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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여신, 결혼에서 불륜 빼면 남는 것은 무엇?

Shain 2013. 7.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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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꽤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싱글로 사는 것보단 결혼하는 것이 낫다고들 합니다. 혼자 살아도 외롭고 둘이 살아도 외로운 건 어떤 면에서 마찬가지인데도 나이들어 곁에 누가 없는 것 보단 있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반면 결혼생활에 지치고 힘들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살려면 차라리 혼자인게 낫다고 충고하죠.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더니 완벽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결혼도 존재할 수 없는 건가 봅니다.


SBS '결혼의 여신'은 네 명의 기혼 여성들이 각자의 결혼에 대한 고민과 정의을 묘사하는 드라마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얼굴이 다양한 만큼 결혼해서 살아가는 모습도 다양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지만 TV 드라마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결혼의 모습은 뻔하고 식상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실제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결혼한 여자의 삶은 불륜이나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이란 것이 그렇게 짧고 간단한 상황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닐텐데 묘사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죠.

결혼 우울증에 빠진 여주인공 송지혜는 남자친구 강태욱의 완벽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한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기혼 남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올리는 게시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혼하고 맞닥뜨리는 경제적 어려움부터 단단히 꼬인 실타래처럼 얽히고 섥힌 가족들의 관계까지. 미혼남녀들 중에는 결혼이 인생의 답이자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혼은 인생의 해답이 아니라 분란의 시작일 경우도 많습니다. 신데렐라나 콩쥐팥쥐같은 전래동화에서 혹은 멜로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결혼을 해피엔딩으로 표현하지만 정말 결혼이 해피엔딩이 맞긴 맞는걸까요?

방송작가인 송지혜(남상미)는 결혼을 앞두고 메리지 블루에 빠진 예비신부입니다. 3년 동안 알고 지낸 남자 강태욱(김지훈)과 결혼하기로 한 송지혜는 결혼을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준수한 얼굴의 태욱은 지혜를 사랑하고 검사에 재벌집 막내아들에 웬만하면 지혜를 이해해주는, 시쳇말로 완벽한 남자지만 송지혜는 이런 조건이 결혼의 조건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혼에 대한 기대나 두근거림도 설레임도 느낄 수 없는 지혜는 제주도에서 만난 현우(이상우)가 진짜 자신의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고민합니다.

3년동안 알고 지낸 태욱 보다 만난지 얼마 안된 김현우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지혜가 결혼을 망설이게 되는 다른 이유는 태욱의 집안이 워낙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몇번 만나지 않은 태욱의 엄마 이정숙(윤소정)은 이런저런 말로 지혜를 몰아부치고 결혼하면 지혜의 윗동서가 될 아나운서 출신 홍혜정(이태란)은 재벌 가문을 꾸리느냐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는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날건달같은 태욱의 형 태진(김정태), 식사 자리에서 남의 험담을 하며 깔깔거리는 이정숙과 그런 부인을 소리질러 제압하는 예비 시아버지 강만호(전국환)까지 지혜는 그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가족이 맞는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적어도 지혜에게 결혼은 행복한 사람들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고 숨을 쉴 수 없는 물속이고 그렇습니다. 예단을 마련하기 위해 10억을 몰래 준비해준 강태욱의 배려도 이런 두려움 앞에서는 고맙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심리. 지혜가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 김현우에게 끌리고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답답함이죠. 그리고 지혜를 둘러싼 네 커플은 불륜과 전쟁을 빼면 남는게 없는 극단적인 결혼생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세 커플 모두 저렇게 살려면 왜 결혼했을까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이죠.

조건을 따져 결혼해도 사랑해서 결혼해도 결혼은 그렇게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조건 안보고 사람좋은 남편 노장수(권해효)와 결혼한 지혜의 언니 송지선(조민수)은 주부 직장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달달 볶는 황전무(염동현) 때문에 가정 생활까지 힘들어하고 가난에 지쳐 바람둥이 재벌아들 태진과 결혼한 홍혜정은 재벌가 사람들의 아나운서 출신이란 눈총에 자신의 존재 자체를 깔보는 시부모로 인해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습니다. 혜정은 아침 마다 남편과 불륜녀가 함께 누워있는 호텔방으로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줍니다. 아나운서 노승수(장현성)를 남편으로 둔 권은희(장영남)은 대학 CC로 시작해 결혼했지만 노승수는 직장동료와 불륜 사이입니다.

세 부부가 처음 결혼할 때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시댁이 좀 까다로워도 돈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던 혜정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습니다. 전업주부인 권은희는 노력파였던 남편이 영어 잘하는 신시아정(클라라)에게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20년의 시간이면 그 누구라도 흔들린다는 것을요. 남편에게 기대지 않아도 자기만 능력있으면 모든 걸 책임지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지선은 여유롭지 못한 생활에 점점 더 떽떽거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단 한마디로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결혼. 메리지 블루에 빠진 지혜는 누굴 선택할 것인가.


큰 꿈을 꾸며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도 이렇게 불행해하는데 결혼전부터 결혼우울증에 시달리는 지혜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인내하고 맞춰주려 노력하며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홍혜정 보다 더 말라갈 것입니다. 송지선이 태욱에게 경고한대로 유리알같은 지혜의 마음이 깨져버리면 뾰족뾰족한 파편에 모두 다 상처입고 맙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결혼에 대한 그녀들의 고민이 현실적이면서도 답답하게 보이는 건 결혼생활 전체를 표현하기엔 드라마가 너무나 단편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결혼생활이 유지되는 비결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엇 때문이죠.

지혜의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충분히 공감가는데 낯선 남자와 하룻밤 보냈다는 자극적인 설정은 너무했다 싶기도 하고 결혼을 고민하는 입장에선 결혼 꼭 해야할까라는 관점에서 보기엔 가볍고 그런 내용이지만 반면 그저 그런 불륜, 재벌 이야기로 보기엔 충분히 재미있는 구석도 있습니다. 다 떠나서 부드럽고 온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유명한 배우 이상우의 미소를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불륜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눈쌀찌푸릴 부분도 많지 않나 싶네요. 별 다섯개 중 2.5개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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