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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조현민이 벗어날 수 없는 신효정 살인의 모순

Shain 2012. 8. 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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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주어진 단서로 미궁의 사건을 추리하는 소설류가 많았는 요즘은 오로지 작가만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독자나 시청자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미스터리물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실마리로도 모든 걸 예측하는 머리좋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작가가 신'이 되는 이런 전개는 어쩔 수 없는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건 작가 마음'이라는 전개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매력이 솔솔합니다. 함께 추리해서 결말을 알아맞추고 싶은 시청자들에겐 다소 '약올리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드라마 '유령'의 전개 방식도 그렇습니다. 첫회에 등장한 탑스타 신효정(이솜) 살인 사건을 사이버 수사1팀의 인물들이 수사해나갔지만 그때 알 수 없던 것들이 마지막회를 앞둔 이제서야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CK전자 남상원(문태원) 살인사건엔 두 개의 동영상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살인 사건 현장에 김우현(소지섭)이 함께 있던 그 동영상, 하데스(최다니엘)와 유강미(이연희)가 함께 보았던 동영상과 전재욱(장현성)과 권혁주(곽도원)가 함께 보았던 동영상의 각도가 달랐던 이유는 하데스가 본 것은 신효정이 남몰래 찍었던 핸드폰 동영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 조현민과 박기영의 법정 싸움.


남상원을 비롯한 다수를 살해한 조현민(엄기준)은 언제나 교묘하게 혐의에서 벗어납니다. 남상원을 죽인 것은 사촌인 조재민(이재윤)이라 조작했고 자신은 그때 출장중인 것으로 위장했습니다. 타인을 이용하기 때문에 의심받지도 않습니다. 반면 살인을 목격했다는 운전사의 증언 때문에 조재민은 자신에게 얽힌 혐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염재희(정문성)를 죽인 것도 강응진(백승현)이었고 조경신(명계남)은 자식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마치 유령처럼 마치 거미줄에 얽힌 먹이를 잡는 독거미처럼 조현민은 치밀하게 모든 일을 진행했습니다.

세이프텍 백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재계 유력인사들의 정보를 탈취하고 세강그룹의 오너가 된 조현민. 그는 김우현인 척 위장하고 있는 박기영의 정체까지 알아내 승리할 수 있는 모든 패를 쥐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해커들인 대왕팀이 잡히고 세이프텍이 무력화된 지금 그는 차츰차츰 진짜 유령 '박기영'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무엇 보다 신중한 그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저지른 살인, 신효정 살인 사건 만큼은 확실하게 조현민의 발목을 잡을 듯합니다. 사랑하면서도 살해한 유일한 희생자가 신효정 아니었을까요.



드라마 속에 등장한 여러 아버지들의 희생

'유령'의 첫회는 상당히 충격적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 고민하던 여배우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유명 해커 하데스가 해킹하던 아이피를 쫓던 경감 김우현은 그의 흔적을 따라갔다가 신효정의 죽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용의자는 당연히 신효정의 컴퓨터를 해킹하던 하데스입니다. 그는 신효정의 트위터 계정으로 '자살암시' 트윗까지 조작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씁니다. 김우현은 하데스의 정체가 경찰대학 시절 친구 박기영(최다니엘)이라는 걸 알게 되자 충격을 받고 진실을 파헤치지만 모종의 이유 때문에 박기영을 직접 죽이려 합니다.

김우현은 남상원 살인 사건 현장에 조현민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병석에 누운 그의 아버지 김석준(정동환)은 조현민의 아버지 조경문(전인택)이 자살할 때 거짓증언을 했던 경찰이었습니다. 조현민은 김석준과 김우현의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이었고 우현은 약점이 잡힌 상태로 박기영을 제거하라 종용당한 듯합니다. 신경수(최정우)에게 보고했지만 신경수 역시 조경문 회장의 거짓 혐의에 가담한 경찰 중 한명이었습니다. 박기영은 김우현인 척 경찰청에 잠입해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효정이 찍은 살인사건 동영상이 하나 더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


그리고 죽은 김우현은 당시 한가지를 더 알고 있었습니다. 김우현은 죽기전 박기영과의 대화를 근거로 신효정을 아파트 창문 밖으로 떠민 남자가 누군지 추적해 나갑니다. 세계지도가 그려진 시계를 차고 있고 같은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해 신효정의 트위터를 해킹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살던 그 남자는 아파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신효정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추적을 통해 그 남자가 신효정의 이웃에 사는 '조현민'임을 알게 된 김우현은 놀랍니다. 신효정과 조현민이 남상원 살인 사건 현장에 함께 나타날 만큼 가까운 사이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강미가 그때 신효정의 디지털 증거들로 추적한 바에 따르면 신효정은 당시 임신 중이었습니다. 임신이라면 대체 누구의 아이이고 도대체 그 상황에서 신효정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또 누가 신효정의 성접대설을 퍼트렸으며 하데스 박기영에게 신효정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무언가를 찾아달라 부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지막에는 그 비밀이 모두 밝혀질 것입니다. 연결고리를 몰라 추측할 수 없던 일들이 다 풀리겠지요. 근데 흥미로운 것은 신효정은 임신 때문에 제법 고민을 한 것같은데 조현민은 신효정을 죽이는 그 순간까지도 신효정의 임신을 몰랐던 분위기입니다.

'당신은 이미 소중한 걸 잃었다'는 박기영의 말 그것은 죽은 아이일까?


만약 신효정의 임신을 모른채 신효정을 죽인거라면 조현민은 상당한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를 위해 살인을 시작한 범죄자입니다. 드라마에는 자식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조경문 회장은 자식을 위해 조경신이 보낸 독주를 마시고 자살했고 김석준 역시 박기영과의 대화로 짐작해보자면 아들의 안전 때문에 동조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현민이 우현의 아들을 데리고 겁을 주는 장면을 보아 김우현 역시 박기영을 죽이려 했던게 아들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정적으로 조경신이 자살한 것도 아들 조재민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형을 죽이고 조카를 내치려했을 만큼 비정한 악인 조경신이 아들에게만은 애틋한 정을 보이며 대신 죽는다는 건 마지막회를 위한 상당히 특별한 복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진짜 악당이었다면 아들을 희생시키고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아버지가 자식들을 위해 희생했고 무엇 보다 조현민 자신이 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살아남았는데 자신은 자식과 그 어머니를 직접 죽인 비정한 아버지가 되었다는 모순. 이 부분은 악역 조경신이 자살하던 순간처럼 극적 반전을 가져올만한 설정입니다.

마지막이 될 박기영과 조현민의 대결. 충격적인 반전은 무엇인가.


다소 쓸쓸하게 신효정을 추억하던 조현민의 표정으로 보아 신효정은 남상원을 살인하던 그때쯤 조현민과 사랑하던 사이였을 것입니다. 임신한 상태로 살인에 동조하게 된 신효정은 그 장면을 우연히 자신의 핸드폰에 담았고 조현민은 애인이 그런 파일을 갖고 있음을 알고 달라 요구했지만 살인에 충격받은 신효정은 주지 않습니다. 복수가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한 조현민은 성접대설을 퍼트려 신효정을 위기에 몰아넣고 협박합니다. 또 신효정이 숨긴 동영상을 찾기 위해 하데스를 고용했거나 신효정을 죽이고 그 사건에 김우현과 함께 엮으려 했을 수도 있죠.

임신한 신효정이 단지 조현민을 고발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을 거 같진 않습니다. 조현민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다른 판단을 하려 했을 것이고 조현민은 그런 그녀를 적이라 생각해 살해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를 위해 살인을 시작했는데 정작 자신은 자식을 죽이다니 '멘탈이 붕괴'할 일입니다. 사이코패스는 본래 자신의 변명과 논리가 무너지면 냉정을 잃는다고 합니다. 신효정의 비밀이 담긴 영상을 보면 '잃어버린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겠죠. 사람을 여럿 죽인 조현민이 아이가 죽었다는 '작은' 사실 때문에 반성할 것 같지 않기도 합니다만 조경신이 자살한 것처럼 그 역시 아버지의 심정이 된다면 불가능한 반전은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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