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이번주에도 '아이리스 2'를 다운받을 수 없게 된 이유

Shain 2013. 3. 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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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사이버테러로 일부 방송국과 은행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은행은 몇시간 동안 정상영업을 할 수 없었고 KBS, MBC를 비롯한 방송국은 전산망 마비로 인해 홈페이지를 비롯한 많은 업무 서버가 다운되었습니다. 밤새도록 환하게 불을 밝히고 보안 작업과 복구 작업에 매진한 곳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정부에서는 북한의 사이버테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일부 IT 전문가들은 서유럽 해커집단인 '후이즈'가 이번 사이버공격의 배후라 추측합니다. 일설에는 그들이 남긴 메시지로 보아 조만간 대규모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 합니다.

개인적으로 사는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사이버 테러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도시에 있어도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고 급하게 은행에서 출금할 일이 있다거나 송금, 환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번 일을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도 사이버테러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일이 한가지 있긴 있더군요. KBS 방송 프로그램의 다시보기가 중단된 것입니다. SBS와 MBC의 다시보기는 정상이지만 '아이리스2'가 방영되는 KBS는 아직까지 복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오전 9시 현재 연결되지 않습니다).

사이버테러로 다운불가능해진 KBS '아이리스2'. 평소에도 정액권으로 구매불가한 프로그램이다.

저는 시간이 있을 땐 TV를 켜거나 온에어로 TV 프로그램을 보지만 대개는 휴대기기에 다운받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편입니다. CF를 보기 싫을 때나 같은 시간 동시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자면 아무때나 끊어가며 볼 수 있는 다운로드가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실시간 시청을 위해서는 주로 푹(pooq, http://www.pooq.co.kr)을 이용하고 다운로드가 필요할 때는 콘팅(conting, http://www.conting.co.kr/)을 이용합니다. 두 사이트를 이용하면 케이블 방송은 안되도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은 문제없이 시청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콘팅'같은 경우는 예전에 못봤던 프로그램들까지 다운로드할 수 있어서 제법 좋습니다. 호평을 받은 드라마인데 미처 못 본 프로그램 또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극을 다운로드할 때 아주 편리하더군요. 이런 서비스 대부분은 한달 정액권을 구매하면 어떤 것이든 시청할 수 있지만 정액권으로 다운로드 불가능한 프로그램도 몇개 있습니다. 정액권을 구매했어도 따로 돈을 내고 사야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아이리스2'입니다. '아이리스1'를 비롯한 몇몇 드라마들은 정액권 이용불가 드라마로 따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주로 많은 제작비가 투자된 외주 제작 프로그램들이더군요.

이것은 '푹'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푹'은 아예 저작권 문제로 '아이리스2'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드라마와 방송프로그램 다운로드 권한를 한꺼번에 일괄계약하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의 경우 '영화'처럼 인터넷 다운로드 업체에서 따로 배포 계약을 해야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방송국에서 재배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정액권 계약에서 배제되는 것 같더군요. 라디오 방송에서는 실시간으로 가요를 틀어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다시듣기 서비스를 할 때는 그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목드라마 중 유일하게 '아이리스2' 만 따로 결제해야하는 드라마다.

드라마 한편 다운로드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개 700원 정도입니다. 영화 한편 다운로드하는데 드는 비용이 2천원 쯤이니(영화는 이 정도 비용도 저렴한 셈입니다) 싸다면 몹씨 싼 가격이지만 문제는 '드라마'는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소모되는 컨텐츠입니다. 하루종일 TV를 켜두고 마치 배경음악처럼 드라마를 시청하는 타입도 있고 꼭 보고 싶은게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그 시간이 되면 시청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꼭 봐야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드라마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도 시청하지만 덤으로 보는 드라마는 굳이 다운로드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그래도 수목드라마 3파전이 치열한데다 볼 드라마가 많으니 가장 흥미가 떨어지는 '아이리스2'를 자연스럽게 클릭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특히나 지난주에 '콘팅'을 문화상품권 금액에 딱 맞게 결제하고 보니 다운로드 리스트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버리더군요. 이번주에는 아예 KBS 전산망 다운으로 아직까지 다운로드 가능 목록에 올라오지도 않았습니다. 제작비용에 비해 시청률 승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드라마인데 인터넷에서도 운이 좋지 않습니다. 드라마 컨텐츠를 일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선택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종 드라마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시청률 조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몇몇 표본 패널 가정에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측정되는 TV 프로그램 시청률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TV를 시청하는 방식은 연령층별로 다양해졌습니다. DMB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다운로드 서비스나 다시보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 어플로 TV를 시청하는 사람도 만만치 않게 있습니다. 본방 시간에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주로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요즘은 각종 다시보기 어플도 많다. 시청률이 다각도에서 영향받는 시대.

아날로그 TV 시대에야 컴퓨터가 시청률과 딱히 큰 관계가 없었겠지만 요즘은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호평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시청자들도 많고 PC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케이블이 공중파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부분도 바로 그런 인터넷에서의 접근성니까요. 그리고 다운로드 서비스는 인터넷과 TV 프로그램의 관계를 정확한 통계로 보여줍니다. 가장 다운로드 많이 받는 100위 안에 있는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거기다 '아이리스2'처럼 특별 유료옵션이 붙어버린 프로그램들은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도 묘한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요. 누구나 추천할 만큼 인기 프로그램이 아니거나 꼭 보고 싶은게 아니라면 정액권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시청률이 높은 인기 프로그램이었다면 제작사와 방송국이 따로 배포 권리를 갖는 이 관계가 서로에게 유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보고싶으면 따로 결제 비용을 받아도 결제할터이니 제작사 쪽에서도 큰 이익이 되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쉽게 다운로드 가능한 서비스였다면 이렇게 시청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지금은 보고싶어도 2013년 3월 21일 9시 44분 현재 KBS의 다운로드 서비스는 정상화되지 않았습니다. KBS에서 방송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몇가지를 다운받을까 했는데 홈페이지 역시 정상화되지 않았으니 오늘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이번주까지는 '아이리스2'를 보기 그른 것 같네요. 이런 일들은 아날로그 TV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현상입니다만 이제는 인터넷과 전혀 상관이 없을 것같아 보이던 TV가 사이버테러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정말 실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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