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MBC 과속운전 실험, 경찰 입회하면 공익성 보장되나

Shain 2013. 3. 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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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요즘 김재철 사장 퇴임으로 시끄럽습니다. 지난 3월 26일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결정하자 김재철은 해임 절차를 밟기 전에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재철의 사표가 'MBC 역사상 방문진에 의해 해임당한 최초의 사장'이란 불명해를 피하기 위한 행보인 동시에 3억원 이상의 퇴직 연금을 챙기기 위한 꼼수라 지적합니다. 방문진의 해임 권한을 무시하면서 사적 이익에는 밝은 그의 행동은 다시 한번 비난의 대상이 될 것같습니다. 한편 MBC의 노조의 고소로 김재철 사장의 개인비리와 부정한 법인카드 사용을 수사중이던 검찰은 MBC에 요청해 자료를 제출 받았다고 합니다.

해임 이전부터 김재철 사장의 '난폭운전'은 각계 각층의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한때 '드라마왕국'으로 불리던 MBC의  드라마 시청률이 종편 수준으로 떨어질 날이 올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구암 허준'이란 일일 사극으로 평균 시청률 반등을 노려봤지만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구암 허준'의 시청률은 평균 6퍼센트 미만입니다. MBC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으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뉴스데스크'는 편파 시비에 시달리고 자막이나 왜곡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김재철 사장 재임 이후에 수준이 떨어졌다는 의견입니다.

'김포-잠실까지 난폭운전, 과연 더 빠를까' MBC의 과속운전 실험 뉴스(이미지출처 :MBC)

공중파 방송 뉴스의 기본 요건은 선정성 보다는 공익성이고 공익성 보다는 기본 보도 윤리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MBC 뉴스 보도는 많은 부분 뉴스의 본질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자주 받습니다. 그중에서 어제 방송된 '김포-잠실까지 난폭운전, 과연 더 빠를까?'라는 뉴스는 과연 이 뉴스가 무엇을 위해 제작된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뉴스는 김포에서 잠실까지 과속에 신호위반을 하며 달린 운전자와 정상 운전을 한 운전자 중 누가 더 빨리 도착했으며 운전자의 건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실험하는 내용입니다.

차량 소통이 거의 없는 한적한 시간대나 끼어들기가 원활한 널널한 도로를 제외하곤 과속운전을 해봤자 남들 보다 더 빨리가진 못한다는 게 널리 알려진 상식입니다. 어제 방송된 뉴스는 그 말이 사실인지를 검증해보는 실험이었고 실험에 참가한 과속 운전 차량은 비교 대상이 된 차량 보다 불과 15초 빨리 목표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반면 속도위반 6번, 신호위반 4번, 갓길운전 1번으로 총벌점은 295점, 범칙금은 76만원이 부과되었으며 과속을 한 운전자는 혈압이 185까지 상승하는 등 신체에 무리가 왔습니다. 과속 운전해봤자 별로 이익이 없다는 내용은 충분히 부각이 되었죠.

그러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첫번째 반응은 아무리 경찰이 입회를 했다고는 하나 다른 운전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며 이런 무리한 실험을 해야하냐는 쪽으로 과속 현장에서 바로 단속해야하는 경찰이 다른 운전자의 피해를 보고 그냥 지나쳤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아무리 방송 보도가 공익성을 위해서라지만 법을 단속해야할 경찰이 공공법규를 대놓고 무시했고 곡예운전까지 하는 내용을 그대로 방송한 셈이니까요. 또 실험 참가에 동의하지 않은 다른 운전자들은 갑자기 뛰어드는 과속 차량에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과속 차량의 법규 위반 내용. 경찰은 실험을 위해서 보고도 모른 척했나(이미지출처: MBC)

두번째 반응은 이 실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입니다. 과속 운전 실험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실험 거리가 훨씬 길어야 하고 주행한 곳도 강남이 아닌 다른 길이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속 운전'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은 비슷한 거리에서 실제로 달려본 경험상 15초가 아니라 20분 정도는 빨리 도착할 수 있는데 실험이 혹시 조작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무리 과속운전이 옳지 않다는 걸 계몽하기 위해서라지만 15초는 너무 과장된 실험결과였다는 뜻입니다. 과속 경험자(?)들은 최고 10분에서 30분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증언합니다.

세번째 반응은 이 실험이 과속운전의 위험성을 알려주기 위한 공익적인 보도였다는 의견입니다. 이런 실험이 불법인 줄은 알지만 방송에서 직접 보여줌으로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반응으로 한번쯤 방송에서 이렇게 보여주는게 좋다는 반응입니다. 다른 운전자의 안전이나 불법을 경찰에서 방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관련 법규가 있겠지라는 식으로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 편입니다. 약간은 무리한 실험결과이고 불법일 수도 있으나 방송 성격 자체가 공공성이 있으니 용서할 수 있다는 입장일 수 있겠네요.

과속, 신호위반, 곡예운전의 아찔한 순간, 실험참가 경찰의 반응은?

예전부터 MBC '뉴스데스크'의 '엉뚱한 실험'뉴스는 예전부터 인터넷에서 큰 화제였습니다. 2011년 2월 13일에 방송된 일명 'PC방 전원차단 실험뉴스'는 개그콘서트 보다 훨씬 웃기는 뉴스로 인터넷에서 패러디되는 내용이며 이 뉴스로 인해 MBC는 경고 조치까지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게임과 유저의 폭력성을 무리하게 연결시킨 이 뉴스에서 기자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많은 한 PC방의 전원을 경고없이 차단합니다. 몰입하던 것을 방해받은 유저들은 당연히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MBC는 이를 게임 유저들의 폭력성으로 호도해 방송합니다.

 당시 그 PC방에 있었다는 사람들의 증언을 읽어보면 MBC는 욕설 장면만 촬영하고 아무런 사과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합니다. 돈을 내고 PC방을 이용하는 실험참가자들의 권리나 손해(게임이 중간에 끊어지면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PC방 유저들을 반강제적으로 피실험자로 만들어버린 이 뉴스는 두고두고 MBC의 치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발생한 사이버테러로 MBC의 전산망이 마비되었을 때 MBC 직원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무언가를 갑작스럽게 방해받았을 때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도로법으로 단속하는 과속 운전이나 난폭운전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과속운전의 사례와 실험 결과를 방송하여 공공성을 도모하는 것 역시 방송의 주 역할 중 하나이나 사전동의없이 일반인을 피해자로 만드는 주먹구구식 실험은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공익을 핑계로 하고 있지만 이 실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주변 운전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헬기로 촬영된 실험차량의 속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무섭습니다. 행여라도 사고가 났다면 굉장한 대형사고였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덧붙여 이왕 실험을 하려면 가설을 세우고 실험조건을 꼼꼼히 자문받은 뒤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실험결과를 방송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찰은 이런 실험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실험참가자는 어떤 처분을 받는지 충분히 알려줄 의무가 있으며 실험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운전자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토록 염원하던 사장도 바뀌었는데 'PC방 전원차단 실험'이나 '알통크면 보수'같은 이상한 제목의 뉴스를 더 이상 MBC에서 보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구요. 실험을 가장한 민폐를 방송에서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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