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무신(武神)

무신(武神), 최우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김약선 그 짧은 치세

Shain 2012. 4. 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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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다른 말로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대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많은 영웅들이 각각 한 지역을 차지하고 세력을 나누고 있다는 뜻인데 요즘에는 한 분야에서 뚜렷한 최강자가 없이 여러 실력자가 두각을 보일 때 이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무신정권은 한 사람의 권력자가 자신의 세력을 이끌며 통치하는 방식이었지만 다음 권력을 이을 후계자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극중 최충헌(주현)의 아들인 최우(정보석)가 최향(정성모)과 권력을 놓고 겨룰 때 기득권과 신진으로 나누어 그들을 지지하는 층이 갈린 것처럼 힘이 나누어지는 현상도 볼 수있게 됩니다.

최우는 기존 고려의 권신들과 최향을 축출하고 최고 집권자가 되었습니다. 지금 그에게는 최소한 세가지 당면 과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왕을 대신하는 권력자로서 몽고의 침략을 이겨내고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후계를 튼튼히해 최씨 무신정권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민심을 안정시키고 후계자와 최우에게 권력을 집중해 자신에게 도전하는 다른 세력을 견제해야 합니다. 최우는 그를 위해 정방을 설치하고 권력을 이전 보다 더 무신들에게 집중시켰으며 궁에는 왕과 정무를 보는 일부 문신들만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김약선과 혼인하는 송이. 약선은 최우의 후계자가 된다.

고려사를 살펴보면 최우는 재산을 일부 환원하고 불교계 인사들에게 호의적인 대접을 합니다. 지지난주 등장한 혜심(이대로)에게 천첩 소생 두 아들 만전(백도빈)과 만종(김혁)을 출가시키기도 합니다. 극중에서는 월아(홍아름)의 죽음을 계기로 두 망나니 아들이 쫓겨난 것으로 처리되었지만 실제로는 꽤 일찍 최우의 곁을 떠난 것같습니다. 극중 최우는 자신의 측근 중 일부는 몽고의 침략에 대비하러 북방으로 보내고 후계자로는 사위 김약선(이주현)을 내정한 후 교정별감을 맡깁니다. 고려사에는 1235년 고종(극중 이승효)의 총애를 받던 김약선이 추밀부사에 임명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최우의 예비 사위일 뿐입니다.

아무리 만전과 만종의 출신이 한미하고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지만 사위를 후계로 삼는 것은 꽤나 파격적인 조치입니다. 최우는 무신정권 권력자들 가운데 가장 오래 집권한 인물이며 실질적인 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인물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치밀한 편인 그는 이규보(천호진), 정안같은 문신들을 등용하기도 했고 이공주(박상욱), 최양백(박상민), 김준(김주혁)같은 노비 출신 장수들을 배출시키기도 합니다. 그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박송비(김영필)는 뛰어난 지략과 올곧은 심성으로 최우의 조력자가 되어줍니다. 김약선은 그런 '거물' 최우에게 어울리는 후계자였을까요.



심약해보이는 김약선의 실제 성격은 어땠을까

김약선의 동생 김경손(김철기)은 형을 앞에 두고 형은 정치같은 건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 말합니다. 최우가 송이(김규리)를 김약선의 짝으로 내정한 것을 알고 경계한 것입니다. 거칠고 무시무시한 무신들의 앞날을 순하기만 한 형이 감당할 수 없으리라 생각해 그리 조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극중에서는 군복을 입고 최충헌을 호위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김약선은 문신 출신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김태서는 평장사를 역임한 인물로 출신 배경도 좋은 편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정방이 설치된 1225년경 송이와 혼인한 것으로 설정했지만 이미 훨씬전에 결혼한 상태였던 것같습니다.

1235년 김약선과 송이의 딸이 고종의 아들과 혼인하고 아이를 낳았고 최충헌이 죽을 때 최우의 사위가 곁에서 돌보았다고 하니 그때 이미 아이를 갖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아직 10대여야할 김준과 최우의 딸 송이의 나이차이를 줄이고 세 사람 간의 삼각관계를 엮기 위해서인듯 합니다. 최항(만전)과 최의로 이어지는 최씨 정권의 권력 다툼은 최우와 최향이 같은 세대로 서로의 힘을 겨루었다면 김약선과 송이는 그 다음 세대, 김준과 최항 등은 그 아랫 세대라 볼 수 있습니다. 김약선은 그 많은 권력자 후보들 가운데 아내를 등에 업고 가장 먼저 선두를 차지합니다

최우의 딸 송이의 마음은 김약선이 아닌 김준에게로.

이전에도 적었지만 최우의 딸 최씨는 만전이나 만종 보다 나이가 많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중 정숙첨(정욱)의 딸로 나오는 어머니 정씨(김서라)가 현숙한 부인으로 만전 형제의 사형을 만류하는 것으로 연출되지만 최씨의 외가에서 먼저 만전 형제를 경계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천출이라도 아들이니 장녀 송이와 그 남편 약선에 비해 후계 다툼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김약선은 꽤 일찌감치 최우의 아들들 마저 떨쳐냅니다. 집도 부유해 1225년 고종이 궁궐을 수리할 때 김약선의 집을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허울 뿐인 왕 보다 최우의 식구들이 왕과 같은 호사를 누렸음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극중 최우의 아내 정씨는 늘 몸이 아파 기력이 없어도 마치 구중궁궐의 상궁을 부리듯 찬모(신복숙)를 다루고 최우가 외출할 땐 수많은 여종들과 노병들이 인사를 합니다. 사병의 규모도 만만치 않아 노예출신 군장들이 있습니다. 부엌에 일하는 노예도 얼마나 많은지 노예를 부리는 난장(고수희)같은 우두머리도 둬야합니다. 김약선의 아내 최씨는 원종의 장모로 궁에 드나들 때도 가마와 의복을 왕비같이 하여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최우의 딸 부부는 정방이 설치될 때쯤 이미 최우의 후계자로서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왕비같았다면 김약선은 왕보다 강한 권력자?

극중에서 김약선이 송이의 남편으로 선택된 건 그의 부드러운 성격 덕분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남자 못지 않은 야망을 가진 송이에게 필요한 건 송이의 기를 꺾을 강한 남자가 아니라 송이의 뜻대로 권력을 잡아줄 약한 남자였을 것입니다. 최우는 여자로서 약점이 될 수 있는 송이의 '드센 성격'을 김약선이 잘 받아줄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김약선 정도의 인품이면 후계자로서 충분하리라 여긴 것이구요. 최후에는 아내로 인해 얻은 권력을 아내로 인해 빼앗기고 목숨을 잃게 된다는 점은 사서의 기록이나 드라마나 동일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김약선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에 대한 기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음란한 짓을 일삼고 호사를 누렸다는 것으로 보아 최우의 힘을 믿고 함부로 행동한 타입이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최충헌의 옆을 지키며 장인 최우의 거사를 도운 점, 처남들을 미리 승려로 내보내게 한 점으로 보아 영리한 지략가였을 거라 추측해볼 뿐입니다. 아버지가 다 죽어간다며 최향이 최우를 불렀을 때 밤새도록 풍악을 울리게 하라 지시한 건 정말 최충헌이었을까요 김약선이었을까요. 만만치 않은 정치가였던 최우가 사위를 아들 보다 아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심약하고 무른 남자는 아니었을 것 같다는 것이죠.

저고여의 죽음으로 시비를 거는 몽고. 대장경의 이동을 준비하는 수기대사.

50부작 드라마 '무신'은 이제 본 궤도에 올랐습니다. 몽고 침략을 앞두고 김준은 최춘명(임종윤), 김경손이 있는 북방으로 떠났고 송이는 김약선과 혼례를 올렸습니다. 첫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송이도 월아의 죽음으로 상심한 김준도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운명은 몽고의 침략과 함께 또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저고여(자꾸예)의 죽음(1225)은 몽고가 고려를 침략하는 중요한 핑계거리가 됩니다. 국란을 앞두고 고려의 승통 수기대사(오영수)는 기존 대장경을 무사히 모시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수법(강신일)은 먼 길을 떠납니다.

권력을 꿈꾸는 새끼 호랑이들의 젊은 시절은 여기에서 끝인가 봅니다. 김약선에 품에 안겨 고려 최고의 권력을 가진 여인, 또다른 무신 송이와 한발한발 권력층에 가까워지는 김준의 운명은 어디에서 다시 마주치게 될까요. 몽고의 침략과 삼별초의 항쟁이 얼마남지 않고 보니 그 시대가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김윤후(박해수)가 재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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