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목소리가들려, 민준국과 수하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미끼 등장

Shain 2013. 7. 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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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누구든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한 경우 확정 판결에 대한 재심을 요구하고 손해배상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 보다 그 절차와 소송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황달중(김병옥)처럼 가슴아프고 슬픈 옥살이는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구제해줘야할 것같지만 대개 기나긴 시간에 속만 태우며 지쳐갑니다. 26년간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고 딸과 건강을 모두 잃었는데도 책임질 사람은 없고 최소한의 보상을 해줘야하는 국가는 그들을 위해 약간의 시간도 양보하지 않는 셈입니다.

친아버지의 공소장을 직접 작성하고 검사로서 심문하는 입장이 된 서도연의 눈물. 억울한 옥살이의 비극.

확정 판결의 재심은 조건이 까다롭지만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꽤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모델인 정원섭 할아버지는 1972년 경찰서장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으로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지난 2007년 재심을 통해 증거가 일치하지 않음에도 강압 수사로 자백을 받아냈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최근 26억원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그가 거짓 수사로 옥살이를 하고 41년 만에 받은 보상이었습니다. 짜맞춘 수사로 옥살이를 하게 만든 시간은 총알같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데 걸린 세월은 수십년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간 사이 아버지는 충격을 받아 돌아가시고 가족들도 살인자 가족이란 눈총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26억원은 그의 억울한 인생을 되돌리기엔 너무나 적은 돈입니다. 힘없는 국민들에게 법이 이렇듯 '뻣뻣하게' 구는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죠. 또 '힘없는' 국민은 아니지만 정치적 이유로 처벌되었던 故 장준하 선생의 경우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판결되었으나 유가족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 비용이 없어 몇몇 사람들이 모금운동을 통해 돈을 마련중이라 합니다.

수하아빠 박주혁은 아무래도 거짓광고를 기사로 실은 듯하다. 심장이식수술 생존율은 100%가 불가능하다.

 

사실 어제 '너목들' 방송분을 보면서 작가가 시청자를 휘어잡는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방송 첫회부터 지금까지 꽤 많은 '단서'와 '복선'을 흘리고 있지만 그 단서와 복선으로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 중에 민준국(정웅인)이 살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고 그 심리의 일부를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딱 부러지게 민준국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내는 부분은 없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가 모든 열쇠를 쥐고 있고 시청자는 조금씩 조금씩 보여주는 미끼를 따라가는 수 밖에 없죠.

던져주는 미끼에 이번엔 넘어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힘없는 시청자가 어쩔 수 있나요. 이번에도 작가가 던져준 미끼를 앙 하고 물어보려고 합니다. 민준국 역의 정웅인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대로 박수하(이종석)의 아버지 박주혁(조덕현)은 기자였습니다. 민준국은 변장을 하고 숨어서 차관우(윤상현), 장혜성(이보영), 박수하에게 박주혁이 2001년 인주일보 기자 시절에 작성한 기사를 복사해서 보냅니다.박주혁이 쓴 기사는 대부분 세기대학병원 우성식 교수가 심장이식수술을 100% 성공했다는 내용 입니다. 일종의 과장 의료 광고 냄새가 납니다.

수하 아빠가 우성식 교수 기사를 게재할 때 쯤 수하엄마도 죽었고 교수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차관우는 특유의 직감으로 우성식과 박주혁이 관계있다는 생각에 세기대학병원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우성식 교수가 이미 11년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무래도 복수심에 사로잡힌 민준국이 우성식 교수를 죽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요. 그리고 박주혁이 세기대학병원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던 그때쯤 수하의 엄마 즉 펜던트의 주인공이 죽었습니다. 미끼를 덥썩 문 시청자는 지금까지 나온 키워드를 근거로 또다른 시나리오를 써야할 시점입니다. '너목들' 작가가 오늘 밤 16회 방송분에서 또다른 내용을 제시해줄지 아니면 이대로 이번주 내용은 끝인지 조마조마하니까요.

인공심장이든 뇌사 환자의 심장을 이식받는 것이든 심장이식 수술은 100%란 수치가 나오기 힘듭니다. 대부분 심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 수준의 수술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술 후 10년간 생존율은 아무리 높아도 70%를 넘기 힘듭니다. 수술 중에 사망하는 경우도 꽤 많죠. 또 심장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환자면 다른 질병이 있는 경우 합병증으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100%의 성공률이라는 박주혁의 기사는 10년후 생존율을 제외한, 조작된 수치를 이용한 과장광고이며 허위 광고라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아빠가 정말 나쁜 잘못을 저질렀으면 어쩌지.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은 누구나 똑같다.

 

일단 민준국이 수하 아버지가 '세치혀를 잘못 놀렸다'고 했던 걸로 보아 민준국의 아내가 국내에서 가장 성공률이 높다는 우성식 교수에게 심장이식수술을 받았음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또 수하 아빠 박준혁이 그런 거짓말 기사를 썼던 이유는 수하엄마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야하는데 그 조건 중 하나가 광고 기사 게재는 아니었을까요?  우성식 교수의 임상실험 대상이 되지 않으면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 절박한 심정으로 기사를 썼을 수도 있습니다. 수하 엄마의 장례식이 치러진 곳은 세기대학병원이었습니다. 그 병원에서 수술받다 죽었을 거란 말이죠.

그것도 아니면 민준국의 아내가 뇌사가 아닌데 '뇌사'라고 해서 심장 이식을 받았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민준국이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내는 걸로 봐선 수하엄마나 민준국 아내 모두 수술 대상자같단 생각이 듭니다. 민준국은 박주혁의 기사 내용만 믿고 아내를 정말 살릴 수 있는 줄 알고 임상실험을 자청했는데 수술은 치료목적이기 보다 실험용 쥐처럼 실험 목적이 훨씬 강했고 의사는 사과하거나 과실을 인정하기 보다 수술동의서를 근거로 민준국의 항의를 덮으려 했다는 시나리오가 생각나더군요. 마치 서대석(정동환)처럼 말입니다.

 

황달중의 억울함은 이해하지만 박수하는 이 순간 만큼은 서도연에게 공감한다.

 

서대석 판사가 황달중의 아내 정영자(김미경)와 공모해서 서도연을 입양하고 황달중을 옥살이시킨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처럼 박주혁 기자의 과장된 기사도 '살인죄'에 준하는 법적 처분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준국이 박주혁을 죽였다는 혐의로 법정 재판을 받을 때 기를 쓰고 무죄판결을 받으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우성식 교수를 죽이고 박주혁을 죽이고 그 사건에 관련된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수하려 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무죄판결을 받아야 그의 복수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서 어린 장혜성(김소현)에게 심하게 분노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제 서도연 검사가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울부짖는 모습과 딸을 '심청'이라 부르며 슬퍼하는 황달중을 보니 역시 사람을 한가지 면만 보고 판단한다는 건 오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러준 아버지와 친아버지 사이에서 슬프게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드라마 속 내용인데도 가슴이 아프더군요. 박수하의 말처럼 진실을 밝히는 일이 사랑하는 가족의 치부를 들어내는 일이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같은 아픔을 겪게 됩니다.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그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장혜성처럼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란거죠.

황달중에게 진짜 사과해야하는 사람은 따로 있지만 서대석은 '법'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서도연 검사는 죄를 지은 사람은 법이 정하는 벌을 받아야한다고 굳게 믿던 검사였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길러준 아버지의 도덕적 죄에 침묵하고 친아버지의 '면소'를 막기 위해 심문하는 상황은 비극인 동시에 불합리입니다. 황달중이 26년의 세월이 억울해 정영자를 우발적으로 찔렀다는 이유로 친딸의 심문을 받는 비참한 상황에 처해서는 안됩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마지막회가 다가올수록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법의 정의는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런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 드라마가 진짜 바라는 것일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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