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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싼티나는 여자의 순정과 속물 남자의 세레나데

Shain 2013. 12. 2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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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가 연기하는 '미스코리아'의 오지영은 여러모로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아는 분은 오지영의 캐릭터를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며 '싼티난다'라는 단어를 골라내더군요. 비슷한 의미로 '경박하다'는 단어도 있지만 오지영처럼 이 남자 저 남자를 다 홀릴 만큼 웃음이 헤프고 수틀리면 욕도 곧잘 하는 불량 캐릭터는 '싼티'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저렴한 상품도 아니고 '싼티난다'는 사람에게 써서는 안되는 표현입니다만 '미스코리아'의 오지영 캐릭터를 정확히 묘사하는 단어죠. 가볍고 발랄하면서도 신비한 맛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이힐이 부러져도 첫사랑이 괴롭혀도. 미스코리아를 향해 웃어라 오지영.

 

물론 오지영이 가벼워 보인다고 해서 남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여자는 아닙니다. 배고파서 삶은 달걀을 몰래 먹다 징그러운 박부장(장원영)에게 괴롭힘당하고 그만뒀으면 하는 동료 이름을 적어내라는 박부장의 횡포에 당당히 맞서는 오지영은 동료들과의 의리 하나 만큼은 끝내주는 언니입니다. 못 배우고 싼티나는 여자라고 발랑 까진 여자라고 남들이 다 막 대해도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멋진 여자입니다. 그 어떤 고통을 당하고 울어도 '와이키키'라고 웃을 수 있는 강한 여자가 오지영이죠.

특히 연기자 이연희가 오지영에 정말 잘 어울립니다. 권석장 PD와 배우 이선균이 여배우의 자질을 잘 살려주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연희가 출연한 드라마 중에서 이만큼 자신의 캐릭터를 잘 이해한 경우는 처음 보았습니다. 고질병으로 지적받던 발음도 이번에는 선명하구요. '노력하지 않고 예쁘기만 한 배우'라는 평가를 받던 이연희가(작년 '유령'에 출연했을 땐 저도 짜증났습니다) 편견의 껍질을 벗고 캐릭터 배우로 다시 태어난 건 이연희의 연기자 인생의 새출발이 될 것입니다.

돈이 필요한 남자와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여자.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오지영의 첫사랑이자 망해가는 벤처기업의 CEO인 김형준(이선균)은 느끼하고 양아치스러운 엘리트 남성입니다. 여자를 대하는 김형준의 태도는 엘리베이터걸을 성희롱하는 박부장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박부장이 대놓고 직장 여직원의 엉덩이를 만졌다면 김형준은 내뱉는 말 한마디 마다 오지영에 대한 무시와 비하가 담겨 있습니다. 첫사랑 오지영을 찾아가 미스코리아를 만들어주겠다며 갖은 폼을 다 잡아놓고 오지영을 몰래 접대 자리에 끌고 나가는 비겁한 남자 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김형준은 예쁘고 날씬한 오지영을 싼값에 써먹겠다는건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김형준 본인도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닙니다. 무모하게 벤처기업을 차려서 친구들과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졌으면 무릎꿇고 싹싹 빌어서라도 투자를 받아야합니다. 사채업자 정선생(이성민)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더라도 찜질방하는 엄마(임예진)에게 들들 볶이더라도 사업은 성공시키고 봐야합니다. 첫사랑에게 체면차리다 아무 것도 못하느니 일단 간쓸개 다 빼주고 돈을 벌어야합니다.

할아버지가 냉장고에 몰래 넣어둔 소주. 그 술을 모르고 마셨던, 그때의 기억은 아무 힘이 없을까.

정선생의 금목걸이를 뺏어 오지영의 한복을 사는 김형준을 보고 고화정(송선미)은 '니들이 이제 별짓을 다한다'며 어이없어하지만 대학원생 고학력자든 고졸 엘리베이터걸이든 똑같이 살기 힘든 시대에 김형준은 자신의 첫사랑을 되새기며 감정의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죠 . 그러나, 오지영이 체리미용실의 수작으로 무대 위에서 힐을 신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오지영을 무대에서 업고 내려옵니다. 그리고 오지영에게 숨겨왔던 속마음을 털어놓죠. '계집애가 창피한 것도 모르고. 사람들이 너보고 비웃는거 싫다'라고 말입니다.

잔뜩 독기가 올라 마애리(이미숙) 원장과 함께 미스코리아에 나가겠다고 악악 대던 오지영도 김형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감귤아가씨 대회에서 '1등을 해야 저 깡패아저씨한테 내 상금을 줄 거 아니냐'며 속상해 합니다. '고졸에 엘리베이터걸인게 그렇게 창피했냐'며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죠. 어린 시절에 오지영의 수퍼에서 키스를 나누던 김형준은 서울대학교 학생이 되도 지영을 창피해하지 않겠다고 했고 오지영도 김형준에게 돈 못벌고 별 볼일없어도 무시하지 않겠다고 무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학 시험 전날 번개탄을 피워 오지영 대신 난로의 연탄을 갈아주던 김형준이 기침을 하자 지영이 형준에게 냉장고 안 물을 건냅니다. 물론 물병 안에 들어있는 건 지영의 할아버지 오종구(장용)가 식구들 몰래 마시던 소주였지요. 물맛이 이상하다 싶지만 자신이 무얼 마신지도 모르고 소주를 들이키던 김형준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앞에 있는 지영에게 자신도 모르게 키스하기 시작합니다. 그때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취해버리면 조금 더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있는 걸까요.

오지영과 김형준을 돈으로 낚으려는 이 남자. 대체 숨겨진 속마음이 뭐지?

어린 오지영을 사랑하던 김형준의 마음과 귀엽고 다정한 얼굴로 형준을 홀렸던 지영의 미소도 정말 아름답고 순진했습니다. '갱제'를 살리지 못한 시대라서 그랬는지 IMF 외환 위기 때문인지 그들의 사랑은 더 이상 솔직해질 수가 없습니다. 집요하고 끈질기고 서러운 오지영의 삶. 그녀의 삶을 확 바꿔줄 미스코리아. 가진 것없는 두 연인의 갈등도 갈등이지만 세상 남자들에게 시달리는 오지영의 모습은 묘하게 가슴찡하고 마음아프지요 . 웃겼다가 울렸다가 역시 연기자는 연기를 제대로 할 때 가장 예뻐보입니다.

'미스코리아'에는 처량하지만 웃음나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싼티나는 여자의 순정과 속물 양아치 남자의 사랑노래도 흥미롭지만 내복입고 달리는 정선생이나 차갑게 굴면서도 속정깊은 고화정의 따뜻함이 참 인상적이죠. 그리고 잔인하게 김형준을 짓밟고 오지영의 속을 후벼파놓는 이윤(이기우) 캐릭터도 관심있게 보게 됩니다. 형준과 지영을 들었다놨다하는 만원짜리 김형준은 오지영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 걸까 요. 겉으로 차가운 척하는 도시 남자의 진심이 숨겨져있는지 형준과 지영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건지 좀 궁금한 캐릭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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