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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세 사람은 그렇게 엘도라도를 향해 떠났다

Shain 2013. 7. 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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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내내 화제가 되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모님은 사위와 사위의 이종사촌이 바람을 피운다는 근거없는 의심 때문에 살인을 사주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잔인하게 머리 쪽에 공기총을 쏴서 살해한 수법으로 보아 살인을 사주한 것이 아니라 사모님이 직접 죽인 것이 아니냔 의심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 장태주(고수)가 언급한 미사일 단추 신드룸처럼 돈많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돈으로 타인의 죽음을 지시하고 자신의 손에는 피가 묻지 않았다며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최민재(손현주)라는 재벌가의 핏줄에게 자신의 손으로 타인을 직접 해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경계선인지도 모릅니다. 최서윤(이요원)이 최동성(박근형)의 딸이란 이유로 장남 최원재(엄효섭)까지 제치고 그룹 후계자가 되었을 때 차남도 아닌 사촌인 최민재의 자리는 성진그룹 안에 없었습니다. 최민재는 살아남기 위해 원수같은 장태주를 찾아가 협력을 제안하고 사랑했던 아내 윤희(이일화)와 이혼하고 은행장의 딸인 유진(진서연)과 결혼합니다. 최민재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마지막 보루는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사랑하던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된 최민재. 자신을 찾아온 장태주 앞에서 눈물흘린다.


'황금의 제국' 1회부터 4회까지는 황금의 제국을 차지하기 위해 달리는 세 사람 즉 장태주와 최서윤, 그리고 최민재가 그들 안에 숨겨진 무서운 야망을 깨닫는 내용이었습니다. 세 사람에게는 각자 돈 보다 귀하게 생각하는 무엇이 있었고 그 '무엇'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때로는 혈연이란 이름으로 때로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혹은 양심이나 인정이란 이름의 보루를 그들은 지키려고 했습니다. 장태주가 흠씬 두들겨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최민재에게 이겼다고 비웃은 것은 밀면집을 지키다 죽은 아버지 장봉호(남일우) 때문이었습니다.

최민재는 성진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핏줄인 최용재(김형규)의 아들을 거두고 병에 걸려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아내를 돌보고 아버지 최동진(정한용)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습니다. 마주치지않으려 했던 서윤을 만난 것도 아내인 윤희가 만남을 주선했기 때문입니다. 냉정한 최민재의 속마음에는 그렇게 가족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장태주가 민재와의 연합을 거절하고 돈 때문에 유진과 결혼하게 되자 사랑하던 아내는 죽었습니다. 결혼식장으로 민재를 찾아온 장태주 앞에서 붉어진 눈으로 숨죽여우는 최민재는 그렇게 처절한 도전자가 되었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최후의 안식처를 버렸다. 돌아갈 곳이 없어져버린 그들의 전쟁.


최서윤은 아버지 최동성과 작은 아버지 최동진의 경쟁을 보면서 피를 나눈 형제의 대립이 얼마나 마음아픈지 깨달았습니다. 최동성과 최동진은 서로를 위해 못해줄 것이 없은 돈독한 형제였습니다. 형이 감기에 걸리자 병원 창문을 깨서 감기약을 훔치고 구두 닦아 형의 학비와 책값을 벌었다는 최동진을 최동성은 잔인하게 내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이룬 제국이지만 한 나라에 두 명의 왕은 있을 수 없는 법. 최동성은 자신의 자식들을 위해서 강경하게 동진의 가족들을 몰아냅니다. 자기 자식이라도 그룹을 운영할 자질이 없는 원재 역시 물러나게 합니다.

최서윤은 자신의 형제들에게 아버지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그룹 경영에서 멀어지려 했습니다. 장남인 큰 오빠가 서윤을 얼마나 경계하는지 알기에 못난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도 모른척했고 대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최동성이 전권을 일임하자 마자 그룹 개혁을 단행하는 최서윤의 모습을 보면 최서윤은 자신의 형제들을 쳐낼 명분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동성에게 믿을 만한 자식이 자신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녀처럼 면사포를 쓰고 기도하던 최서윤은 그렇게 종교 전쟁을 지휘하는 전사가 되었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설희의 설득에 그렇게는 못산다고 대답한 장태주.


윤설희(장신영)와 함께 에덴을 운영하는 장태주는 자신이 최민재와 최서윤과는 다르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자신과 장태주가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 최민재에게 '내가 누르는 단추 때문에 힘없는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며 '난 한번도 내 아버지같은 사람들 다치게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짐하던 장태주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동네 아저씨였던 박씨를 직접 감옥에 넣고 말았습니다. 재건축 때문에 피해입고 항의 농성을 벌이던 그는 돈과 권력에 약해질대로 약해진 사람이었으나 장태주는 자신이 살기 위해 박씨를 제거한 것입니다.

결국 세 사람은 어제 방송분으로 자신들을 가로 막고 있던 윤리와 혈연과 가치관의 껍데기를 모두 벗고 가끔씩 위안을 얻언 안식처까지 버렸습니다. 세 사람의 앞길을 막던 최원재같은 약한 짐승들은 모두 제거되고 최동성 회장의 치매 증세를 지켜보며 응큼한 속셈을 감추는 한정희(김미숙)같은 여우들만 숨어 있습니다. 장태주, 최서윤, 최민재는 모두 바벨탑을 오르던 발길을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죠. 윤설희가 장태주에게 돌아가자며 설득했지만 이미 장태주는 돈의 맛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습니다.

황금의 제국을 찾아 떠난 그들의 여행을 왜 하필 신앙에 비유했을까.


16세기 초반, 아마존 밀림에는 황금의 제국이 숨겨져있다는 말에 많은 유럽인들이 무서운 밀림 속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노다지를 찾아헤매던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보물을 찾아 숲을 헤매는 사람들은 돌아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빚을 내서 여행경비를 마련하고 만류하는 가족들의 눈물을 보며 먼길을 떠나온 그 사람들은 되돌아가면 마주쳐야하는 현실이 앞을 향해 달리는 험난한 여행 보다 더 괴로웠습니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황금의 제국이 있든 있지 않든 밀림 끝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황금의 제국'은 젊은 세대들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과거의 풍경으로 불친절한 드라마란 평가를 자주 받습니다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과거가 아니라 거친 밀림 속을 헤매는 전투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 봅니다. '황금의 제국'이란 최동성이 언급한 신앙과 돈에 대한 집착을 연결시킨 점이 종종 흥미롭게 여겨지더군요. 화려하고 현대적인 건물 속에서 날이 선 경쟁을 하는 그들의 싸움이 원시림 속의 생존경쟁과 다를 것은 없어 보입니다. 본격적인 싸움에 뛰어든 세 사람이 기대되는 건 그런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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