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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위드더스타, 김원철 끝내 탈락하더라도 무대 위의 주인공은 나

Shain 2012. 5. 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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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일본 영화 중 한편이 '쉘 위 댄스(Shall we ダンス?, 1996)'입니다. 2004년 리차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즈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일본 대중 문화 개방과 함께 우리 나라에 소개된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1998년 전까지는 일본 영화와 음반은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었고 개인적으로 사온 비디오나 시디를 알음알음으로 돌려 감상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1995년 제작된 '레브레터(1995)'는 1999년에서야 국내 개봉이 가능했지요. 외국 영화라고는 홍콩, 대만 아니면 헐리우드 영화 뿐이던 시절이라 일본영화는 상당히 신기하고 색다른 감흥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쉘 위 댄스'를 보고 제가 감탄했던 건 당시 해외 촬영이 흔하지 않던 우리 나라 영화와 달리 영국 블랙풀 댄스페스티벌을 촬영했다는 점과 배우들의 댄스 스포츠 실력이 상당했다는 점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댄스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기껏 '춤바람' 정도였던 때라 'Empress Ballroom'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스탭을 밟는 주인공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브리티시 댄스 챔피언십이 그렇게 세계적인 대회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던 것같습니다. 보는 사람들을 잊은 듯 열정적으로 춤추는 남녀들은 한쌍의 나비처럼 가볍고 가뿐하게 움직이더군요.

각종 장치까지 만들고 노력했지만 첫무대 이후 눈물까지 흘렸던 김원철.

물론 영화 자체는 '프로'들을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출연 배우들이야 하나같이 연습생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춤을 잘 췄어도 주인공 스기야마(야쿠쇼 고지)가 댄스 교습소에서 만난 그들은 블랙플 페스티벌에 나갈 정도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각자의 이유로 춤을 배우는 중년 남녀들일 뿐입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들을 건사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교습소를 찾은 아주머니도 있고 직장 동료들에게는 비밀로 몰래 사교댄스를 배우는 독신 남성도 있습니다. 스기야마 역시 춤같은 건 배울 것 같지 않은 점잖은 중년이었듯 다른 사람들 역시 의외의 선택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블랙플에서 실패하고 사교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는 메이(쿠사카리 타미요)는 그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엄격하고 때로는 냉정합니다. 스기야마가 댄스를 배우게 된 이유는 창가에서 어딘가를 응시하던 메이에게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한 중소기업의 중견간부로 안정적인 수입에 단란한 가족까지 있는 스기야마는 어딘가 모르게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고 외롭고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그런 그가 메이에게 느꼈던, 약간은 통속적인 감정은 까맣게 잊고 배우면 배울수록 커져가는 춤에 대한 열정으로 그의 인생을 바뀝니다.

함께 춤을 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 특별한 질문.

지난주 심사평에서 선우재덕, 이한나 팀의 춤을 두고 송승환 심사위원이 '불륜남녀'같다는 표현을 했던 것처럼(솔직히 그런 표현을 써서는 안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일본이나 우리 나라 역시 한 때는 댄스 스포츠가 바람피우는 수단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런 편견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굳이 춤을 배우는 그들의 모습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절실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나네요. 춤이라는 행위 자체가 감정을 발산하고 감동을 끌어내는 최고의 행위임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던 스타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스타들 역시 '댄스 스포츠'라는 생소한 분야 앞에서는 가르침을 받아야하는 아마추어들입니다. 춤이라곤 전혀 배워본 적 없는 뻣뻣한 사람도 있고 기존에 춤을 배웠어도 댄스 스포츠를 경험해보지 못한 그래서 자신의 춤추는 스타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바꿔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이 멋진 무대를 위해 노력하고 땀흘리는 모습은 묘하게 보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쉘 위 댄스'를 보며 춤추고 싶단 기분을 느꼈던 그 때처럼 나도 노력한다면 저런 무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충동 말입니다.

최고는 아니어도 보는 사람들을 유쾌하게 한 김원철의 춤.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한 12팀 중에서 1회와 2회에서 만족스럽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준 팀은 사실 없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잘 줘야 7점을 넘어가기 힘들다는 사실은 그들이 아직 부족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스탠다드 홀드'를 지적받는 팀이 많다는 건 그만큼 댄스스포츠의 기본에 익숙치 않다는 뜻입니다. 김원철이 자신의 댄스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교정기를 몸에 감듯 영화속 스기야마가 근무 중에도 정확한 홀드 위치를 익히기 위해 팔을 들고 감각을 익히듯 아직까지 많은 팀이 기본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춤추는 모습은 흐뭇합니다. 두 세차례 정도 박자를 놓친 예지원팀이나 안무를 빠트렸다면서 침통해하는 선우재덕팀, 시종일관 보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즐겼던 데니스 강이나 낮은 점수와 뻣뻣한 몸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김원철팀은 '잘 춘다'는 느낌을 주던 최여진, 박지우 팀이나 토니안, 신수지, 효연 보다 훨씬 더 만족스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효연이나 토니안은 분명 잘 추는 팀이지만 아직까지는 댄스 스포츠라기 보단 그냥 '춤'이라는 느낌이 강하죠. 지난 시즌 현아가 고생한 것처럼 본래 춤을 잘 추던 사람은 교정하기 위해 몇배의 노력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추는 춤은 연습하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춤'은 생각 보다 어렵습니다. 춤추는 사람 자신이 무대를 스스로 즐겨야 가능한 경지입니다. 잘 한다 못한다를 따져 스스로 경직되기 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할 때 그 감정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기본기를 다 연습한 상태도 아니고 유연성 면에서도 많이 뒤진 김원철이 그 정도의 여유있는 공연을 보여주는 건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김원철의 탈락은 참 아쉽습니다.

아쉬웠던 김원철, 손진주 팀의 탈락. 그러나 박수를.

'쉘 위 댄스'의 주인공들은 함께 춤을 추면서 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합니다. 무기력하던 일상에 활기를 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 기회를 얻고 또다른 삶을 향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서바이벌 경연도 좋지만 파트너와의 호흡, 보는 사람들과의 공감 그리고 무엇 보다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런 춤을 보여주는 무대도 좋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유난히 뻣뻣한 몸 때문에 초반에 탈락하리라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김원철, 손진주 팀이 탈락하고 보니 안타깝네요. 이대로라면 춤에 익숙하지 않은 선우재덕, 이한나 팀이나 데니스강, 김수경 팀도 초반 탈락하는게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시청율이 예전 같지는 않은 거 같더군요. 아직까지는 초반부라 출연자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지난 시즌에도 '카바레풍'이라 지적받았던 음악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듯합니다. 안무를 위해 새롭게 편곡해서 최여진, 박지우 팀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처럼 세련되게 바뀐 음악도 있는가 하면 춤추는 내내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음악도 솔직히 있습니다. 음악을 좀 다양하게 활용하는게 지루함을 줄이는데 큰 몫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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