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구가의 서

구가의서, 뼈속까지 악당인 조관웅 그 본심은 무엇?

Shain 2013. 6. 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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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젠가는 죽어야하는 존재입니다. 길어 봐야 백년 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은 죽음을 비롯한 자연의 섭리를 두려워하고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반면 신수 구월령(최진혁)은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존재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인간들처럼 삶에 대한 미련, 집착도 없고 어떻게 살아야하는 건지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갖고 싶은 것이나 꼭이루고야 말겠다는 집착도 없고 복잡한 속셈이나 계산도 없습니다. 그래서 선이냐 악이냐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구월령에게 윤서화(이연희)의 존재는 특별했던 것입니다.

신수 구월령과 인간 조관웅. 이 두 사람의 악함은 이유도 다르고 대조적이다.

'구가의 서'의 조관웅(이성재)은 2013년 최고의 악역 중 하나가 될 것같습니다.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 이성재님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가는데 '구가의 서'의 조관웅은 손수 처벌하고 싶다는 안티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윤서화의 가족을 몰락시키고 윤서화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청조(이유비)에게 온갖 악행을 다 저질렀으니 조관웅을 '아청법'으로 처벌해야한다고 농담을 건내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구월령의 '악'과 조관웅의 '악'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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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솔(엄효섭)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최강치(이승기)는 담평준(조성하)이 자신의 아버지를 베었음을 알게 되고 부모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들었지만 '어른들끼리 일어난 일은 어른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말로 모든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어머니 윤서화가 인간적인 두려움을 견디다 못해 구월령을 배신한 것도 구월령이 인간이 되지 못하고 천년악귀가 되어가는 것도 담평준이 최강치에 대한 죄책감에 여울(수지)과 강치가 가까워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모두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담여울의 비밀을 폭로한 청조, 그 변화의 의미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합니다. 소정(김희원) 법사는 구월령을 친구로 두어도 속세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고 담평준은 강치의 그릇을 너무 작게 생각했습니다. 완벽한 인격으로 묘사되는 이순신(유동근) 조차 신수들의 섭리나 자연의 이치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국화의 표식을 가진 박무솔의 자녀들인 태서(유연석)와 청조도 자신의 그릇이 작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태서는 동생을 구하겠다며 강치를 배신했고 청조는 질투 때문에 비밀을 폭로하고 말았습니다.

'사군자'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아무래도 젊은 세대로 등장하는 인물 중 넷이 사군자를 물려받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무영도관의 담평준은 사군자가 아니었으나 공달선생(이도경)과 천수련(정혜영)은 사군자의 일원으로 은밀히 이순신을 돕고 있었습니다. 국의 표식은 태서가 물려받았고 곤(성준)은 처음부터 매화의 표식을 가진 자였습니다. 이제 다음대에 표식을 물려줄 사람은 천수련과 공달선생 뿐이죠.

배신당하고도 용서한 강치는 모든 걸 받아들였지만 청조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는다.

태서는 한번은 강치를 배신했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조관웅의 첩자가 되었습니다. 궁본상단의 자홍명(윤세아)이 양아들로 들이고 싶다는 제안도 받아들였습니다. 인간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을 뿐 처음부터 태서는 못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박무솔의 딸인 청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서워서 강치를 피하고 두려워서 도망치고 강치가 사랑하는 여울을 질투했지만 청조는 가족을 위해 희생할줄 알고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사람을 좋아하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수치목에 매달렸던 청조가 기생으로 다시 태어나고 태서가 사군자가 되기 위해 성장했던 것처럼 청조의 질투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각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예기가 되기 위해 오고무를 배우는 것처럼 천수련의 난 표식을 물려받을 자격을 익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됩니다. 한번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망친 인간이 아닌 한번의 실수를 계기로 성장하고 달라지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천수련의 과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최강치의 '출생의 비밀(?)'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어제 강치는 난의 표식을 가진 천수련에게 하나의 과제를 받았습니다. 천수련은 최강치에게 '나무 목(木)'이 그려진 종이를 주며 종이에 있는 나무를 베어 지어진 집을 가져오라는 수수께끼같은 말을 했습니다. 공달선생의 콩세기 시험이 모두 한자루의 콩임을 깨닫게 하기 위한 수련이었던 것처럼 또 곤의 방울떼기가 일종의 기민함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험인 것처럼 천수련의 '나무 목'도 무언가 깊은 뜻이 담겨 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제가 천수련의 글씨를 보며 떠올린 것은 바로 '수치목(羞恥木)'입니다. 천수련은 억울한 역모에 휘말려 관기가 된 윤서화와 청조를 수치목에 묶어 수치를 당하게 했고 굶겼습니다. 오죽 독하게 윤서화를 윽박질렀으면 천수련은 악역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흔히 양반가의 여성이 관비가 되거나 관기가 되면 자결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거친 방법으로 '길들이기'를 시도합니다. 천수련도 수치목을 통해 고집쎈 두 여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한 것입니다.

결국 천수련이 과제로 준 '나무'는 나의 발목을 잡는 과거와 잡념을 모두 베어버리고 새 사람이 되라는 뜻은 아니었을까요. 윤서화는 수치목에 묶였다가 구월령을 만났지만 청조는 배고픔 때문에 죽을 먹고 관기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버려야할 것이 있고 인정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결국 최강치는 부모님 세대의 일은 나와 관계없다고 선언함으로서 천수련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혹은 천수련이 수치목에 청조와 서화를 묶었던 이유를 알아내야하겠지요.



윤서화와 최강치의 비극을 즐기는 조관웅 그 속셈은?

조관웅이 박무솔을 죽이고 지독하게 남도 일대의 상권을 장악한 이유는 궁본상단과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조관웅이 후에 '남도의 수령권'을 갖는 조건으로 왜란시 식량기지가 될 남도의 거점을 구축하려한 것입니다. 모든 자본은 궁본상단이 대고 때로는 닌자들의 환술과 무술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끝이 없는 조관웅의 욕심이 최강치 가족을 비극으로 몰고간 원인이자 이유입니다. 조관웅 때문에 인간이 되지 못한 구월령은 천년악귀가 되어 유일한 친구인 소정의 얼굴까지 잊어버리기 직전입니다.

이 드라마 최고의 악역인 조관웅은 어떤 면에서는 가장 설득력없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원래부터 탐욕스럽고 못됐다고 보기엔 그 야망이 너무 위험하고 담대합니다. 거기다 신수 구월령을 보고 겁먹는 기색이 없고 일본과 손잡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초조하게 반응하지도 않습니다. 또 친구의 딸인 윤서화를 어릴 때부터 마음에 품고 서화를 갖기 위해 관비로 만들어 끊임없이 괴롭혔고 청조가 서화와 닮았다는 이유로 수청을 들게 했던 것으로 보아 윤서화가 조관웅에게 특별한 존재임은 사실인듯 합니다.

2013년 최고의 악역 조관웅. 윤서화를 괴롭히는 그의 숨겨진 본심은 무엇일까.

거기다 최강치가 윤서화의 아이임을 알고 자홍명 노릇을 하고 있는 윤서화 앞에서 최강치의 본색이 드러나게 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나는 자홍명이라며 윤서화임을 부정하는 그녀에게 자식의 고통을 보고도 태연할 수 있겠느냐 조롱한 것입니다. 윤서화는 조관웅이 아무리 욕심내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무엇'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친구의 딸인 서화는 조관웅이 탐낼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고 세상 모두를 다 가져도 윤서화의 마음이 조관웅에게 올리는 없었던 것입니다.

천년악귀가 된 구월령에게 인간이 될 기회는 없다고 했습니다. 윤서화는 복수를 위해 미야모토(오타니 료헤이)의 아내가 된 듯합니다.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바친다는 심정으로 첩자 노릇을 받아들였겠죠. 지금 곁에 있는 카케시마(데이비드 맥기니스)가 어쩌면 자홍명을 제외한 실질적인 궁본상단의 최고 실력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름도 '그림자 섬'이란 뜻인걸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인듯 하네요. 자홍명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일본과 대립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월령과 윤서화가 다시 나타난 이유는 누가 뭐래도 조관웅 때문이겠죠.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끝없는 탐욕과 파괴본능. 구월령과 윤서화가 끝내야한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을 느끼는 조관웅의 탐욕과 가지지 못한 것을 파괴하려는 못된 마음은 구월령과 윤서화가 직접 처단하지 않으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부분엔 조관웅이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드러나고 최강치의 부모가 강치를 위해서 조관웅을 직접 처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에게 배신당한 구월령과 무서움 때문에 구월령을 버린 윤서화의 사랑도 그렇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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