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기레기'라고 비난받으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기사를 쓰거나 대중의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하는 기사를 쓰는 건 그런 기사를 써서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MSC 앵커 송차옥(진경)이 오보를 쓰는 배후로 범조백화점 회장 박로사(김해숙)를 설정했다. 송차옥은 13년전 폐기물공장 화재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을 기하명(이종석) 가족에게 돌리는데 성공했고 그 대가로 방송국에서 승승장구했다. 이번에도 송차옥은 박로사의 부탁에 따라 경찰관 안찬수(이주승)에게 화재 사건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피노키오'는 그래도 드라마니까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구조로 언론의 배후가 설정되지만 대개의 실제 사건에서 기자들의 여론 물타기는 좀처럼 표시가 나지 않는다. 뭐 어쨌든 누군가를 희생양삼아 정말 비난받아야할 사람은 빠져나간다는 그 사실 만은 현실이나 드라마나 똑같다.


13년전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는 송차옥. 그 핸드폰에는 송차옥, 박로사 두 엄마들의 비밀이 담겼을 것이다.


YGN의 기하명과 황교동(이필모)은 이번 폐기물공장 화재사건도 13년전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번에도 송차옥은 특종이라면서 박로사에게 입수한 CCTV 동영상을 근거로 경찰관 안찬수에게 비난여론이 쏠리도록 만들었다. YGN 황교동은 정확한 수사결과가 드러날 때까지 안찬수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기하명은 안찬수의 무죄를 확신하고 사건을 캐기 시작한다. 기하명은 폐기물공장의 CCTV가 보안업체에서 나왔다는 걸 알아내고 동영상에서 사라진 부분을 찾기 위해 공장 주변 CCTV를 조사하지만 주변 CCTV는 이미 박로사의 지시로 사라진 후였다.


아무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송차옥과 박로사의 관계. 그들의 비밀스런 만남은 의외의 곳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송차옥이 책상에서 찾는 핸드폰은 박로사와 송차옥의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이다. 13년전 박로사의 집을 방문했을 때 송차옥은 자신의 핸드폰을 두고 왔고 서범조(김영광)가 그 핸드폰을 줏어 최인하(박신혜)의 문자를 받았다. MSC에 입사한 서범조는 인하가 보낸 메시지를 읽어보라며 송차옥에게 그 핸드폰을 전달했고 최인하는 송차옥이 짐을 옮기던 중 떨어트린 그 핸드폰을 몰래 챙겨 집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 핸드폰을 인하의 아버지 최달평(신정근)이 발견했다.









기하명이 공장 주변에 세워둔 차량의 블랙박스를 눈치챘듯 최인하가 그 핸드폰에 송차옥의 과거가 담겨있음을 눈치채는 건 시간문제다. 기하명과 황교동이 화재사건을 누군가가 안찬수에게 여론몰이한 것을 알고 그 배후까지 조사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언론과 재벌기업의 부적절한 야합은 언젠가 보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인하와 서범조는 엄마의 비리 증거를 직접 제공한 당사자가 된다. 13년전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문자메시지가 비리를 폭로하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이 언론의 오보로 가족을 잃은 기하명, 기재명(윤균상) 형제의 이야기였기에 많은 사람들은 두 형제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해 드라마에 공감을 보였다. 오죽하면 기재명이 세 사람을 죽인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불쌍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을까. 처음에는 언론과 언론피해자의 대립구도가 아주 단순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최인하와 서범조는 언론가해자의 가족이 되버렸다. 핸드폰으로 폭로될 내용은 그동안 각자의 어머니와 대립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재벌과 기자가 야합해 언론을 조작했다는 것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가 내가 알던 사람과 다르다?


최인하에게 엄마 송차옥은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한 존재였다. 서범조에게 박로사는 둘도 없이 착하고 상냥하고 사리분별이 분명한 아들바보였다. 물론 기하명의 말대로 송차옥의 죄가 그 딸인 최인하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박로사의 죄가 서범조가 사과할 내용은 아니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엄마와 대립하는 일은 그동안 알고 있던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는 뜻이다. 세상에 어떤 사건도 어떤 뉴스도 단순한 것이 없다. 하나의 사건에는 여러 개의 진실이 있을 수 있고 그 진실을 알게 되면 내가 보던 세계가 맞다고 우길 수 없게 된다. 박로사가 언론을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했다는 증거를 보기 전까진 엄마를 신뢰했던 서범조처럼 말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진실이라고 믿었던 세계가 깨어진 후에 비로소 현실이 똑바로 보인다. 기자가 의심에 의심을 더해 사건을 조사해야하는 사람들이라면 대중 역시 하나의 사건에 여러 개의 진실이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하는 것 아닐까? '당분간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는 박로사의 예고편 발언을 보니 핸드폰의 비밀은 조금 더 복잡해질 것같은데 - 차옥과 박로사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폭로될지 서범조와 최인하, 기하명이 이 사건을 어떻게 파헤치게 될지 그 부분은 다음주에 곧 드러나게 되겠지만 굳이 '엄마'의 존재를 가해자로 설정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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