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

'무한도전'이나 '해품달' 보다 소중한 가치는 방송

Shain 2012. 1. 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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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미 며칠전부터 MBC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제작거부로 10분간 방영되었고 기자들은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MBC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드라마, 예능을 제작하는 연예부까지 합세해 강력한 항의에 나섰습니다. 그들의 의지가 강경해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해를 품은 달'을 비롯한 인기 드라마와 '무한도전', '나는 가수다'같은 인기 프로그램의 결방을 걱정하며 그들의 총파업 파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SBS와 KBS도 MBC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처지입니다.

지난 80, 90년대부터 방송가의 총파업을 경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992년 MBC 총파업으로 유명 앵커 '손석희'가 수의입은 사진으로 화제가 되었던 그 때입니다. 1984년 MBC에 입사한 손석희는 라디오 DJ와 뉴스 아나운서로 오랫동안 활약했고 깔끔한 외모와 군더더기 없는 진행 솜씨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파업이나 시위를 금기시하던 분위기였던 시대 상황에서 그의 파업 참여는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수의를 입으면 많은 사람들이 위축되고 힘들어하기 마련인데 푸른 수의를 입고 끈과 수갑에 결박된 그는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시위가 신세 망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MBC 총파업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MBC의 방송 분위기가 많이 변했고 그 때와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일부 달라지기는 했지만 MBC의 총파업 목적은 그 때나 지금이나 어떤 의미에선 일맥상통합니다. 그때는 '방송민주화'를 위해서 지금은 '공정보도'를 위해 일어섰기 때문입니다.

방송국의 총파업은 꽤 많은 분야에 타격을 입힙니다.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줄어들어 일단 보는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해야하고 방영되지 않는 프로그램수 만큼 광고 수익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작자들 역시 시청률 경쟁에서 낙오되면 그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피를 깎는 노력을 해야할 지 모릅니다. 제 아무리 시청률 1위의 프로그램 제작자라도 어떤 방송국 어떤 프로그램이 그 순위를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방송계의 긴박한 생리를 생각하면 파업은 오히려 제작자들에게 위험한 일입니다.

특히 MBC 드라마는 요즘 몇년만에 물만난 물고기처럼 대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인 '빛과 그림자'는 광고나 언론 플레이 없이도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기특한 드라마고, 퓨전 사극 열풍을 타고 수목 드라마 1위를 차지한 '해를 품은 달'은 순식간에 30퍼센트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간만에 '드라마 왕국'이란 명성을 되찾는가 싶었는데 그 명예를 포기하고 총파업에 들어선 그들의 마음이 편하기만 했을까요. 아마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일부 언론은 총파업의 영향으로 다음주부터 대거 결방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 영향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제작진과 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 이기에 속어로 '땜빵' 방송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미 9시를 지키던 '뉴스데스크'가 손을 놓은 이 시점에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방영 중단되면 MBC는 사실상 휴업에 들어갑니다. 전국민을 상대로 송출되는 전파가 공백상태란 뜻입니다.

그러나, MBC 노조가 총파업을 실행할 동안 그들의 타겟이 자신임을 알면서도 비겁하게 자리를 비운 김재철 사장이나 MBC의 현 상황에 큰 부분 책임이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비리, 또 그 모든 걸 지시하고 협의한 정권의 부도덕함이 총파업을 긍정하게 합니다. 이미 오랫동안 방송인들은 횡포를 참아왔고 본의 아니게 '나꼼수'나 SNS를 비롯한 많은 미디어가 TV 방송,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방조했습니다.

'석고대죄 드린다'는 MBC 노조의 대국민 사과문을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10. 26 선거 부정 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던 디도스 사건을 보도할 때도 각종 정권의 친인척 비리를 취재할 때도 FTA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이야기할 때도 사대강을 비롯한 현행 정부의 부실함을 비판할 때도 MBC는 늘 그 초점을 비켜갔고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국민들은 공중파 방송 MBC에게 등을 돌렸고 한때 MBC는 케이블 보다 못하다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들의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해를 품은 달'의 애절한 사랑 보다도 '무한도전'의 신랄한 즐거움 보다도 공영방송 MBC가 국민들 옆으로 복귀하는 것이 훨씬 시급한 과제입니다. 앞으로는 다시 비굴하고 비겁한 방송이 되지 않도록 MBC 노조의 파업을 격려하며 건승을 빕니다.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어서 빨리 돌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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