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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뚝딱, 아슬아슬 한지혜의 1인 2역 긴장하는 재미가 있어

Shain 2022. 10. 7.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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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그럴듯하게 해야한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사실상 여러가지 이유로 한 연기자가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는 한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나 외모상의 한계 등 아무리 연기자가 노력해도 연기 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역할도 있는 법이죠. 개인적으로 수퍼모델 출신으로 장신에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진 한지혜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힘든 배우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지혜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연기력 논란의 실체는 서울 깍쟁이에 세련된 타입으로 보이는 한지혜가 '캔디'형 여주인공에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속시원하고 거침없는 유나가 돌아왔다. 유나의 등장으로 박순상 가족의 질서는 또다시 뒤집어진다.

 

'금나와라 뚝딱'에서 한지혜가 선보이는 유나 캐릭터는 날씬한 한지혜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화려한 역할입니다. 직설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말투와 하고 싶은 건 꼭 해야하고 싫은 사람이랑 밥도 같이 먹기 싫다는 거만한 태도는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럽지만 일명 '콩가루 집안'인 박순상(한진희) 가족의 약점을 날카롭게 콕콕 찌르는 구석이 있습니다. 돈 밖에 모르는 박순상의 처신이나 '첩' 장덕희(이혜숙)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안꼴이 엉망인 걸 알면서 아무도 대놓고 반항하지 않지만 오직 한 사람 유나 만은 싫은 소리를 마음껏 내뱉습니다.

 

반면 한지혜로서는 유나의 역할과 쌍둥이 정몽희의 역할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드라마 초반부에야 유나와 몽희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두 사람의 상황이 대조적으로 잘 드러났고 화장이나 옷차림으로 둘의 성격도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그나마 쉬웠지만 이미 정몽희가 유나 흉내를 내는 장면을 오래 보아온 시청자들은 유나와 정몽희, 유나인 척하는 정몽희를 구분해야하는 입장이 됩니다. 지금은 똑같은 화장을 하고 장덕희 여사를 노려보는 한지혜가 유나인지 유나 노릇하는 몽희인지 가끔 말투나 표정이 서로 비슷하단 느낌이 들죠.

 

유나의 방해로 현준의 부사장 취임은 보류되고 몽희와 현수의 사랑도 험난해진다.

 

 극중 유나가 사라지고 나서 팬들 사이에서는 박현수(연정훈)의 와이프이자 정몽희의 쌍둥이인 유나가 죽는 것 아니냔 말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나와 몽희가 쌍둥이라면 몽희는 현수의 처제가 되니까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는 사이인데 유나가 이혼하고 떠난 후 죽는다면 둘이 쌍둥이란 사실도 덮을 수 있고 어떻게든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 극중의 유나가 돌아왔다는 건 박순상에게 쫓겨날 뻔했던 박현수의 처지를 극복할 계기인 동시에 몽희와 현수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하나 더 생겼다는 뜻입니다. 우리 나라에선 부부가 이혼해도 남편이 전부인의 여동생 즉 처제와 결혼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유나와 몽희가 남남이라 현수, 몽희가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겠지만 유나와 몽희가 쌍둥이임을 인지한 순간 혼인취소 사유가 되어 이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치면 각각 입양된 쌍둥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유나가 다시 등장한 건 답답하게 윤심덕(최명길) 가족을 부양하며 사는 몽희 보다는 속시원하게 박순상 가족을 휘어잡는 유나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고 장덕희라는 강적을 상대하기에도 돈많은 유나가 제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나와 몽희가 쌍둥이 자매인 이상 어떤 선택을 해도 불행이 예고된 삼각관계.

이혼은 기달려달라고 매달리는 박현수를 매몰차게 떨쳐냈던 유나는 박현수를 싫어한 게 아닙니다. 예상했던 대로 박현수에게 좋은 감정이 있지만 일종의 애정결핍이랄지 인간관계에 서투른 유나는 늘 투정부리고 떼쓰듯이 토라지고 화를 내는 방식으로 박현수를 닥달한 것입니다. 박현수는 박현수대로 아버지와 아버지의 둘째부인 등쌀에 눈치보면서 유나에게 맞춰주려고만 했지 그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현수가 다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정말 이혼해야겠다고 하니 약이 바짝 오르고 질투에 폭발해버릴 지경이 된 것입니다. 입만 열만 몽희를 걱정하고 칭찬하는 박현수 때문에 오기로라도 이혼은 싫다고 합니다.

 

솔직히 유나 캐릭터가 한지혜에게 정말 잘 어울리고 답답한 드라마 속 관계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만 유나가 나타남으로서 현수, 유나, 몽희의 삼각관계는 훨씬 더 꼬이고 말았습니다. 현수가 이대로 유나와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면 평생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자 몽희를 버려야한다는 뜻이고 몽희 역시 가족들을 위해 희생만 하다 처음 욕심낸 사랑을 잃게 되는 셈입니다. 만약 현수가 몽희를 선택한다면 몽희의 친언니를 가슴아프게 하는데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니 그것 역시 못할 짓이죠. 몽희가 유나를 마주친 그 순간 또다른 불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인 쌍둥이 자매의 대립을 한지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아슬아슬하지만 흥미로운 대결.

가족들에게 양보만 하고 살아왔던 몽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단 한사람이 '형부'라는 윤리적 딜레마에 처하게 됩니다. '안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면 평소 그랬듯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유나는 아무리 여동생이라도 일단 자기 감정과 욕심에 솔직하게 반응하겠죠.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자매의 갈등이 흥미롭고 그 복잡하게 얽힌 대립의 핵심은 한지혜의 연기입니다. 연기자 한지혜로서는 몽희와 유나, 유나인 척하는 몽희 연기가 상당히 어렵겠지만 그 세가지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 후반부의 성패가 달려 있는 듯합니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연기 솔직히 쉽지는 않겠지요.

 

언제쯤 정몽희가 유나와 만날까. 한지혜가 몽희와 유나의 차이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을까. 아슬아슬하게 마주칠 듯 어긋나기만 했던 몽희와 유나를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금나와라 뚝딱'은 한지혜 개인으로서도 연기로 호평받은 특별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지혜가 연기하는 유나 캐릭터는 보면볼수록 흥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다음주 예고편을 보니 초코바를 먹다 현준(이태성)에게 들키는 거 같더라구요. 겉으론 쌀쌀 맞아도 속이 여린 허당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정몽희가 다시 유나 노릇을 하면서 사무실에서 노닥노닥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떤식으로 풀어나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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