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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뚝딱, 정말 가출해야하는 것은 몽현 커플 보다 몽희

Shain 2013. 7. 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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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현실 속 사람들 보다 목적이 뚜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이야기에 개연성이 생깁니다. 악역이면 악역인대로 착한 역이면 착한 역인대로 '그 캐릭터라면 그럴만하다'라고 납득을 해야 이야기가 술술 흘러가죠. 그런 면에서 '금나와라 뚝딱'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또렷한 행동패턴과 경향을 보이는 편입니다. 특히 최고의 비호감으로 꼽힌 성은(이수경)은 약혼자와 딸까지 단호히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입니다.


마찬가지로 돈과 회사가 인생의 최고 목적인 가장 박순상(한진희), 아버지에게 인정받아 어머니를 찾고 싶은 박현수(연정훈), 회사를 물려받아 어지러운 집안을 정리하고 혼인신고도 하지 못한 어머니를 돕고 싶은 박현준(이태성), 어머니 민영애(금보라)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아버지와 형을 거스르고 싶지 않은 막내 현태(박서준) 등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처지에 맞는 삶의 목표를 가지고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돈과 가족, 사랑 등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새 브랜드 기획안을 제출해달라는 박현수의 제안을 거절한 몽희. 동생의 이혼 때문이긴 하지만.

한편 한 가정의 아내이자 세 남매의 어머니인 윤심덕(최명길)은 자식들을 위한다고 해놓고 뭔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목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명문 음대를 졸업한 막내딸 몽현(백진희)에게 명품옷을 사주거나 비싼 미용실에 보내 단장하게 했고 조건 좋은 선자리에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외아들 몽규(김형준)는 취업이 안되어 전전긍긍하지만 남들 보기 부끄럽다고 대학원에 진학시켰죠. 요즘 웬만하면 다 가는 대학 심덕의 아이들도 갔고 남부럽지 않은 명문에서 공부하게 했습니다.

윤심덕은 '남들 하는 만큼' 해주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자식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말 그게 자식을 위한건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홀어머니 최광순(김지영)과 함께 어렵게 살았던 심덕은 여상을 졸업하고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에게 구박받으며 박순상의 보석상에서 종업원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실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지만 성은의 못된 짓을 견뎌야하는 고용인 신세인 건 여전합니다. 남들에겐 수억짜리 보석을 골라주지만 정작 심덕은 싼 보석반지 하나 제대로 가진게 없습니다.

몽현이 돈 20억 받고 쫓겨날 판국에 어떻게 박현수의 도움을 받느냐는 윤심덕.

삼십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인들의 부유함을 보고 살아온 심덕은 자식들이 그 부유함의 일원이 되길 원했습니다. 가난하게 자라온 세상 많은 부모들이 바란 것처럼 나는 못 입고 못 먹어도 자식들은 부자집 자녀와 결혼해 박순상의 큰며느리 유나(한지혜)처럼 몇억짜리 목걸이도 선물받았으면 좋겠고 나는 못 배웠다고 무시당해도 자식들은 많이 배운 사람이라며 존경받고 대접받았으면 싶었던 것입니다. 윤심덕의 '자식을 위한다'는 마음 한켠에는 나는 이래도 내 자식들은 잘났다는 허세와 내가 못한 것을 대신 했으면 싶은 대리만족 욕구가 감춰져 있습니다.

반면 윤심덕은 몽희를 입양한 딸이라 마구 부려먹는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입니다. 노점상을 하며 돈을 번 몽희는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마땅히 모아둔 돈이 없습니다. 박현수의 아내 대역까지 해서 죽어라 벌어온 돈을 모두 동생들 학비와 혼수비용으로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윤심덕의 희생 조차 자신을 위한 마음이 숨겨져 있는데 몽희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욕망의 방향이 모두 가족을 향해 있습니다. 예전에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에 이런 식구들이 많았죠. 누군가 하나 희생해 나머지 형제들은 성공하고 희생한 사람들은 뒤쳐지는 그런 풍경 말입니다.

윤심덕은 몽규, 몽현과 몽희를 다르게 키웠다. 윤심덕은 이제 동생들 문제도 몽희 탓을 한다.

부모 대신 형제들의 학비를 벌고 혼기를 놓쳤더니 고맙다는 말은 커녕 형제들이 나이들고 돈도 없는 날 부담스러워하더라 부모는 그런 나에게 그 나이까지 결혼 못하고 돈도 못 모으고 뭐했냐고 하더라 뭐 이런 신세한탄 어디서 많이 보던 이야기죠. 부모는 네가 장남이다 우리 집안 기둥뿌리다 하면서 은연중에 희생을 강요했으면서 나중에 돌아오는 건 윤심덕처럼 상처주는 말이니 여태까지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살았나 싶어집니다. 어쩐지 윤심덕은 몽희에게서 자신이 살아온 과거 즉 고졸이라고 김필녀에게 무시당했던 과거를 보는 것같기도 합니다.

같은 이유로 윤심덕은 몽규와 친하게 지내는, 고아 출신 민정(김예원)을 무시합니다. 윤심덕은 손님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보며 어느새인가 시어머니처럼 남들을 하찮게 대하고 있었습니다. 감히 노점상하는 민정과 몽규를 엮는다며 화내고 어느새 몽희에게 심한 말을 하며 몽현을 위해 보석 디자이너의 꿈을 버리라 강요하고 있습니다. 정병후(길용우)에게는 유나의 대역을 하는 몽희가 박현수와 심상치 않은 사이인거 같다고 말을 하지만 계속 몽현의 처지를 운운하는 지금으로선 설득력이 별로 없습니다.

또다시 패배하고 싶지 않다면 정몽희도 몽현커플처럼 가출해야하는 것 아닐까.

몽희는 새 브랜드 기획안을 만들어달라는 박현수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기획안은 몽현을 쫓아내고 성상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박순상을 위한 것이기에 거절하는게 도리상 맞겠지만 간신히 얻은 기회를 버리는 건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본 적이 거의 없는 몽희에게 자신을 위한 욕망과 시간이 필요한데 윤심덕은 결정적인 순간에 동생을 위해 관두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몽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을 한번도 안해준 상황에서 몽희가 유나의 친자매라는 걸 밝혀봤자 상황만 더 안좋아지겠죠.

어제 방송분에서 현태는 아버지 마저 몽현과의 이혼을 종용하자 가출해버립니다. 박순상의 집안은 자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부모들이 자식인생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죠. 현태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온 것은 백번 잘한 일입니다. 부모와 절연하는 것과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몽희가 정말 똑똑하고 당찬 캐릭터라면 평생 동안 꿈꿔온 보석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동생들과 자신에게 다른 인생을 강요하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가출해야할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보는 사람들이 더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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