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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민폐형 복수극의 결말 예감이 불길하다

Shain 2013. 4. 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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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울린 한발의 총성과 피흘리며 쓰러진 한 남자. 드라마 '야왕'의 첫장면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강렬했습니다. 감히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 총을 쏘았다는 것도 특이했지만 영부인(수애)와 특별한 사연이 있는 듯한 하류(권상우)의 표정도 여운이 길었지요. 그러나 그 뒤에 펼쳐진 이야기는 첫인상과는 달리 지지부진했습니다. 한 여자를 위해 호스트까지 마다하지 않고 희생하는 한남자와 야망을 위해 남편과 아이를 버리는 악녀는 모든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더군다나 갚아주겠다고 나선 남자의 복수극은 속시원하다기 보다 민폐에 가까웠습니다.

하류는 한때는 아내였지만 지금은 딸과 형을 죽인 원수인 주다해가 영부인이 될 때까지 별다른 활약을 한 적이 없습니다. 감옥에 갇혀 초인적인 노력으로 학위까지 땄고 지금은 형 차재웅을 대신해 변호사 노릇까지 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 백도경(김성령) 가족까지 그들의 복수극에 끌어들여 백도훈(정윤호)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백도경의 아버지 백창학(이덕화)은 여동생 백지미(차화연)의 남편을 죽인 과거까지 밝혀져 거대 재벌인 백학그룹은 위기에 처합니다. 주다해가 재벌가 며느리였을 때 끌어내렸으면 좋았으련만 이제는 영부인이라 특검을 조직하고 국가 예산까지 탕진하고 있으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습니다.

청와대에서 총에 맞은 하류. 어쩌다가 하류에게 총이 발사된 것일까.


마지막회의 미스터리는 영부인 관저에서 하류에게 총을 쏜 사람은 과연 누구냐
하는 부분이죠. 주다해는 압수수색을 나온 특검 하류에게 금고에서 총을 꺼내들어 위협하긴 했지만 그 총을 쏜 사람은 누구였는지 그리고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주다해가 자살하려고 총을 쏜 것을 막으려다 하류가 맞았을 수도 있고 하류가 주다해를 확실한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방아쇠를 직접 당겼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동안은 이런 저런 알리바이와 조작으로 도망쳤던 주다해가 하류를 쏘았다는 혐의를 받게 되면 절대 벗어날 수 없습니다.

뭐 마지막이라도 그렇게 시원(?)하게 처리한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그렇게 풀린다고 해도 그 사이 답답했던 기분이 확 풀릴 거 같진 않습니다. 무엇 보다 이 드라마 첫회의 강렬한 이미지 즉 하류라는 한 남자에게 끝없이 도망치려는 악녀와 집나간 부인을 뒤쫓듯 끝까지 집요하게 주다해를 추적하는 하류의 모습이 이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결말을 불길하게 느껴지게 한달까요. 하류는 주다해가 자신을 버리고 두번의 결혼을 할 동안에도 '돌아오라'는 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재벌가 며느리와 영부인 자리가 주다해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죠.

'원래 네 자리로 돌아가' 집나간 아내를 뒤쫓듯 주다해에게 끝임없이 돌아가자고 말하는 하류.


사실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극하게 치닫는 건 볼거리를 위해서였겠지만 솔직히 두 남녀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충분히 않아 주다해는 왜 그렇게 지독한 악행을 저질러야하는지 하류는 왜 주변 사람들의 죽음과 피해를 무릎쓰고 주다해에게 복수하길 원하는지 설명이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하류와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불만없이 부부생활을 하던 주다해가 호스트 일을 하는 하류를 보고 왜 마음이 급격히 돌아섰는지는 제대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하류의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를 해도 주다해가 악행을 저지른 이유가 공감가지 않기에 이 드라마에는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며 자란 주다해가 영부인이나 재벌 간부로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주다해는 못된 쪽으로 머리를 굴려서 그렇지 충분히 능력과 야심이 있는 여자입니다. 하류가 그걸 모르는 건 아닐텐데 계속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결국 은별(박민하)과 자신이 함께 살던 그 집으로 돌아오라는 뜻일 것입니다. 주다해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복수하겠다고 무너트리겠다고 계속 다짐하는 건 끝까지 자신의 옆에 두고 싶은 미련같은 것입니다. 하류가 죽음까지 불사하며 그 뒤를 쫓는 이유, 동기는 용서를 빌라는 마음도 있지만 주다해에 대한 지독한 사랑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신분을 바꾸고 주변의 피해를 입히면서 복수하는 하류. 그 마음의 근원은 지독한 사랑일 것이다.


주다해가 호스트 일을 하는 하류를 보고 돌아선건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이라 보고 있습니다. 주다해는 지독한 가난 때문에 부모가 자살을 시도한 일도 있었고 마찬가지로 가난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못갔고 양아버지에게 시달리다 못해 악몽을 꾸곤 했습니다. 자신을 위해 밑바닥 생활을 하는 하류의 고통 보다 살인이나 끔찍한 생활고까지 돌봐준 하류의 너그러운 마음 보다 호스트 일을 하는 하류와 함께 하면 지독했던 그 과거로 되돌아간단 공포에 생겼을 법합니다. 악녀가 된 동기는 과거에 대한 상처에서 출발합니다.

이미 하류에게 죄를 짓고 난 다음에는 미안해서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 수 없는 마음이 됩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계속 달려야 하류에게서 완전히 도망칠 수 있는 주다해는 멀리 더 멀리 하류에게서 도망치려 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냐도 상관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잃어버린 주다해는 도망치면칠수록 괴물이 되어갑니다. 결국 마지막회를 장식할 이야기도 '도망치는 여자'와 '뒤쫓는 남자'에 대한 뻔한 결말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희생으로 시작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망가트린 파괴로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도망치는 여자와 그 뒤를 쫓는 남자. 민폐형 복수극의 끝은 민폐형 결말이 되지 않을까.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아 드라마가 '막장 주다해쇼'로 변질되어버린 것처럼 마지막회도 혹시나 두 사람의 사랑타령으로 끝이 나는 것은 아닌지 복수에 대한 속시원한 마음 보다 주다해와 하류의 애절한 시선으로 채워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군요. 은별이와 함께 살았던 과거 회상은 필수일테구요. 완벽한 해피엔딩도 불가능하겠지만 둘 중의 하나가 죽는 결말 만은 피할 수가 없어 보입니다. 주다해가 법적인 처벌이나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자살하거나 하류와 함께 죽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드니 말입니다. '민폐형 복수극'은 끝까지 '민폐형 결말'을 낳는 법입니다.

또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군지 알게된 주양헌(이재윤)이 주다해를 죽이려할 때 하류가 대신 막아서다 죽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떻게 됐든 주다해는 끝까지 하류와 운명을 함께할 것 같지만 주다해에게 복수하려던 하류도 아들을 동생으로 살던 백도경도 30년 만에 아들을 찾은 하류 아버지(고인범)도 동생의 남편을 죽이고 손자 죽는 모습까지 본 백창학도 졸지에 약혼자를 잃은 석수정(고준희)도 모두모두 상처만 남게 되는 희한한 내용이 될 것 같단 말이지요. 어떤 결말을 선택하든 주다해에 대한 동정을 보인다면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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