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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앨리스, 진짜 앨리스는 한세경이 아닌 차승조 아닐까

Shain 2013. 1. 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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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상식과 기준에 맞지 않는 세계와 접했을 때 '이상한 나라'에 왔다고 표현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몸이 커졌다 작아지고 트럼프들이 움직이는 정말 '이상한 나라'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앨리스 입장에서는 사람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 그 세계가 이상한 것입니다. 반면 '이상한 나라' 사람들 입장에서는 시계토끼가 뛰어다니고 하트퀸이 참수 명령을 내리고 체셔고양이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일이 그 나라의 질서에 맞습니다. '앨리스'가 이상한 사람일 뿐이지요.

'청담동 앨리스'는 청담동이라는 이상한 나라와 마주친 신데렐라 한세경(문근영)의 이야기입니다. 돈없고 비전없는 남친과 노력하며 살아보려 했지만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쉽지 않은 그녀에게 '청담동'은 그냥 이상한 나라일 뿐이었습니다. 비상식적이다 싶을 정도로 비싼 물건들과 마치 타고난 귀족인 양 스스로를 길러진 안목도 자세도 타인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신인화(김유리)의 태도 또 결혼을 결정하는 기준이 사업상의 이득과 집안끼리의 결합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한세경에게 신기하게 보일 뿐입니다.

신인화의 계략으로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된 차승조는 웃는다.


드라마 초반부에는 당연히 '앨리스'가 한세경이었습니다. 팀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속 앨리스(미아 바시코브스카)처럼 다소 어둡고 현실감각이 뛰어나 보이는 한세경은 '청담동 월드'의 일원이 되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닫고 청담동 월드의 일원이 되기로 합니다. 한세경은 시계토끼를 찾느냐 타미홍(김지석)을 만나고 아르테미스 한국지사 사장이라는 장띠엘샤(박시후) 주변에 얼쩡거립니다. 그때까지는 이상한 세계에서 헤매는 앨리스는 영락없이 한세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김비서인 척하며 세경과 어울리던 차승조의 진실이 드러나고 세경이 '이상한 나라'의 룰이 아닌 '평범한 세상'의 룰인 사랑을 선택하고 나서는 달라져버렸습니다. 된장녀를 비웃고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을 조롱하던 차승조는 알고보니 '사랑'이라는 도피처에 숨어 사는 애정결핍증 환자였습니다. 어머니없이 자란 승조는 차일남(한진희)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고 첫사랑 서윤주(소이현)가 떠나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입니다. 힐링이라며 일남과 윤주에게 복수했지만 그마저 유치한 어린아이의 장난에 불과했습니다.

차승조를 위해 비밀을 덮기로 한 차일남과 세경. 승조야 말로 이상한 나라로 온 앨리스는 아닐까.


따지고 보면 차승조야 말로 '청담동'이라는 이상한 나라에서 평생 동안 '사랑'을 꿈꾼 진짜 앨리스였습니다. 때로는 사물이 실제 보다 훨씬 커보이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일로 트럼프 병사의 목이 잘리고 비어있는 찻잔의 홍차를 마시라고 권하고 졸고 있는 생쥐를 구박하고 자기 눈물에 빠져 헤엄치는 그 이상한 일들을 차승조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것입니다. 정략혼이 일상인 그네들의 비지니스 세게에서 계획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뒷조사로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애방식을 차승조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이상하다고 했고 이게 아니라고 소리쳤습니다.

팀 버튼이 만들어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딱딱한 귀족 사회에 한심함을 느꼈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돌아와 현실을 직시하던 순간입니다. 마음에 없는 결혼을 강요당하던 앨리스는 스스로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는 지혜로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청담동 앨리스'의 차승조에게는 아직까지 그런 현실감각이 보이지 않습니다. 차일남의 아들이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사랑 만으로 결혼을 결정하진 않는다는 현실에도 타협해야하는데 그는 현실에서 도피하려 합니다.

이상한 세계에서 이상한 일들을 보는 '진짜 앨리스'는 누구?


신인화의 질투로 서윤주와 한세경의 대화를 보게 된 차승조는 웃었습니다. 그 웃음은 일단 현실을 부정한단 뜻입니다. 차승조의 절친 허동욱(박광현)의 말로는 차승조는 '현실을 인정하면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는 청담동의 질서 보다는 환상 속의 사랑을 믿으려고 합니다. 서윤주와 차일남이 한세경에게 끝까지 비밀을 지키라 신신당부한 것도 승조의 증상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차승조는 계속해서 현실로 돌아오길 거부하고 환상 속에 사는 앨리스처럼 살고있습니다. 어쩐지 마음의 병이 들어 있는 앨리스입니다.

오늘 방영분을 포함해 '청담동 앨리스'는 단 세 편의 방영분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일단 현실을 부정하긴 했지만 한세경의 비밀을 듣게 된 차승조는 세경이 청담동에서 살아가길 결심했듯 계속 꿈속에서 살아갈지 현실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합니다. 사랑지상주의자였던 차승조가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고 처음부터 한세경의 진짜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대반전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서윤주와의 경험에서, 세경과 소인찬(남궁민)의 사랑에서 진짜 '힐링'이 무엇인지 배웠던 차승조를 생각하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어쩌면 모두가 특별한 선택을 하는 '앨리스'는 아닐까. 숨겨진 진실이 있을 수도.


생각해보면 등장인물 모두가 특별한 선택을 하는 '앨리스'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호구'로 여겨지던 신민혁(김승수)은 서윤주의 과거와 신분상승을 꿈꾸는 목표를 전혀 모르고 받아들였을까요. 서윤주는 지금까지 비지니스에 성공해 지앤누리 사모님 자리를 차지했다고 믿어왔지만 신민혁은 청담동남자답지 않게 서윤주를 진짜 사랑해서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든 '앨리스'처럼 내가 사는 세상에 불만을 느끼고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와 현실을 직시합니다. 사람사는 곳에서 지나친 이분법은 잘못되었음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꿈으로 모든 이야기를 끝맺었듯 '청담동 앨리스'도 한세경의 한바탕 꿈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힐링'이 필요했던 이상한 나라의 지찔남 차승조가 한세경과의 만남에서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애정결핍과 '청담동'이라는 현실에서 도망쳤던 차승조가 조금 더 성장해서 영화 속 앨리스 처럼 딱 부러진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을 지켜주고 싶어한 사람들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의 예상 보다 훨씬 더 행복한 결말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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