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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나와라 뚝딱, 악녀라기 보다 속시원했던 한지혜의 반항

Shain 2013. 4. 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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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중에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강조하는 드라마들이 많습니다. 지난주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MBC '금 나와라 뚝딱' 역시 그런 가족극입니다. 재벌 가족과 평범한 중산층 가족을 동시에 등장시켰던 다른 드라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드라마 역시 재벌가와 인연을 맺게 되며 벌어지는 갈등 즉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제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이라는 제목부터 이미 돈을 최고로 여기는 가치관을 강조하기 위한 제목이었겠지요. 초반부에 재벌이 벌써 등장했으니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막장 시어머니 모두 다 예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흥미로운 건 '메이퀸'에서 천해주역을 맡았던 한지혜의 변신입니다. 늘 밝고 경쾌한 역을 하던 한지혜가 이번에는 시부모들을 하찮게 여기는 악녀 유나 역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 앞에서 시아버지가 선물한 비싼 보석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가 하면 자신의 생일 파티는 클럽에서 친구들과 하겠다며 아버지의 사업상 손님들은 생일파티에 초대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시아버지를 민망하게 한 것도 잠시 결정적으로 식사를 위해 모이는 가족들 앞에서 유나는 남편 박현수(연정훈)과 이혼하겠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시댁을 무시하며 이혼을 선언하는 악녀 유나.

아버님의 인형 노릇을 하는게 숨막혀서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유나와 그런 아내 때문에 아버지 박순상(한진희) 앞에서 곤란해진 박현수는 그런 유나를 다그치며 이혼은 안된다고 하지만 유나는 '사돈 돈이나 이용해서 사업 확장할 생각 밖에 없는 당신 아버지를 위해서' 아니면 '이혼당하고 쫓겨난 엄마 때문에 아들 대접도 못받는 당신을 위해서' 이혼이 안되는 거냐며 반박합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필요 때문에 절박하게 애쓰는 남편과 며느리의 친정을 등에 업고 사업확장을 하려는 시아버지라니 유나가 그렇게 못되게 구는 이유가 얼핏 이해가 갑니다.

유나의 생일파티에서 유나가 버릇없게 행동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모두 유나의 비위를 맞추려 합니다. 알고 보니 생일 파티에 모인 이 사람들은 보통 문제있는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교양있는 시어머니인체 유나를 나무란 장덕희(이혜숙)의 태도와는 반대로 박현수의 집안은 한눈에도 콩가루 집안이었습니다. 시아버지 박순상은 첫번째의 결혼으로 현수를 낳았으나 현수 어머니가 바람을 피워 쫓아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바람을 피운 장덕희, 민영애(금보라)에게서 두 아들 현준(이태성)과 현태(박서준)를 낳았습니다.

삼형제의 어머니가 모두 다르고 사모님 노릇을 하는 장덕희 조차 법적인 아내는 아니다.

남들 보기에 박씨 집안의 안주인처럼 보이는 장덕희도 위치가 묘합니다. 박순상은 공식적인 두번째 아내인 장덕희와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수의 어머니인 첫아내를 쫓아냈다는데 그 아내와 이혼을 한건지 아닌지 불분명합니다. 장덕희와 민영애가 낳은 아이들은 대체 누구 호적에 올라 있는 것일까요. 남들 보기에는 사이좋은 부부가 듬직한 세 아들과 함께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모두 엄마가 다르고 부부는 법적으로 남남이라니 상식적으로는 쉽게 받아들기 힘든 가족입니다. 히스테릭한 유나가 제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시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알이 굵은 다이아 반지를 기부함에 넣어버리는가 하면 시어머니가 자신의 비위를 맞추려 옷을 사준다고 하니 아무거나 집어서 계산하게 하는 못된 며느리 유나는 이 비정상적인 가족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솔직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버릇없이 굴고 못되게 악담을 퍼부어도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유나의 기분을 거스를까봐 야단 한번 제대로 치지 못합니다. 둘째 아들 현준과 그 아내 성은(이수경)도 마찬가지로 돈많은 첫째 형수 유나의 눈치만 봅니다. 문제아 막내아들은 아예 존재감이 없습니다.

유나가 가장 이상한 사람인줄 알았더니 박현수의 가족 자체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가족이 그 모양이면 남편이라도 마음에 들면 다행일텐데 유나의 남편 박현수도 유나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현수가 어렸을 때 장덕희는 '너희 엄마는 바람이 나서 널 버린 거야.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널 미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라는 말로 현수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장덕희는 세 아들을 고루 챙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아들 박현수의 존재는 무시하고 자신의 친아들인 현준이 박상순의 후계자가 되도록 밀고 있습니다. 돈많은 집 딸인 유나를 용납하는 건 유나의 친정 재산이 현준이 물려받을 박상순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나가 히스테릭하게 성질을 부릴수록 박현수가 박상순의 미움을 받게 되고 장남 현준의 위치도 흔들리기 때문에 다독이는 척하면서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기 보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핸 존재로 여기는 남편과 자신을 이용해먹기 위해 돈독이 올라 할말도 제대로 못하는 시부모, 자신들에게 관심도 없고 남이나 다름없으면서 비위를 맞추는 시동생들 앞에서 외국에서 온 며느리 유나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남편과의 사이가 돈독하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어떻게든 이 결혼을 깨고 싶었을 것입니다.

살벌한 유나는 속시원하게 내뱉었지만 착한 성격의 몽희는 당하기만 하는 것 아닐까.

유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부부인 척하는 남편과 다정한 가족인체 유나의 돈만 탐내는 시댁. 아무리 좋은 옷과 보석을 사주어도 그 마음이 진심이 아닌 것을 아는 유나가 그들 가족의 위선을 꼬집어도 박순상과 장덕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더욱 뻔뻔하게 돈을 요구할 뿐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유나가 못되게 굴면 굴수록 그들의 체면을 구길테니 유나의 솔직한 악행이 속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혈연의 정이나 가족의 정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들이 남들 앞에서 품위와 교양을 따지는 모습은 어쩐지 거북하기만 합니다.

반면 박현수는 이 가족에서 가장 불쌍하고 안쓰러운 캐릭터입니다. 어머니의 바람도 알고 보니 장덕희와 민영애가 조작한 것이었고 눈치밥을 먹인 아버지 때문에 유나와 정략결혼을 했습니다.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고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유나가 그 고통을 감수할 책임은 없습니다. 유나는 이 정략결혼의 고통에서 혼자 탈출하겠다며 현수를 곤란하게 했을 뿐입니다. 대충 시나리오를 보니 유나와 얼굴이 똑같은 몽희(한지혜)가 것같고 현수의 가짜 아내 역을 할 모양인데 현수 가족의 현상태를 보면 어쩐지 착한 몽희 보다 살벌한 유나가 그리울 것같단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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