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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MBC에서 두 편의 드라마가 새로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다해, 이동욱 주연의 32부작 '호텔킹'과 오연서, 김지훈 주연의 50부작 '왔다 장보리'입니다. 두 드라마 중에서는 일단 '호텔킹'에 눈길이 가더군요. 호텔 상속을 둘러싼 음모와 로맨스가 중심이 될 '호텔킹'은 주연배우를 놓고 말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무리없이 괜찮더군요. 이번에도 MBC의 악역 전문인 이덕화가 차재완(이동욱), 아모네(이다해)를 쥐고 흔들 최종보스가 될 모양입니다. 할렘가에서 구출한 차재완을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마치 거친 사냥개 길들이듯 훈련시키는 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헐렁한 겉모습과 달리 산전수전 다 겪은 상속녀 역할의 아모네, 싸늘한 백미녀(김해숙)도 재미있는 캐릭터네요.

지난주 새로 시작한 주말극. 호텔 상속을 둘러싼 음모와 로맨스를 그린 조은정 작가의 '호텔킹'




반면 '왔다 장보리'는 씁쓸하게도 MBC 주말 가족극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했네요. MBC가 '메이퀸(2012)', '백년의 유산(2013)' 같은 드라마로 큰 재미를 보더니 주말극 패턴을 똑같이 짜맞추기로 결심했나봅니다. 여주인공이 어릴 때 큰 충격을 받고 부모를 잃어버리고 나중에 자기 대신 입양된 아이와 상속을 겨루게 된다는 내용은 '신들의 만찬(2012)'과 거의 똑같네요. 명장 자리를 놓고 겨루는 부모 세대의 갈등이나 아동학대도 거의 유사합니다. 또 혼외자식 둔 이동후(한진희)와 첩 화연(금보라)같은 등장인물은 '금나와라 뚝딱(2013)'에서 히트했던 커플이죠.

거기다 장보리 역을 맡은 오연서의 캐릭터는 어쩐지 '오자룡이 간다'를 떠올리게 하고 장보리와 겨루는 입양아 민정 역의 이유리는 예전'반짝반짝 빛나는'의 악역과 비슷합니다. 어차피 이런 MBC의 자기 복제 가족극은 뻔한 드라마 내용이나 캐릭터를 본다기 보단 연기자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기 때문에 전개방식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만 한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띄기는 하더군요 바로 두 드라마 시나리오를 맡은 작가들입니다. '호텔킹'은 '신들의 만찬' 작가인 조은정 작가의 드라마고 '왔다 장보리'는 '아내의 유혹'으로 유명한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입니다.

음흉한 악역 이덕화와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있는 캐릭터인 김해숙.


처음에는 김순옥 작가가 MBC 주말극을 맡는다길래 두 드라마 중에 당연히 '호텔킹' 쪽이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김순옥 하면 지독한 악역과 운명적으로 얽힌 복수극 패턴이 유명하니 말입니다. 거기다 '왔다 장보리'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전체적인 구조가 '신들의 만찬'과 흡사하다 보니 당연히 조은정 작가가 이쪽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뭐 자세히 보면 금보라, 정윤석같은 배우부터 작가 특유의 특징이 드러나긴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복수극의 대가라도 MBC에 오면 드라마의 기본 플롯 만큼은 MBC에 맞춰줘야 하나 봅니다.










두 작가 모두 극단적인 여성 캐릭터에 능숙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동양화에 찍힌 낙관처럼 작가의 선명한 색깔이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한때 인터넷에 '드라마 작가별로 떡볶이 먹는 장면'이란 유머가 유행한 적 있는데 '남녀가 추운 겨울 밤 포장마차 앞에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주제로 유명 작가들의 특징을 날카롭게 잡아낸 가상 시나리오에 배꼽을 잡은 기억이 납니다(여기에 한편 올라와 있네요). 남녀 주인공이 만담 스타일로 대화하는 김은숙, 사소한 걸로 훈계하는 장문의 대사가 많은 김수현, 유쾌한 설정을 덧붙이는 홍자매, 흔하고 평범한 장면에 잔잔한 나레이션을 섞는 노희경, 잡탕 생활상식을 대사로 만드는 임성한 등 드라마 작가에게도 고유의 패턴이 있기 마련입니다.

김순옥 작가라는 걸 알고 보니까 '왔다 장보리'에도 김순옥 작가 특유의 캐릭터가 보이긴 하네요. 인화(김혜옥)와 수봉(안내상)의 양딸인 민정(이유리)는 마치 '아내의 유혹' 신애리(김서형) 스타일의 악녀가 될 듯 합니다. 장보리의 자리를 차지하려 기를 쓰고 나쁜 짓을 하는 집착많은 캐릭터인듯 한데 반대로 주인공 장보리의 성격상 또 냄비로 머리 때리는 엉성한 악녀가 될 가능성도 아주 높습니다. 그런가 하면 친딸을 오히려 괴롭힐 거 같다는 느낌을 주는 인화는 사연많은 '다섯손가락'의 여주인공 채영랑(채시라)을 떠올리게 합니다. 뭐 이외에도 유사한 캐릭터는 많이 나올 것같은 느낌이죠.

김순옥 작가는 가족극에서도 극단적인 악녀를 만들어낼까? '신들의 만찬'과 유사한 구조의 '왔다 장보리'




'호텔킹' 쪽은 화려한 호텔이라는 배경상 볼거리가 충분할 것같고(이 정도면 PPL도 자연스럽게 많이 들어오겠네요) 적당히 머리아프지 않게 음모와 로맨스를 섞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이고 아무래도 가족극 포맷을 가진 '왔다 장보리'보다는 유리한 입장으로 보입니다. 특히 음흉한 악역인 이덕화도 이덕화지만 머리를 하얗게 탈색한 백미녀 역의 김해숙은 코믹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가진 특별한 캐릭터라 드라마를 꽤 휘어잡을 것같단 생각이 드네요. 일단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는 빼고서라도 드라마 자체의 호응도는 훨씬 높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벌써부터 걱정스런 부분도 꽤 많은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두 작가 모두 공통적으로 '지독한 여성 캐릭터'에는 일가견이 있는 작가들입니다. 조은정 작가는 이기적인 모성애를 가진 '하얀 거짓말(2008)'의 신여사(김해숙)를 만들어냈고 김순옥 작가는 악역하면 신애리라고 할 정도로 악역의 원형을 만들어낸 작가입니다. 극단적 캐릭터가 때로는 흥미를 만들어내는 비결이기도 하지만 재미를 반감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평소와 스타일이 바뀐 듯한 두 작가의 선택이 이번에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김순옥 작가가 과연 가족극에서 지독한 악역을 뽑아낼 것이냐 하는 점과 조은정 작가가 복수극을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죠.

구조는 MBC 가족극이지만 김순옥 작가 특유의 전형적인 캐릭터가 벌써 보인다.


시청률만 봐서는 '호텔킹'이 11.7%, '왔다 장보리'가 9.8%로 '호텔킹'이 약간 앞선 분위기입니다. 첫회 시청률이 이 정도면 주말드라마 특성상 점점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동안의 작품과 캐릭터로 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작품을 바꾸어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부분이 오히려 발상의 전환이자 장점이 될 가능성도 있겠죠. 김순옥 작가의 '왔다 장보리'가 본래의 기획의도대로 가족 간의 사랑을 회복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또 조은정 작가의 '호텔킹'이 호텔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특징과 재산상속을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의 매력을 살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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