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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쨍쨍한 날이 있으면 폭풍치고 비내리는 날도 있는 것처럼 가족 간에 일어나는 일이 늘 유쾌하거나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이번주 내용은 모두가 슬픈 현실에 직면하는 '날궂은 날'의 사연들이었습니다. 사돈과 사귀게 해 달라며 집을 나갔던, 가장 어린 '말세커플'도 스스로 독립하고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던 '천방커플'도 재벌과 서민이라는 환경차이 때문에 이별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남몰래 감추고 있던 이숙(조윤희)의 나약함이 드러난 순간이기도 합니다.
큰 딸 방일숙(양정아)는 양아치나 다름없는 남남구(김형범)의 횡포로 자신이 좋아하는 윤빈(김원준)에게 이혼 사실을 들키게 되었습니다. 윤빈은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이미 일숙의 이혼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남남구에게 '늙은 빠순이' 소리를 들으면서까지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던 일숙의 비밀이 이혼이었습니다. 남들이 늙은 퇴물 가수와 돈없는 이혼녀라고 뭐라 해도 새출발을 하고 새 인생의 희망을 얻고 싶어하던 그들에게 남남구의 악다구니는 쉽게 낫지 않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숙의 아픔도 참 가슴시린 고통이었지요.
딱 부러지고 똑똑하던 차윤희(김남주)도 국민남편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매사를 현명하게 처리하려던 남편 방귀남(유준상)도 자신들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슬픔에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일을 무리하게 해서도 아니고 충격을 받아서도 아니라 태반이 자라기전엔 알 수 없는 선천적 자궁 기형으로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고 태교에 열중했어도 또는 입원을 해서 아이만 기다렸더라도 피할 수 없는 유산이었던 것입니다. 원치 않는 아이였어도 내심 사랑스럽던 그 아이가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리다니 무리해서 괜찮은 척하던 윤희도 초음파사진을 보며 펑펑 눈물을 쏟고 맙니다.
피를 나눈 가족 간이라고 해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낳은 자식의 속마음도 정확히 모르고 같은 배를 타고난 형제끼리도 서로를 납득하지 못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함께 겪고 슬픔을 나누면 그 돈독함이 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철없는 시누이 말숙(오연서)이 며느리 입장을 알게된 것처럼 윤희가 방귀남을 버렸던 둘째 며느리 장양실(나영희)의 심정을 알게 된 것처럼 또 지환(이도현)이라는 아이의 자폐 증세를 보며 방귀남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더욱 수월하게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 내린 슬픈 비는 가족들 서로를 이해하도록 해줄 것입니다.
현실 속의 많은 부부들이 다양한 이유로 유산을 경험합니다. 교통사고같은 급작스런 충격에 또는 윤희처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형 때문에 적잖이 많은 아이가 부모 곁을 떠나곤 합니다. 윤희가 목놓아 우는 장면을 보고 유산을 경험했던 많은 주부들은 자신도 모르게 같이 울었다고 합니다. 임신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이지만 유산도 엄마의 몸에 출산과 똑같은 영향을 미치고 그 죽은 아이는 영원히 부모 가슴에 상처로 묻혀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야기 전개를 위한 설정이었다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대부분 예상하는 대로 차윤희의 유산은 아마도 공식지정 '왕따'가 된 외톨이 장양실을 이해시키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출산과 똑같은 유산을 수없이 경험하고도 미역국 한번 받아먹지 못하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주변의 추궁이나 듣던 젊은 며느리 장양실의 기분이 어땠을까. 그 마음을 윤희가 느끼기 위한 설정이라고들 합니다. 방귀남을 버렸다는 이유로 전막례(강부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없는 사람 취급하고 못된 남편 방정훈(송금식)까지 사라져 혼자가 된 양실에게 어찌되었든 가족은 엄청애(윤여정)를 비롯한 막례의 식솔들 뿐입니다.
또 윤희의 유산은 처음볼 때부터 운명처럼 윤희를 '엄마'라고 부르던 그 아이. 서울까지 윤희를 찾아온 그 아이 지환이 '넝쿨째 굴러온 업둥이'가 되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버리고 간 아이든 입양하여 키우게 된 아이든 업둥이를 얻는 건 운명이라고들 합니다. 아이 잃은지 얼마되지 않은 윤희에게 당장은 입양이 무리이고 힘들겠지만 부모 잃고 자폐증세까지 보이는 아이를 보면 죽은 아이가 생각나 가슴이 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은 아이 대신이라고 하긴 뭐해도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거야 어차피 '작가 마음'대로 펼쳐나갈 전개이고 또 지금 당장은 이야기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걱정한 것은 윤희에게 닥쳐올 후폭풍입니다. 친어머니 한만희(김영란)가 미역국을 끓여먹이며 윤희를 달래고 방장수(장용)가 며느리 긁지 말라며 엄청애를 단속하고 원래 못된 편이 아닌 엄청애는 진심으로 아들 부부의 슬픔을 걱정해주고 있습니다. 구세대인 할머니 막례까지도 손주며느리의 유산을 아쉬워할지언정 슬픔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래도 가족이니까 최대한 말을 아껴줄 것입니다.
문제는 윤희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주변의 손가락질입니다. 남편의 바람으로 친정에 살게 된 일숙에게 동네 사람들은 이혼당하고 쫓겨온 거라며 막말을 합니다. 이혼의 유책사유자인 남편이요? 그 놈은 한술 더 떠서 방일숙에게 이런 일이나 하고 다니는 하찮은 여자라고 삿대질을 해댑니다. 윤희가 임신 때문에 직장의 잉여 인력 취급을 당하고 사장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구질구질하다'는 뒷담화까지 들어야했던 것처럼 세상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상처를 주곤 합니다. 직장을 고집하던 윤희가 들을 말은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할머니 막례의 처음 반응처럼 '그것 봐라 일 그만 두고 아이에 집중했어야지'라는 말부터 평소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말이 씨가 되었다는 말도 들을 것이고 아이가지고 못된 소리 해서 애가 떨어진 거란 막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선천적인 자궁 기형이 이유였다고 해명해도 '그럼 아이가질 수 없는 여자가 결혼을 했냐'는 말을 할 지도 모르죠. 속사정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윤희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둘째 며느리 장양실이 겪었던 것처럼 엄마 혼자서도 감당하기 힘든 유산의 아픔을 남들이 함부로 말하는 고통을 경험해야한다는 뜻입니다.
뱃속 아이가 자기 말을 들을까봐 배를 손으로 가리고 방귀남과 대화를 나누던 윤희. 그녀는 직장가진 엄마로서 직장에도 최선을 다했고 아이에게도 최선을 다 했습니다. 병원에서도 분명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고 했었구요. 사람이 살다보면 이혼도 있을 수 있는 일인것처럼 유산도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슬픔인데 그 아픔을 감싸주는 세상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그런 윤희의 마음을 잘 아는 장양실이라면 자신이 겪었던 그 일을 조카 며느리는 조금 더 쉽게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요. 장양실은 그 과정에서 진짜 막례의 가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시청자의견 중에는 방귀남을 '테리'라는 이름으로 키워낸 양부모야말로 진정한 귀남의 가족이 아니냐는 내용도 있습니다. 낳기만 했을 뿐 30년 이상 떨어져 산 가족은 남과 다름없지 않느냐고 합니다. 입양은 친가족이 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행위이고 쉽게 결정해서도 안되고 '누군가의 대신'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유산 하지 않고 부모를 잃지 않고 격한 고통을 겪기전에 진짜 가족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갈등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을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한가지 두가지 깨달으면서 가족이 되어야 피한방울 안 섞인 사람들도 진짜 가족이 되는가 봅니다. 그래도 유산이라는 건 듣기만 해도 참 슬프네요.
큰 딸 방일숙(양정아)는 양아치나 다름없는 남남구(김형범)의 횡포로 자신이 좋아하는 윤빈(김원준)에게 이혼 사실을 들키게 되었습니다. 윤빈은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이미 일숙의 이혼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남남구에게 '늙은 빠순이' 소리를 들으면서까지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던 일숙의 비밀이 이혼이었습니다. 남들이 늙은 퇴물 가수와 돈없는 이혼녀라고 뭐라 해도 새출발을 하고 새 인생의 희망을 얻고 싶어하던 그들에게 남남구의 악다구니는 쉽게 낫지 않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숙의 아픔도 참 가슴시린 고통이었지요.
모두의 마음 속에 슬픈 비가 내리던 날.
피를 나눈 가족 간이라고 해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낳은 자식의 속마음도 정확히 모르고 같은 배를 타고난 형제끼리도 서로를 납득하지 못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함께 겪고 슬픔을 나누면 그 돈독함이 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철없는 시누이 말숙(오연서)이 며느리 입장을 알게된 것처럼 윤희가 방귀남을 버렸던 둘째 며느리 장양실(나영희)의 심정을 알게 된 것처럼 또 지환(이도현)이라는 아이의 자폐 증세를 보며 방귀남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더욱 수월하게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 내린 슬픈 비는 가족들 서로를 이해하도록 해줄 것입니다.
아이 잃은 윤희의 고통 어떻게 치유될까
현실 속의 많은 부부들이 다양한 이유로 유산을 경험합니다. 교통사고같은 급작스런 충격에 또는 윤희처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형 때문에 적잖이 많은 아이가 부모 곁을 떠나곤 합니다. 윤희가 목놓아 우는 장면을 보고 유산을 경험했던 많은 주부들은 자신도 모르게 같이 울었다고 합니다. 임신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이지만 유산도 엄마의 몸에 출산과 똑같은 영향을 미치고 그 죽은 아이는 영원히 부모 가슴에 상처로 묻혀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야기 전개를 위한 설정이었다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대부분 예상하는 대로 차윤희의 유산은 아마도 공식지정 '왕따'가 된 외톨이 장양실을 이해시키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출산과 똑같은 유산을 수없이 경험하고도 미역국 한번 받아먹지 못하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주변의 추궁이나 듣던 젊은 며느리 장양실의 기분이 어땠을까. 그 마음을 윤희가 느끼기 위한 설정이라고들 합니다. 방귀남을 버렸다는 이유로 전막례(강부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없는 사람 취급하고 못된 남편 방정훈(송금식)까지 사라져 혼자가 된 양실에게 어찌되었든 가족은 엄청애(윤여정)를 비롯한 막례의 식솔들 뿐입니다.
과거 습관성 유산으로 큰 슬픔을 겪었던 둘째 장양실
그런 거야 어차피 '작가 마음'대로 펼쳐나갈 전개이고 또 지금 당장은 이야기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걱정한 것은 윤희에게 닥쳐올 후폭풍입니다. 친어머니 한만희(김영란)가 미역국을 끓여먹이며 윤희를 달래고 방장수(장용)가 며느리 긁지 말라며 엄청애를 단속하고 원래 못된 편이 아닌 엄청애는 진심으로 아들 부부의 슬픔을 걱정해주고 있습니다. 구세대인 할머니 막례까지도 손주며느리의 유산을 아쉬워할지언정 슬픔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래도 가족이니까 최대한 말을 아껴줄 것입니다.
방귀남에도 지환이와 같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할머니 막례의 처음 반응처럼 '그것 봐라 일 그만 두고 아이에 집중했어야지'라는 말부터 평소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말이 씨가 되었다는 말도 들을 것이고 아이가지고 못된 소리 해서 애가 떨어진 거란 막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선천적인 자궁 기형이 이유였다고 해명해도 '그럼 아이가질 수 없는 여자가 결혼을 했냐'는 말을 할 지도 모르죠. 속사정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윤희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둘째 며느리 장양실이 겪었던 것처럼 엄마 혼자서도 감당하기 힘든 유산의 아픔을 남들이 함부로 말하는 고통을 경험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사랑과 위로가 필요한 차윤희. 장양실이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실 시청자의견 중에는 방귀남을 '테리'라는 이름으로 키워낸 양부모야말로 진정한 귀남의 가족이 아니냐는 내용도 있습니다. 낳기만 했을 뿐 30년 이상 떨어져 산 가족은 남과 다름없지 않느냐고 합니다. 입양은 친가족이 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행위이고 쉽게 결정해서도 안되고 '누군가의 대신'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유산 하지 않고 부모를 잃지 않고 격한 고통을 겪기전에 진짜 가족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갈등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을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한가지 두가지 깨달으면서 가족이 되어야 피한방울 안 섞인 사람들도 진짜 가족이 되는가 봅니다. 그래도 유산이라는 건 듣기만 해도 참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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