 어떤어떤 사람에게 좋다는는 롯데xx의 광고는 버젓이 허락이 되는 이중적인 법률이기도 하다(롯데xx는 일단 식품위생법의 기준을 통과한 거대한 회사니까 쉽게 안 잡는다 깨의 효능이란 광고물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건 실제로 본 사례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진짜 불똥이 튄 쪽은 농민쪽이었다. 농산물을 원료로  2차 생산물을 소규모 단위로 만들어 팔던 농민들이 집중 단속 대상이 되버린 것. 2004년경에 실린, 몇건 안되는 관련 기사 중 하나를 골랐다.  유기농업 죽이는 ‘건강기능식품법’

김씨처럼 유기농산물로 건강기능식품을 생산 판매한 농가는 지금까지는 시·군·구청장에게 품목제조 신고만 하면 됐다. 그러나 2002년 8월26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면서 사정이 변한 것. 이 법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을 제조 판매하려면 올 7월 말일까지 이 법이 정한 시설을 갖추고 품질관리인을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영세한 유기농업 농가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김씨처럼 이 법이 공포된 사실을 알고 있는 유기농업 농가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환경농업단체연합 관계자는 “환경농업단체연합 차원에서도 올 4월 무렵에야 뒤늦게 이 법이 2년 전 공포됐고,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농민이 사회적 약자이다 보니 이 법 제정 과정에서도 이해를 대변하지 못했는데, 그나마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네이버뉴스)

위의 법에 맞는 시설을 농민이 갖추자면 현재도 1억은 기본으로 든다(요즘 시세로는 2억은 거뜬할 것 같다). 식약청이 내세운 꿈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농민은 일부 부농 뿐이다. 그런 조건을 갖춘 농민이 얼마나 흔치 않은 지는 아무리 농촌에 대해 몰라도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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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산물 가공품은 못 팔아도 외제는 수입해 팔 수 있는 유통구조



농림부에 제안을 하다. 농림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농가의 수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투자한 만큼 얻기 힘든 직종 중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지옥같은 40년이랄까? 도시의 서민을 안정시키기 위해 모 대통령이 농산물의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꽤 오랫동안 낮춘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는데 그 뒤의 농촌정책은 어설프다 못해 바보 같아서인지 현재도 산지의 농산물 값과 소비자가 사는 가격에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 4.5키로그램 한박스의 복숭아를  3000원에 팔아도 소비자는 아마 그 복숭아를 최고 만원까지의 가격에 소비할 수도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그 동안 농가의 2차 생산물. 농산물 가공품은 아주 크게는 아니라도 적당한 수준에서 농가에 보탬이 되곤 했다.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빚지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 몇해동안 반복되는 가운데 큰 액수는 아니라도 효자 노릇을 한 것. 그러나 이 법 시행이후 불법적인 일이 되버렸고, 나는 식품위생법에 피해를 입고 있노라 농림부에 항의하게 되었다.
아래는 그 내용의 일부이다.

1. 농민이 사업자 등록 및 과즙 제작 시설을 식품 위생법 기준에 적합하게 갖출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농가 인증인 경우에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계를 구입하는 비용은 어쩔 수 없더라도 시설/건물 기준은 완화하여야 한다고 봅니다(별다른 지원을 할 수 없다면요). 무허가 건강원보다 못한 대접은 말도 안됩니다.
2. 시설 기준 완화가 힘든 경우엔 농민이 재배한 과수를 상품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서비스를 늘려줘야 합니다. 과즙의 경우 식품위생법 기준에 맞는 공장에서 적은 비용(생산단가보다 더 나가지 않은 정도)으로 위탁생산할 수도 있어야 하며 그 위탁한 제품을 판매하는덴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합니다. 농가의 부업이 골치거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그 정도 지원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3. 사업자 등록 및 기타 절차를 완화해 주십시오. 농민들의 부업은 50대 이상 연령의 농민들에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식품제조업 인/허가, 통신판매업 사업자등록 등등을 고령의 노인이 처리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관련 절차 등등을 상세히 안내해주거나 쉽게 할 수 있도록 처리해주십시오.  

최근 식품산업진흥법 공청회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다

내가 이 글을 올린 이후에 가끔 전화가 걸려오곤 했었다. 모든 전화를 받거나 한 건 아닌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은 자신 역시 이 식품위생법 때문에 복분자 음료를 팔지 못하게 되었는데 혹시 농림부에서 연락이 없더냐는 내용.  또는 법이 더 개선된 것이 없느냐라는  질문도 가끔 했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 나라 정부는 이런 일에 대한 답변이 매우.. 적극적이지 못하다. 그 이후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그나마 기특하게도 농림부 관료들은 아래와 같은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1. 매출액 113조원 … 정부, 식품산업진흥법안 공청회 개최
2. 부처 이기주의에 ‘발목’ -  농업농촌기본법 개정안·식품산업진흥법안
식품산업과 농업을 연계해서 농가의 소득을 늘리자는 것이 주요 골자인 이 법안에 대해 여러 분야의 해당 이해 당사자들을 불러놓고 공청회를 가졌는데 예상했던 대로, 농민 보다는 음료 판매 업체나 식품위생법의 제정 기관인 식약청의 목소리가 훨씬 컸던 모양이다.

복지부는 또 농림부가 이번 주 중에 입법예고할 계획인 ‘식품산업진흥법(안)’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농림부가 두차례에 걸쳐 협의에 나섰지만, 복지부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국무조정실에 ‘정책중재’ 신청까지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이번 농업·농촌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에서 지난해 이미 협의된 것이지만 복지부가 끝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 개정안에 대해 복지부의 반대가 계속되고, 국무조정실의 중재마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식품’과 관련된 내용을 배제한 수정안을 내는 등 ‘반쪽짜리’ 법으로 축소될 우려가 크다.

농림부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식품산업을 농업과 연계해 발전시키겠다는 것인데 복지부가 너무 완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농민신문)
프랑스의 경우엔 농민이 국민의 25%에 해당하고(알고 보면 프랑스는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 국민의 표심에 영향력이 큰 까닭으로(프랑스 국민의 사랑이 대단하다고 한다) 농업단체가 인증한 농가 생산품에 대해서는 합법으로 인정한다(정확한 기사는 아니지만, 관련기사 ) 고 한다. 이 기사의 기자는 프랑스의 경우를 들어 우리 나라 농업의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하는 모양인데 큰 것도 아닌 작은 법안이 처리되는 모양새로 봐서는 그른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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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농림부라고 하기엔 정부부처가 다 똑같긴 하지만....농림부홈페이지


복지부에 대한 이런 인식, 루머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보통, 뭔가 타당하지 못한 행정부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면 가장 흔한 반응이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내지는 '뇌물먹었겠지' 식의 음모론 이라는 것을 아는가?
꽤 많은 공무원이 이 누명에 대해서는 억울해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성실히 일하시는 공무원이 얼마나 많은 지 스스로 잘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 나쁜 인식이 박히도록 만든 것도 그동안의  공무원 세태이다.

2004년 법이 시행된 이후, 이 괜찮은, 농가 생산물을 제작하는 사업에 뛰어든, 어설프게 돈가진 업체들이 종종 있었다. 아무리 영세업체라고 한들 이들 업체가 기존 음료업체들에게 곱게 보였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관련기사에 나온대로 위기의식을 느꼈을 업체들도 제법 많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업체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얻은게 아니냐고, 벌써부터 정부의 행정에 실망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대기업 보다는 농민이 훨씬, 속칭 '빽'이 좋지 못하니까 말이다. 소수이니 나중에 힘써서 정부를 괴롭힐 리도 없고. 설마 원래 법개정 취지 보다 한참 앞서 나가서 농가생산물까지 간섭하고 싶어했던 그 부지런함을 칭찬해달라고 할 요량은 아니겠지..?

지금 인터넷에 과즙을 검색해보면, 일부 자본이 그래도 2-3억은 갖출 수 있는 법인에서 생산한 과즙과 용기있게 한두건 올려보는 불법 과즙, 또는 무리해서 시설을 마련한 농가 몇곳 이외에는  외국산 과즙이  더 많다. 농가에서 직접 제작, 판매하던 과즙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참 부지런히도 단속을 했더라. 남의 이익이 되어주는 이런 일에는 빠르네?

보건복지부  VS 농림부 결과는?

솔직한 심정으로 농림부의 파이팅을 바라고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런 류의 일에 대해서 약자의 활약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아버지를 포함한 아버지의 친구들은 벌써 반쯤은 부정적인 예상을 하고 있다. 세간의 말로 '하루이틀 속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청회를 간신히 거쳤고 정부와 이익단체의 부정적인 의견을 보았으니 누더기 법안으로 변신할테고, 다시 국회로 가고 나면, 또 누군가의 이익에 따라 이 법안은 더 누덕누덕 해질 것이고, 또 다시 표결 과정에서 당의 이익에 따라 법안이 '아작' 날 것이다.

법은 이미 2004년부터 시행이 되었고, 포기할 사람은 이제 거의 다 포기하고 소규모 자본을 가진 농민은 이미 농사 짓다 망해서 주저앉을 무렵에 아무 쓸모도 없는 법이 톡하고 튀어나올 예정이란 뜻이다. 내 상상이 과장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있을까?(아니 조금쯤은 과장이라고 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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