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연아야 고마워' 김연아는 푸틴과 러시아를 이겼다

Shain 2014. 2. 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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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본질은 최선을 다해 승부를 겨루는데 있습니다.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한 선수들은 적어도 세계 수준에서 겨룰 수 있는 인물들임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고 아무리 어설퍼 보여도 자신의 국가에서는 최고의 선수들입니다. 비록 실력에 따라 그들에게 금 은 동 메달이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들 한사람 한사람의 노력 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자세 그리고 그를 받쳐주는 공정한 심판과 공정한 기회가 중요한 것입니다. 전세계인들이 바라보는 올림픽에서 심판의 편파판정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면 누가 그 올림픽대회를 즐기려 하겠습니까?

소치의 김연아는 러시아를 배짱으로 이겼다. 피겨약소국은 감당할 수 없는 그들의 편파 판정.




이제는 볼 수 없는 김연아의 올림픽 경기 - '퀸 연아'의 마지막 무대가 금메달은 아니어도 최소한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회가 되길 바랐는데 어제 소치올림픽에서 그 기대는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연기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빙판 위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해서도 아닙니다. 눈에 띄는 실수를 저지른 다른 러시아 선수도 있는데 유독 심판의 가산점은 김연아에게만 박했고 그녀에게는 은메달이 주어졌습니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피겨를 지켜보던 한국인들과 퀸연아의 세계팬들은 편파 판정에 분노했습니다.

김연아는 이틀전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자신에게만 박한 점수를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소치올림픽의 피겨 챔피언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엄청난 승부욕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심판의 판정에 수긍하던 김연아가 쇼트에서는 '짜다'고 혼자말을 했다고 합니다. 쇼트 프로그램 참가전 엄청난 긴장감으로 표정이 굳어 있던 김연아가 그 누구 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워밍업을 하고 프리 스케이팅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김연아 혼자의 힘으로는 러시아와 푸틴을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 - 많은 한국 네티즌들이 연아의 은퇴무대를 격려하며 '연아야 고마워', '연아야 사랑해'로 검색어를 가득 채우는 동안 세계의 피겨팬들은 러시아 피겨 심판들을 비난하며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러시아 출신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는 전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넘어질 뻔 했습니다. 김연아의 고난도 클린 연기 보다 넘어질 뻔한 연기가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았으니 누가 봐도 이해 안가는 판정입니다. 한통속이 되어 연아의 가산점을 깎은 심판진에 대한 비난은 당연한 일입니다.

새벽 4시 인터넷을 가득 채운 '연아야 고마워' - 많은 사람을 짠하게 한 김연아의 은메달.


그러나,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영원히 피겨의 퀸으로 남을 '퀸연아'이며 누구나 무서워하는 푸틴과 비매너로 지적받은 러시아 관객들을 이긴 최고의 영웅입니다. 러시아 출신으로 엄청난 박수 갈채를 받으며 경기를 가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도 점프에 실패하고 넘어졌지만 김연아는 러시아 앞에서 당당했습니다. 심판이 모두 김연아의 점수를 깎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지라도 아무도 그녀의 기를 꺾지 못했습니다. '퀸연아'는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실력을 증명했고 그 대단한 러시아를 배짱으로 이겼습니다.

김연아가 보여준 점프와 연기는 단연코 세계 최고였습니다. 이번 대회로 많은 신예들이 세계에 얼굴을 알렸지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등이 동시에 은퇴해 당분간 김연아 만한 천재 피겨 스타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피겨 약소국 대한민국은 김연아의 뒤를 이를 피겨스타 육성계획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더욱 그럴 것입니다. 피겨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편파 판정을 증명하며 물러난 김연아 - 안타깝고 아쉬운 은메달이지만 많은 팬들이 연아를 그리워할 것이란 점만은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아 '소치스캔들'과 아사다 마오의 눈물

어제밤에 인터넷에서 3살 짜리가 피겨스케이팅 대회에 출전한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외국 아이였으니까 한국 나이로는 4, 5살쯤 되었을 것입니다. 악셀도 반바퀴에 다리를 살짝 드는 정도의 포즈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지만 조그만한 아기가 넘어지지도 않고 스케이트를 산다는 사실 만으로도 너무나 귀엽고 신기했습니다. 4살 때 스케이팅을 배웠다는 연아도 아기때는 귀여웠겠지만 스킬이 완벽하지 않았겠죠. 김연아와 같은 나이에 스케이팅을 배웠다는 아사다 마오 역시 한때는 그렇게 귀여운 아기였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기대주였습니다.

프리스케이팅을 감동적으로 연기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한 마오. 소치에서 무슨 일을 겪었나?


아사다 마오하면 우리 나라에선 치팅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 중 하나는 어린 아사다 마오가 한때 김연아에 버금가는 뛰어난 자질의 선수였고 김연아가 넘고자하는 라이벌이었단 점입니다. 실패율이 높다고는 하나 어쨌든 지금도 현역 여자 스케이터 중에서는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을 연습하는 선수도 맞습니다. 그랬던 아사다 마오가 성장에 맞춘 점프 교정을 하기 보다 실적에 목매게 되고 한일 경쟁을 부추키는 언론에 시달림을 받게 되면서 '트악'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녀의 상황을 잘 보면 이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죠.

어제 김연아만 은퇴한 것이 아니라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도 은퇴했습니다. 그녀는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해 비록 갈라쇼에는 참가할 수 없게 되었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보여준 연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쇼트에서의 부진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단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모든 점프를 소화했고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감정 표현으로 원숙해진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무덤 앞에서 약속했다는 금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팬들 앞에 후회없는 연기를 선보인듯 합니다.

스케이팅에 최선을 다한 김연아는 왜 금메달을 뺐겼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조심할 점.


솔직히 평소에 관심없던 아사다 마오가 이렇게 불쌍해질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 경기를 보다 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최선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마오가 팬들을 감동시키는 연기를 선보일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거품'이 많이 낀 선수인지는 몰라도 그녀 역시 스포츠인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일 대결에만 혈안이 되어 있던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마오가 쇼트에서 16위를 하자 할복자살 운운하며 악플을 쏟아냈고 취재 기자들은 철수하고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모리 전 총리는 '보기좋게 넘어졌다'며 독설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덧붙여 김연아가 편파판정의 희생양이듯 아사다 마오 역시 소치올림픽의 또다른 피해자중 하나입니다. 넘어진 그녀를 보며 러시아 관객들은 비웃었다고 하더군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향해 '넘어지라'며 악담을 하던가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고 비웃는 일은 스포츠 팬들의 기본 상식에 어긋난 행위입니다. 스포츠 선수의 실수에 악담을 퍼붓는 올림픽 조직위원장이나 비매너 관중들 - 마오에 대한 악감정과는 별개로 올림픽에서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들이 마오에게 일어난 것이죠.

왜 김연아는 최고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혼자 상대해야했나? 앞으로도 나타날 문제점.


슬픈 마오를 보며 제가 씁쓸했던 것은 마오가 견뎌야했던 '국가'의 무게가 김연아의 그것과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마오의 나라는 러시아의 비매너를 어떻게든 항의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일본은 그나마 퍼줄 만큼 퍼주고 마오를 재촉했지만 한국은 빙상장 하나 지어준 적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김연아가 대한민국'이라는 다소 억지스런 광고까지 만들었으니 그 부담감이 얼마나 대단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죠. 빙상연맹이 이번 '소치스캔들'로 정식으로 항의절차를 밟을까요? 카타리나 비트까지 김연아의 은메달에 흥분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자국의 빙상연맹도 믿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적당한 국가주의는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킵니다. 그런데 국가 상황에 따라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선수에게 꼭 필요한 순간에는 선수를 외면하고 도와주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마오를 짓눌러왔던 것이 김연아와 엮는 라이벌 구도, 김연아를 이겨야한다는 국민의 기대였다면 김연아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피겨가 아니라 피겨계를 둘러싼 사람들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스포츠' 이외의 것으로 선수들을 괴롭히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와 수치스러운 김연아 '소치 스캔들'로 우리 나라 역시 배워야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연아는 혼자서 러시아에 맞서야했다 - 스포츠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만 말고 필요할 때는 보호하자.


한국의 많은 팬들은 김연아가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의 그 말은 진심입니다. 다만 편파 판정이라는 횡포 속에서 그녀의 은퇴를 지켜봐야한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가라앉은 연아의 표정과 러시아 피겨 금메달리스트의 웃음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최근 쇼트트랙 논란을 보면 악담을 퍼붓는 일본 팬의 모습이 우리 안에 숨겨져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메달을 따든 메달을 전혀 따지 못하든 '김연아는 김연아'라는 걸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스포츠 정신 - 아사다 마오의 눈물을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은 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러시아라는 큰 나라에 맞서 이기고 돌아온 연아야.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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