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구가의 서

슬슬 '구가의 서' 정체가 나올 때도 됐는데

Shain 2013. 6. 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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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고 싶은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와 운명적으로 강치를 사랑하는 담여울(수지). '구가의 서'에는 임진왜란을 비롯한 역사적 사건과 이순신(유동근)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며 겪는 갖가지 고난이 연출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강치가 과연 인간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나머지 인간 세상의 복잡한 사연들에 아무리 눈길이 가도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죠. '구가의 서'는 모두 24부작이고 어제 방송된 에피소드가 17회입니다만 아직까지 '구가의 서'의 단서는 묘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은 반인반수 최강치 '구가의 서'는 언제쯤 찾게 되나.

구미호 구월령(최진혁)에게 놀란 어머니 윤서화(이연희)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려하다 괴물이 아닌 멀쩡한 사람인 것을 보고 자신이 구월령을 배신했던 행동을 후회합니다. 일개 인간의 깊이는 천년을 살아온 신수의 순수를 뛰어넘지 못했음을 절절이 느끼지만 이미 구월령은 담평준(조성하)에게 죽었습니다. 그리고 서화의 소원대로 최강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소정법사(김희원)의 특별한 도력이 담긴 팔찌를 지닌채 스무살이 될 때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면 강치는 인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강치는 아버지같은 박무솔(엄효섭)과 백년객관 사람들을 죽이러온 조관웅(이성재) 무리에게 맞서다 정체가 드러나고 맙니다. 박무솔을 구하려다 박무솔이 강치를 대신해 죽고 박무솔의 아내 윤씨(김희정)도 죽고 사랑했던 청조는 관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윤서화가 구월령의 정체에 두려움을 느낀 것처럼 강치를 사랑하던 청조(이유비)도 강치가 괴물이라며 무서워했습니다. 서화를 구하려다 인간이 되지 못한 아버지처럼 최강치 역시 박무솔을 구하려다 실패하했고 인간들에게 배신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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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는 신수가 무엇 때문에 인간이 되려할까. '구가의 서'는 신수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를 '사랑'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몇천년동안 구미호 일족에게 전해 내려왔다는 밀서 구가의 서(九家의 書)는 무엇일까요. 드라마에서는 환웅이 여러 수호령에게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만든 언약서라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살생하지 말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절대 들키지 말라는 세가지 금기 사항을 지켜야한다고 했습니다.

본래 신화에 등장하는 신수였던 구미호라는 신수가 사람을 해치고 간을 빼먹는 요물로 묘사되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이후라고 합니다. 중국에는 '달기'라는 인간이 된 구미호 이야기가 전한다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단군왕검의 아버지라는 환웅은 우리 나라 신화에서 동물을 사람으로 바꾼 유일한 존재입니다. 처음에 '구가(九家)'가 제목이길래 아무래도 환웅이 다스렸다는 아홉 부족 즉 구이(九夷)들에게 내려진 책이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구가의 서'의 정체는 담여울일까. 아니면 최강치 자신의 각성일까.

환웅 하면 우리 나라의 아홉 부족을 다스린, 하늘에서 내려온 지도자인 동시에 웅녀와 결혼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환웅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호랑이와 곰에게 자신이 시키는대로하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고 곰은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환웅과 혼인했다고 합니다. 마치 신수로서의 능력을 쓰지 않고 백일 동안 버텨야했던 구월령과 사람들 사이에서 신수임을 전혀 들키지 않고 살아야했던 최강치처럼 환웅은 백일의 시간과 쑥과 마늘이라는 쓰디쓴 음식을 남에 눈에 띄지 않는 컴컴한 동굴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구가'란 구미호(九尾狐) 일족을 뜻하는 구가인 것 같습니다만 제작진은 웅녀가 사람이 되었다는 신화에서 포인트를 잡고 환웅이 호랑이와 곰 뿐만이 아닌 여러 수호령과 신수들에게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비밀리에 전했다고 설정한 것같습니다.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신화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웅이 곰토템을 가진 부족을 받아들였단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드라마는 '신수'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구월령도 2회에서 '웅녀 이후 두번째로 인간이 된 신수 구월령'이라는 대사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도 본 적 없고 금기를 지키면 눈앞에 나타난다는 '구가의 서'는 무엇일까요. 방송 분량이 7회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미스터리를 집어넣기는 무리란 생각이 듭니다. 강치를 인간으로 변하게 만드는 담여울이 진짜 구가의 서가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즉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인간이 있으면 인간이 될 수 있는데 구월령에게는 서화의 사랑이 모자랐다는 것이죠. 성배가 구체적인 물체가 아닌 마리아를 의미한다는 소설 '다빈치 코드'의 설정과도 유사한 해석입니다. '구가의 서'란 도화꽃나무 위에 걸린 초생달같은 운명적인 연인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건 무슨 뜻일까. 사실 인간들도 그 답을 잘 모른다.

반면 '오즈의 마법사'같은 해석을 생각해낼 수도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메랄드시를 찾아간 도로시일행이 자기 자신이 정답을 알고 있다는 결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돕고 백년객관의 사람들을 구해내고 인간들을 배신하지 않고 악귀같은 조관웅 보다 훨씬 인간답게 사람을 사랑하는 최강치가 스스로를 인간이라 굳게 믿고 인간으로서 행동한다면 진짜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환웅이 조건으로 내건 마늘과 쑥과 동굴은 신수의 능력을 포기하고 인간의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의지를 뜻할 것입니다.

결국 '구가의 서'의 해답은 인간다움에 대한 해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반인반수 강치는 이순신과 담평준을 도우며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사람의 도리'를 기준으로 삼아 세상을 살아갑니다. 자신을 죽여달라는 아버지 구월령의 괴롭힘에도 조선을 침략하는 궁본상단 단주가 된 어머니 자홍명(윤세아)의 횡포에도 최강치는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구가의 서'의 정체도 정체지만 이순신과 거북선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기 때문에 남은 7회의 분량이 몹시 짧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구이(九夷) : 견이(畎夷), 우이(于夷), 방이(方夷), 황이(黃夷),  백이(白夷), 적이(赤夷),  현이(玄夷),  풍이(風夷), 양이(陽夷)의 구족(九族), 일설에는 구려, 구리국과도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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