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목소리가들려, 황달중의 무죄판결 키를 쥔 서도연의 딜레마

Shain 2013. 7. 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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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여러모로 정체가 희한한 드라마입니다. 일곱살 차이나는 박수하(이종석), 장혜성(이보영)의 로맨틱 코미디에 음침한 살인마 민준국(정웅인)의 미스터리, 법정 안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법을 증거를 근거로 치열하게 충돌하는 내용을 고루고루 섞었는데도 전혀 어색하단 생각이 들지않고 오히려 주인공들의 따뜻한 사랑을 응원하게 됩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16부작이었던 분량을 2회 연장하고 엄기준, 김민종까지 특별출연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네요.

'악마가 바꿔입는다고 천사가 되지 않는다' 검사 서도연의 가치관은 황달중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이 드라마는 '법'과 '변호사'를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에 눈멀어 천인공로할 죄를 지은 죄인들까지 변호하는 변호사들과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죄인인데 가벼운 벌을 주거나 무죄로 풀려나게 만드는 법 때로는 무죄 임이 확실하거나 범인이 아닌데도 억울하게 처벌받아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과연 법의 역할은 무엇인지 변호사의 진짜 사명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습니다. 인간도 신도 아닌 무형의 법이 사람을 알아줄 리 없으니 인간인 변호사와 검사가 보다 노력해야한다는 것이죠.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변호사는 죄를 옹호하는 사람이기 보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변호사가 '이야기를 듣는다'는 말은 무조건 죄인을 '옹호'하고 '미화'한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뜻의 말이죠. 상대방이 죄인이든 아니든 변호인을 의지하는 의뢰인을 이해하라는 뜻입니다. 노련한 신상덕(윤주상) 변호사는 무조건 의뢰인을 믿어줘야한다는 생각에 실수를 저지르는 국선전담 차관우(윤상현)와 의뢰인에게 관심이 없으면서 변호인석에 앉거나 죄를 지은 의뢰인을 처벌해야한다는 신념으로 검사와 협력하는 장혜성(이보영)을 보며 쯧쯧 혀를 찹니다.

편견없이 그러나 공정하게 피의자의 말을 들어주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두 국선전담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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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상덕 변호사의 우려와는 달리 차관우와 장혜성은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었죠. 차관우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의뢰인의 숨막히는 심정을 김공숙(김광규) 판사 앞에서 선보이며 피고인이 답답해서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던 상황을 설명합니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피고인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었던 장면이었죠. 장혜성은 그 누구나 유죄라고 생각했던 고성빈(김가은)의 주변을 샅샅이 조사해서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음을 알아냅니다.

고성빈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장혜성이 고맙기 때문에 '연적' 장혜성에게 질투를 표현한 적도 없고 오히려 가끔씩 만나 손톱을 다듬어줄 만큼 우호적으로 행동합니다. 친구에 대한 질투로 '쌍코'라 놀리고 왕따를 했던 날나리 여고생이 자신의 무죄를 들어준 사람 덕분에 삶이 달라진 셈입니다. 이 드라마는 변호사의 본질이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죄를 용서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있다고 말합니다.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 남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것이죠.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신상덕은 고민한다. 눈을 가린 여신은 왜 황달중에게만 불평등했는가.


다시 나타난 민준국이 차관우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억이 돌아온 박수하는 민준국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죄가 있음을 납득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어떤 이유도 민준국의 살인을 정당화할 순 없지만 박수하는 민준국의 기억을 떠올리곤 뭔가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첫회에 등장한 수하 아버지(조덕현)와 펜던트 그리고 박수하를 꺼려하던 고모부에게도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뭐 이건 어디까지나 작가의 숙제인 거 같고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은 황달중(김병옥)의 살인미수죠.

어제 방송분으로 황달중과 서도연(이다희), 서대석(정동환), 정영자(김미경)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풀렸습니다. 드라마 첫회에서 어린 장혜성(김소현)은 어린 도연(정민아)이 커닝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필사적으로 1등을 하려했던 서도연이 장혜성이 폭죽을 쏘았다고 거짓말하고 아버지 서대석의 뒤를 이어 미대를 포기하고 법대를 간 이유는 가끔씩 싸늘해지는 아버지 서대석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서대석은 도연을 자신의 딸로 키우면서도 도연을 볼 때마다 죄없이 감옥에 간 황달중과 딸을 입양하는 조건으로 사라진 정영자가 떠올랐기에 엄격했던 것이죠.

황달줄의 무죄를 입증하려면 서도연은 서대석의 지난 잘못을 들추어야 한다.


황달중은 살인죄로 26년 동안 복역중이었습니다. 이제 죽을 병에 걸려 형집행정지를 받은 황달중은 신상덕과 대화하며 딸아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다며 크레파스를 샀다고 했었죠. 어떻게 된 일인지 정영자는 살기 위해 그런 남편을 살인자로 위조했다고 하고 황달중은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반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억울함에 정영자를 찔렀습니다. 황달중이 정영자를 찔렀지만 그 동안의 사연이 사연인 만큼 정영자의 친딸인 서도연이 나타나 양쪽이 부부였음을 증명하면 무죄를 주장해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네티즌들 중에는 영화 '더블 크라임(Double Jeopardy, 1999)'을 근거로 황달중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무죄를 받을거란 의견을 적은 분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황달중은 이미 살인죄로 판결받아 복역했으니 판결이 난 같은 사건으로 두 번 소송할 수 없다는 법을 이용해 무죄로 풀려날거라 뭐 이런 이야기죠. 그러나 사실 영화 '더블 크라임'은 법적으로는 상당히 잘못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은 사실이나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별개로 취급되고 영화주인공이 무죄로 풀려난다면 그건 다른 이유일 것입니다.

박수하와 장혜성이 먼저 알게 된 서도연의 비극. '검사' 서도연은 어느 아버지의 유죄를 선택해야하나,


박수하가 법정에 섰던 민준국 살인 사건도 그렇지만 황달중 사건처럼 일명 '시신없는 살인 사건'은 판사의 재량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상황증거가 인정되지만 피해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으면 죄가 없다는 논거로 박수하처럼 무죄를 받은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시신을 전혀 찾지 못했는데도 증언 만으로 유죄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대석은 서도연의 '타고나길 범죄자로 타고난다'는 발언으로 봐서 황달중을 유죄라고 단정하고 재판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관은 때로 피해자가 무조건 선인이고 범죄자가 악인이라는 편견을 버려야할 때가 있죠.

이 드라마에는 '법' 때문에 울고 웃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만 정의로운 검사이길 원했던 서도연 만큼 사연이 복잡한 캐릭터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서도연은 황달중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이자 서대석과 정영자의 유죄를 증명할 증거입니다. 동시에 그녀 자신도 민준국의 죄를 판단하고 추적하는 검사의 법복을 입은 인물입니다. 서도연이 황달중의 친딸임을 스스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두 아버지의 운명이 바뀐다는 뜻이 됩니다. 황달중의 유무죄 판결을 떠나 검사 서도연의 가치관을 바꿀 엄청난 사건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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