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구가의 서

구가의 서, 살쾡이같은 구월령 VS 집고양이같은 최강치

Shain 2013. 5. 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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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몰래 빠져나와 최강치(이승기)와 남몰래 설레이는 마음을 주고 받던 담여울(수지)이 사라졌습니다. 강치를 만나려 여주댁(진경)을 꽁꽁 묶어두고 탈출한 여울인데 검은 소매옷을 입은 누군가가 갑자기 납치해버렸습니다. 무형도관의 담평준(조성하)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치는 깜짝 놀라 둘이 만났던 곳으로 갔고 그 자리에는 강치가 여울에게 준 방울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강치는 사람이 되지 말라며 자신을 협박하던 아버지 구월령(최진혁)이 범인이라 확신하고 분노하기 시작했죠.

과연 여울을 데려간 의문의 인물은 누구일까요. 처음에는 그 섬찟한 분위기 때문에 구월령이라 생각했는데 잘 보니 구월령치고는 팔소매가 너무 넓긴 하더군요. 아니면 혹시 조관웅(이성재)이 한 짓은 아닐까했더니 조관웅의 부하들은 검은 옷을 입어도 닌자 복장이다 보니 소매가 좁습니다. 무형도관 검은옷 남성인 곤(성준)이 장난을 친거 아닐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곤 역시 수련을 할 때는 소매가 좁은 옷을 입거나 소매를 묶습니다. 역시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구월령이지요.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악. 구월령은 자연에서 자란 야생의 살쾡이같다.

구월령과 최강치가 대립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개과의 요괴 셋쇼마루와 이누야사가 대치하는 장면도 떠오르고 그렇습니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잔뜩 풍기는 구월령은 산속에서 자란 살쾡이같고 최강치는 집에서 자란 강아지같은 고양이 즉 '개냥이'의 느낌을 풍깁니다. 집고양이와 산고양이의 차이 만큼이나 두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둘이서 거칠게 으르렁거리는 걸 보면 마치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들이 서로를 노려보는 모습 같달까요.

생각해보면 두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보고 자란게 다릅니다. 천년을 고독하게 살아온 신수 구월령은 어릴 때부터 혼자에 익숙했고 사람들을 바라보기는 하되 친구로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소정(김희원)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긴 한데 그는 이미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 백발이 성성합니다. 그만큼 구월령은 인간의 못된 심성을 잘 모르고 밑도 끝도없이 순수한 자연의 존재였습니다. 서화(이연희)가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하면 자루채 가져오고 나비가 좋다하면 자루채 담아 오는게 구월령이었습니다.

순수한 동물적인 느낌은 아버지와 똑같은데 인간에게 길들여진 집고양이같은 최강치.

인간이 되지 못하고 천년악귀가 된 지금 조차 비를 퍼붓고 풀을 말려죽이는 자연의 잔인함일랄까. 그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어두움은 검기는 하나 탁하지는 않습니다. 속셈이나 욕심이 복잡한 조관웅의 악함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에게 인간은 잠시 잠깐 가련하게 여기고 사랑을 품었던 미물일 뿐 피를 나눈 가족이나 영원한 친구와는 차이가 있는 것같습니다. 순수한 어둠 아니면 순수한 밝음, 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구월령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표정을 바꾸는 인간과는 매우 다릅니다.

반면 태어나자 마자 인간 속에서 살아온 강치에겐 마음의 주인이 있습니다. 자신을 감싸주는 박무솔(엄효섭)과 백년객관 사람들을 친가족으로 생각했고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강치를 죽이려했던 박태서(유연석)나 괴물이 된 강치를 보자 마자 겁을 집어먹고 도망간 청조(이유비)도 반인반수로 변하는 강치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쫓아내려 했던 윤씨부인(김희정)도 강치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무서워할 뿐 어쨌든 강치가 사랑했던 사람들이고 마음을 바치는 존재들입니다.

거기다 (아버지 닮아) 천성이 순수한 강치에게는 새로운 마음의 주인들이 생겼습니다. 강치를 믿는 여울이나 강치에게 가르침을 아끼지 않는 이순신(유동근), 깡패지만 의리 하나는 끝내주는 마봉출(조재윤)과 강치를 후계자로 생각하는 공달선생(이도경), 강치 아버지 구월령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고민하는 담평준과 서서히 강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무형도관의 사람들까지. 강치는 구월령처럼 신수로 살아가려 해도 태어날때부터 인간에게 길들여져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들이 아무리 강치를 무서워해도 강치의 뚝심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자란 고양이들은 사람을 경계하고 날카롭게 할퀴곤 해서 먹이를 줄 때도 가까이 가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해본 고양이들은 배가 고파도 가까이 오지 않고 도망가 버리곤 하지요. 반면 집에서 자란 고양이들은 길을 잃거나 버려져도 붙임성있게 사람을 잘 따르곤 합니다. 때로는 이런 귀여운 고양이를 누가 버렸을까 싶을 정도로 안쓰럽게 사람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마치 백년객관에서 사랑받던 최강치가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괴물에 살인자란 누명을 썼을 때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이번에 담여울을 납치한게 구월령이라면 최강치 정말 제대로 화가 났을 것입니다. 무조건 사람이 되지 말라는 구월령이 최강치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면 최강치도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특히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믿고 따르는 여울이에게 손톱 만큼의 해라도 입히면 아버지고 뭐고 일단 싸움을 걸고 말겠지요. 어머니라는 자홍명(윤세아) 일본 첩보 조직의 수장이 되서 태서를 양아들로 삼겠다고 하고 아버지는 유일한 연인을 납치하고. 그런 상황에서 이성을 찾을 수 있는 반인반수는 세상에 없을테니 말입니다.

사족입니다만 배우 최진혁과 이승기는 어떻게 보면 진짜 형제나 부자 사이처럼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아버지 구월령이 상당히 남성적이고 거칠고 묵직한 느낌이라면 아들 역의 이승기는 귀엽고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강합니다. 두 배우의 나이차이는 불과 두 살 밖에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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