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

'무신' 김규리가 청산가리 악플의 타겟이 된 이유?

Shain 2012. 2. 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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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가 총파업 중이라 많은 드라마들이 방영 중단 내지는 제작 중단되는게 아닐까 우려가 많지만 주말극인 '무신' 만은 정상적으로 방영이 된다고 합니다. 김진만 연출, 이환경 극본의 이 드라마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노예 사나이의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MBC 총파업 응원 콘서트인 '으랏차차 MBC'도 하루도 안되어 전좌석 매진되었다고 하고 '해를 품은 달'이나 '빛과 그림자'같은 드라마도 승승장구하는 요즘 '무신' 역시 MBC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출연 배우도 김주혁, 정보석, 김규리 등 제가 평소 좋아하던 사람들입니다.

김규리의 예전 이름은 '김민선'입니다. 1997년 모델로 데뷰하여 벌써 연기 생활이 10년도 넘었습니다. 한동안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만 출연하여 TV에선 보기 힘들었지만 2010년엔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하여 전문 댄서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늘 연기하는 모습 만 보다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경쾌하게 춤추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최종 2인이 남을 때까지 열심히 참가했지만 결국 문희준, 안혜상 팀에게 1시즌 우승을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출연했던 TV 드라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SBS의 '유리구두(2002)'이고 영화는 '미인도(2009)'입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격답게 초기 출연작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습니다. 영화는 많은 편수에 출연했지만 의욕적인 태도에 비해 딱 맞는 역할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한건 연기 때문이 아니라 '연예인 X파일'이 떠돌던 2005년경입니다. 당시 많은 연예인들이 구설에 올랐지만 아무도 연예인들을 대표해 인터뷰를 하거나 항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연예인들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잔뜩 담긴 X파일이 떠돌자 김규리는 '선녀와 사기꾼(2003)'에 같이 출연했던 안재욱과 연기자 노조 홍보 부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합니다. 동료 연예인들이 집중공격을 당했음에도 별다른 강력한 대응도 하지 않고 특별히 나서서 비판하는사람도 없던 그때 안재욱과 함께 동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녀는 용감해 보였습니다. 반면 'X파일'로 인해 많은 네티즌들의 조소와 조롱이 극에 치닫던 그때 대표로 나선 그들이 새로운 제물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했죠.

이런 예감은 2008년 '광우병 사태'가 있을 때 현실화됩니다. 당시 '청산가리' 발언, 즉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게 낫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미니홈피에 남겨 화제가 된 김규리는 'PD 수첩'팀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에게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합니다. 물론 2010년 2월 그 소송은 기각되었습니다. 'PD 수첩' 팀에 대한 소송도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났습니다. 그녀가 미니홈피에 남긴 발언은 논란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소송감이 아니었으니 처음부터 예견된 결과였을 것입니다.

영화 아프리카(2002)에 출연 당시의 김규리 (출처 : 다음 영화)

그러나, 그때부터 김규리는 '인터넷 악플' 그것도 '보수 네티즌'의 주 공격대상이 됩니다. '청산가리'란 말이 들어간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도 그때부터 시작된 악몽입니다. 개명을 결심한 것이 무차별로 쏟아지는 악플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어느 정도 괴롭힘을 당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 '무신'을 홍보하기 위한 기자간담회, 또 지난주 출연자 전원이 극중 캐릭터 분장을 하고 가졌던 제작발표회 후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녀가 등장한 기사엔 어김없이 악플이 쏟아집니다.

사실 김규리 뿐만 아니라 최근 특정 연예인들에 대한 '정치적 안티'가 상당수 많이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주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거나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는 소셜테이너 혹은 속칭 '개념연예인'들이라는 점입니다. 이효리나 김제동의 투표 독려가 공격대상이 되고 범법자 전두환에 대한 발언을 했던 김여진이 악플의 대상이 되는 건 '생각이 다름' 차원의 문제가 아닌 그냥 '공격'일 뿐입니다.

연예인들의 영향력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반면 부정적인 파급 효과도 분명히 있기에 그들의 선택이나 발언을 두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또 일부 종편출연 연기자들처럼 해당 연예인은 자신의 선택이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가 싫다'라던가 '투표를 하자' 내지는 '반값 등록금 실현'이 반론의 대상이 아니라 악플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영화 '아이들(2011)'에 출연한 김여진

가끔 생각해 봅니다. 일부 연예인들을 지목해서 비난하는 이 지독한 악플은 누굴 겨냥하고 있는 것일까요? 해당 발언을 했던 연예인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고 더이상 소신껏 발언하지 못하게 입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떤 연예인이든 자신들의 뜻을 거스르는 말은 하지 말라는 경고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산 소고기를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지독히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투표를 해야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투표하는 사람이 적어야 이익이라고 따지는 사람도 있겠죠. 그들의 입막음 행위가 바로 악플인 것입니다.

'악플'이 무서운 건 지속적으로 악플을 당하는 사람도 지치게 하지만 사람들에게 옳지 못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데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그 연예인을 'XXX녀'라 부르더란 말이 퍼져 나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무심코 해당 연예인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몇몇 연예인들이 유사한 악플을 당하면서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더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일 것입니다. 악의적인 말을 퍼트려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 이런 집단괴롭힘은 어디서 많이 본 수법이지요.

'무신' 연기자 김규리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드라마.

그러나, 그 '악플'의 주체들이 깨닫지 못한 건 사람들이 그 연예인들의 말에 동조해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그들의 발언에 지지를 보내는 것 뿐이라는 점입니다. 이효리가 아닌 김제동이 아닌 다른 누군가 '투표하자'는 말을 했더라도 네티즌들은 격하게 지지했을 것이고 김여진이 아니라도 반값 등록금은 누구나 원하는 일입니다. 이미 부풀어오른 풍선을 누가 터트리느냐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터져나올 반응이었다는 이야기죠. 연예인들의 입을 막는데 성공해도 또다른 누군가가 '개념 발언'은 터트리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연기 활동을 열심히 소화하는 김규리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연예인 중 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슬픈 일이 있었다는 고백도 연기자 생활을 고달프게 만든 악플 소동도 나중엔 한때의 추억으로 회고할 수 있는 날이 꼭 오리라 봅니다. 이번주부터 '무신'이 방영된다는 말을 듣고 상당히 기대중입니다. 무엇 보다 김규리의 아버지로 등장할 연기자가 정보석이라고 하더군요. 기자간담회에 등장한 김규리와 김여진 두 사람 모두 반가웠습니다. '무신'의 성공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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