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옷소매 붉은 끝동 부여잡고, 우린 아직 성덕임과 정조를 보낼 수 없다

Shain 2022. 2. 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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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방송 종료한 지 벌써 한 달인데 아직도 드라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해도 해도 끝이 없이 나오는 이산 정조에 대한 그리움과 주인공이자 이산에 대한 그리움을 제대로 표현했던 성덕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이야기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죠. 덕분에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그렇게 인기가 좋았나 봅니다. 대부분 신규 방송이라 해도 파일럿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지쳐 있던 차에 반갑고도 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출연하신 이덕화 씨는 익숙한 얼굴들 가운데 반가운 얼굴이었는데요. 나이는 가장 고령이지만 젊은 사람들처럼 중간중간 발언하시는 예능감이 젊은 사람들 못지않으시더군요.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울린 '옷소매 붉은 끝동 부여잡고'

 

특히 다시 보게 된 등장인물이 영조 역의 이덕화 씨입니다. 영조에 대해선 그동안 약간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드라마 속에서 늘 나이 든 역할만 했고 실제로도 사도세자와의 갈등에 치중해 역할이 그려졌는데 이덕화 씨는 그런 영조에 대한 고정관념을 상당히 깨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묘사하는 모습을 보며 혜경궁이나 정조와의 갈등에서 다양한 면을 묘사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얼굴이 많은 배우인데 생각보다 등장하는 장면이 짧아서 아까웠어요. 역시 나이 든 역할에는 연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풋풋한 배우들의 열정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 부분이 있죠.

 

영조라는 캐릭터는 보면 볼수록 신기한 인물이죠. 벌컥 화를 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고 기분이 좋을 땐 누구보다 좋은 사람인데 신경에 거슬릴 때는 매일 귀를 씻을 만큼 예민해집니다. 정조 이산이 그런 왕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고 드라마는 그렇게 눈치 보는 이산을 잘 그려 냅니다. 사실 화완옹주나 혜경궁 모두 이산에게 맞춰주는 사람들이 드물었는데 그렇게 비빌 언덕 없는 처지를 채워준 인물이 홍국영과 성덕임이죠. 언제 화를 낼지 몰라 불안해하는 성격 때문에 '욱조'라는 별명은 참고 견디는 이산의 처지를 아주 잘 표현해줍니다. '욱조'가 있으니 벌벌 떠는 이산의 처지가 더욱 긍정이 거죠.

 

마지막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찬 영조 역의 이덕화

 

방송 때문에 식단 조절을 했다는 말에 '고생했다'는 말로 모든 위로를 때우는 정조 때문에 또 한 번 웃었네요. 거기다 눈치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오대환은 극 중에서 웃기는 역할로 모든 사람들을 웃게 했고(돌 골라줄 때 특히) 진지하게 이산만 생각하는 이산 바라기 홍국영은 종종 등장하는 미친 분위기로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홍섭녀'라는 아리송한 별명으로 인기를 끌었죠. 정조의 오른팔이자 왼팔인 두 사람이 균형을 잘 맞춰준 거죠. 특히 그 어렵다는 코믹 오대환과 호흡을 맞출 때 애드리브 하느냐 진짜 애먹었을 것 같습니다. 오대환은 그 장면을 여러 번 연습하더라고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살린 OST

 

그런가 하면 끝장면까지 눈물바람이었던 서상궁 역의 장혜진은 언제나 성덕임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고 동궁 내관 역의 윤효식은 전하의 말 한마디에 모든 걸 알아서 하는 역할을 잘 어울렸습니다. 소녀들처럼 까르르 웃는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던 이민지, 새침데기처럼 늘 화난 모습이었던 하율리,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눈물샘을 자극한 이은샘 등 모두 극 중 역할에 잘 어울리고 그 배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이었죠. 사실 '옷소매'의 이 네 사람이야 말로 '옷소매'를 가장 잘 표현하는 인물이고 그 세 사람 덕분에 궁녀들의 궁중 생활을 더 잘 돌아본 것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비중에 상관없이 가장 기억나는 캐릭터가 아닐까 해요.

 

장혜진, 오대환, 강훈, 이민지, 이은샘, 하율리, 이민지, 윤효식

 

처음에 저는 이선희 씨가 OST에 등장한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극 중에서 모든 일을 마치고 이제 죽을 때가 된 성덕임과 이산이 헤어질 때 다시 꿈속에서 처럼 그 장면이 등장하죠. '그리하여 순간은 곧 영원이 되었다'는 그 대사는 이이제 듣기만 하면 덕임과 정조가 떠오르는 눈물 나는 장면입니다. 어쩌면 첫 등장 때부터 이 드라마는 비극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를 했는데도 그 마지막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더군요. 슬플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태어난 아이가 계속 죽고 임신한 아이까지 죽어버리는 그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살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꿋꿋이 계속 대업을 이뤄가야 하는 정조의 심정이 떠오르더군요.

 

여려 모로 비극 적인 드라마는 이래서 싫은데 하면서 넘기면서 보려고 했는데 드라마 OST 때문인지 실패하고 말았어요. 영원히 이렇게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산의 그 말처럼 여운이 길게 남더군요. 연기하면서도 눈물이 났다는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이덕화 씨가 중간에 이런저런 말들로 추임새를 넣어서 그 말 때문에 중간에 웃기도 했습니다만 그 추암새가 밉다기보다 너무 잘 어울려서 더 웃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 덕에 복연은 계를 타고 기쁘게 웃었네요 그 모습을 보니 슬픈 마음보다 즐겁더군요.

 

등장인물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장면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처음에 드라마가 너무 슬플 거 같아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랬지만 영조 역할도 그렇고 정조와 대치했던 그 장면도 그렇고 마지막엔 즐거운 쇼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궁이 되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친구들을 그리워하지만 성덕임은 끝끝내 궁으로 돌아갈 수 없었죠. 가족을 그리워 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너무 보고 싶었을텐데. 그 마음이 생각나서 더욱 여운이 길었던 것 같아요. 짧다면 짧았던 10명의 시간은 그렇게 정리되고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뭐 저는 원래 코멘터리 스타일의 방송물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요새는 재미있는 코멘터리는 드문 것 같아요.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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