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

누구나 처음부터 어머니로 태어나지 않는다

Shain 2021. 2. 3.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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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옛날 이론일 지 모르지만 모성애는 태어나면서부터 생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아이가 생기자마자 혹은 아이에게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 아이를 낳자마자 갑자기 모성애가 생기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모성애는 엄마가 된다고 그냥 생기는 감정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 이론에 의하면 '엄마'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다. 흔히 '모성 신화' 혹은 '만들어진 모성'이라 불리는 부르는 이 이론에 의하면 '엄마가 어떻게', '엄마가 그래도 되나'같은 사회적인 강요가 결국 엄마의 고정관념을 만든다고 한다. 사회적 필요해 의해 엄마의 역할은 시대적으로 강조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아기를 낳으면 알아둘 것이 왜 이리 많은지 (이미지 출처: 산후조리원)

 

왜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하느냐 하면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보면서 오래 동안 곱씹어지는 어떤 감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삼바 축제 장면부터 수유 장면까지 드라마는 꽤 코믹하게 모든 장면을 연출했다. 산모는 여왕처럼 대접받는 반면 토스트 한장으로 아침을 때우는 아빠 이야기도 제법 웃겼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어도 어떤 장면엔 공감하고 어떤 장면은 저렇게 표현할 일이 아닌데 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를 고민하게 한 건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어머니의 '모성애'다.

 

모성애는 어찌 보면 미지의 영역이다. 엄마가 되지 않으면 모르는 감정이 '모성애'인 것 같다. 사회, 문화적으로 모성애는 아이와 함께 나타났다가 아이와 함께 사라진다. 그러니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남성은 모성애에 대해 알 방법이 없고 '엄마'라는 사회적 위치가 되기전엔 모성애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아이를 갖고 낳자마자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해요', '엄마가 어떻게 그런 걸 먹어요' 같은 주변의 시선 속에서 사회적 모성애는 키워지고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 가끔 들려오는 '잔인한' 엄마 이야기는 그런 말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반면 아이를 낳고 느끼는, 모성애라는 따뜻한 단어에 얼마나 쓸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을까. 아이 낳고 아무것도 못 먹는 산모 옆에서 족발이나 치킨을 뜯는 시댁 식구들에 눈물 흘렸다는 엄마도 있었고 젖몸살로 울다 지쳐 잠든 엄마도 있고 세상이 무섭고 홀로 된 기분에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를 하루 몇 번씩 속으로 외친 엄다도 있었다. 그저 '엄마니까'라는 말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럽고 괴로운 그런 이야기들.

 

둥글게 표현하기 힘든 그 여러 상황 속에서 '어떻게 엄마가 그래요?'라는 말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같지만 아무튼 꽤 많은 엄마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품고 아이를 키워낸다. '누구나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말속에 숨겨진 여러 상황과 고통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한 번쯤 물어보고 싶어 진다. 엄마는 첫아기를 안고 어떤 기분이었냐고.

 

돌이켜보면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느꼈을 고통을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처음부터 아이가 예뻤으냐고 물어보지도 않았고 아이가 다치고 아프면 겁나지 않았냐고 물어본 적도 없다. 아이를 잃어버리고 밤새 뜬눈으로 지새며 울먹거리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때 난 왜 엄마에게 묻지 않았을까. 엄마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성애. 이제와 생각하면 가끔 그 말이 그리우면서도 아프다. 결국 모성애가 길러지는 것이든 타고난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 단어가 가르키는 한 사람 '엄마'였다.

 

한편으론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과거의 말처럼 이 세상이 조금 더 엄마와 아이들을 위해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양육의 책임은 고스란히 엄마에게 향하는 시대에 모성애라는 단어는 넓은 세상을 향해 열려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누가 낳은 아이든 양육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어떤 아이든 태어나기만 하면 배곯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때쯤 되면 모성애가 타고나는 것이든 길러지는 것이든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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