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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종종 불의의 의료사고가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또 병원에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쉬쉬하며 덮습니다만 병원에 와서 일정 시간 이상의 난동을 피우고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 현행범으로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동이 의사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사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난동부린 유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만약 병원에서 책임지지 않기 위해 의료사고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진료기록 제공을 거부한다면 유족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약올리듯 같은 답변만 반복하는 병원 측에 화가 나지 않을 유족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수하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은 장혜성이 민준국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고 병원측에서 쉽게 의료사고 의혹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아무리 억울해도 그렇지 그런 폭행을 저질러서야 되냐'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항의하라고 하겠지만 의료사고라며 항의하는 유족의 말을 전혀 들으려하는 병원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서도연(이다희)가 검사로서 살인은 살인이라며 냉정한 접근을 추구하다가 황달중(김병옥)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사법제도의 피해자임을 알게 된 후 태도가 바뀌었던 것처럼 자기가 직접 당해보기전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마지막회에 살인자 민준국(정웅인)의 살해 동기와 범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보복 살인은 법적으로 옹호받을 수 없는 중범죄이나 지금까지 드라마가 보여준 이야기를 기억해보면 민준국의 목소리도 꼭 들어줘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박수하(이종석)도 한때 민준국에게 복수하려고 칼을 준비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똑같이 복수하고 싶은 순간에 민준국은 살인을 선택했고 박수하는 장혜성(이보영)을 찌르는 바람에 그 마음을 접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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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세상에 혼자 남아 장혜성을 그리워하며 살던 박수하의 마음에 감정 이입이 되었기 때문에 죽이고 싶어하던 그의 행동을 '공감'이나 '동조'는 못해도 이해는 했습니다. 어춘심(김해숙)까지 죽인 민준국에게 복수하고 싶어하지 않을 사람은 세상에 없을테니 말입니다. 대신 민준국도 박수하와 비슷한 감정이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합니다. 납득가지 않는 부분도 여러 곳 있죠. 단서를 조합해 민준국의 아내가 사망하면서 그에게 불행이 닥쳤다는 건 알겠는데 왜 수하 아빠 박주혁(조덕현)을 죽이려한 것인지 장혜성에게 복수하려 한 건지 완벽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상태죠.

우선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종합해 추측하면 민준국은 박주혁이 게재한 심장병 수술 100% 생존율이란 기사를 읽고 세기대학병원에서 수술받은 것같은데 병원에 책임을 물을 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주혁은 환자가 사망했단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거나 터무니없이 조작된 생존율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고 그런 기사를 쓴 이유는 장혜성이 지적한 대중의 무관심이거나 수하엄마를 살리기 위한 커넥션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알 수 없는 과정으로 인해 민준국이 난동을 부렸고 박주혁과 수술담당교수를 살해했다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장혜성은 수하아버지와 민준국의 관계를 듣고 법정으로 간 후 사라졌다.


민준국이 차관우(윤상현)에게 보내준 신문기사의 날짜가 선명하지 않아 확실치는 않지만 수하엄마가 죽은 것은 2001년 4월 20일이고 민준국의 아내가 죽고 난동을 부린것도 그 쯤입니다. 어린 장혜성(김소현)이 민준국의 살인을 목격한 건 2002년 4월 24일이죠. 민준국은 수하 아빠를 죽이고 구속 상태였고 혜성의 증언으로 교도소에 갑니다. 또다른 기사 내용으로 보아 민준국이 증언한 혜성을 증오하고 복수하려 한 이유는 자신이 교도소에 간 동안 치매걸린 노모와 어린 아들이 길에서 굶어죽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기사 내용에 교도소라고 적혀 있더군요).

박주혁이나 장혜성 모두 민준국의 아내나 노모를 죽인 당사자는 아닙니다. 일부러 사람을 죽이려 수술하는 의사는 없으니 성공확률이 높은 수술이든 아니든 의료사고였을 것이고 박주혁에게 기자로서의 윤리를 묻거나 병원에서 책임을 인정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일 뿐 고의로 죽였다고는 볼 수 없죠. 민준국이 살인까지 하고 싶을 정도고 극도로 분노했던 이유를 납득시키려면 박주혁과 병원 의사 간에 추악한 관계가 있었단 사실 혹은 민준국의 감정을 '너목들' 제작진들은 보여줘야 합니다. 만약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민준국의 분노는 세상을 향한 증오범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닌 세상 일은 모른척한다. 세상의 무관심이 사건의 가해자이다.


이런 저런 가능성을 따져봐도 민준국의 범행 동기는 아무도 자신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은 세상의 무관심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황달중을 26년간 옥살이하게 한 서대석(정동환)은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마찬가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수술을 권하거나 광고한 의사, 기자는 도의적 책임은 물을 수 있어도 법적 책임을 묻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한때 한국에서도 심장병 수술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습니다. 특정 병원이 정확치 않은 통계수치를 내세우며 심장이식수술 생존율이 100%란 기사를 낸 것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박수하가 검색한 내용대로 미국 병원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식의 통계수치를 신문기사로 발표한 그 병원의 통계치는 100%라기는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지금도 아마 '심장이식수술 100%'로 검색하면 검색될 것입니다). 이후 같은 교수가 심장이식수술의 권위자가 되었으나 기존방식 보다 환자 사망률이 높고 부작용이 많다는 시술법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틀림없이 그의 시술법으로 도움받은 환자들이 많지만 '보건연'과 그 교수의 대립은 생각해볼 점이 많았죠. 논란이 있는 시술을 권장해서 사람이 죽었다면 살인일까요 아닐까요?

2시간 30분 후 우리의 11년 간의 이야기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민준국이 바라는 건 아주 작은게 아닐까.


거기다 민준국의 아들과 어머니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굶어죽었습니다. 의료사고를 당해도 잘못된 언론 보도에 희생되도 처벌을 요구할 수 없는 그에게 사회에 대한 증오심이 싹트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릅니다. 지금의 민준국은 살인자이지만 병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난동을 부린 그 순간은 사회적 약자였을 것입니다. '네가 참 못나고 가엽다'는 어춘심의 유언처럼 박수하가 사람을 죽이려는 순간 손을 잡아준 장혜성처럼 의료사고가 났을 때 그의 억울함을 들어준 누군가가 있었다면 '증오범죄'는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민준국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수하에게 사과할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수하는 한번도 자신의 엄마가 어쩌다 죽었는지 말한 적이 없습니다. 민준국의 아내는 수하 엄마의 심장을 이식받은게 아닐까싶은 생각도 불현듯 들더군요. 서로에게 가해자이고 피해자인 그들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반전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민준국이 바라는 건 정말 작은 감동, 아주 작은 공감이란 추측이 들더군요. 그 누구 보다 외로운 사람이니 말입니다.

박수하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지 않도록. 마지막회엔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원래 꿈은 반대라는 말 때문에 저는 이 드라마가 나름대로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드레스입은 장혜성이 피를 흘린 곳은 과거 수하가 실수로 찔렀던 그 자리같은데 어춘심은 민준국이 물에 떠민 혜성을 누가 구해주는 꿈을 꾸었습니다. 수하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장혜성은 어춘심의 꿈처럼 무사히 구해질 것이란 뜻이겠죠. 제작진은 아직까지 마지막을 결정하지 못했다는데 '살인이 큰 죄라면 살인으로 사람을 몰고간 사회에도 죄가 있다'는 교훈을 어떻게 살릴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지 궁금한 순간입니다. 다음주에 방송될 2시간 30분 때문에 100시간 넘게 기다려야하는게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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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smg1016
    2013.07.29 22:55

    저 위글 말 대로면 수하 엄마가 민준국 아내에게 심장이식 수술로 수하 엄마가 죽은것에 분노한 수하 아빠가 민준국 아내를 죽이고 민준국이 다시 수하 아빠를 죽인게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