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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제국, 故 최동성 회장은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가

Shain 2022. 10. 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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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명으로 뽑힌 인물이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입니다. 통천송전소학교를 졸업하고 가난과 전쟁을 이겨내고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정주영 회장은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명입니다. 배고픔을 이겨낸 그의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는 많은 한국인들의 롤모델이 되었고 1998년 1001마리의 소떼를 몰고 고향인 북한을 방문한 일은 故 정주영 회장 개인의 회환을 풀었다는 면에서도 감동적이었으나 일명 '황소 외교'는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현대그룹의 신화를 창조하고 기부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정주영 회장의 손큰 행보는 많은 사람들을 놀래킬만 했습니다.

굴지의 재벌 최동성 회장의 장례식을 둘러싼 파워게임. 최동성 회장은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정주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그들 재벌 1세대들의 뒤끝이 그리 깨끗한 것은 아닙니다. '황금의 제국' 최동성(박근형) 회장이 동생 최동진(정한용)과 대화를 나누며 회고하는대로 재벌 1세대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배고픔과 한이 서려 있습니다. 그룹 경영을 두고 다퉜던 동생 최동진이 최동성이 가는 길에는 선뜻 '사회장'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도 가난과 궁핍함을 공유했던 과거의 추억 때문 입니다. 때로는 국가권력까지 동원해 재산을 불린 재벌 1세대들의 행보는 그런 이유에서 '감정적'인 용서를 받곤 했습니다. 시대가 어려웠으니 그럴만 했다는 이야기죠.

 

반면 전쟁통에 재산을 일궈낸 재벌가의 재산을 물려받은, 황금의 상속자들인 재벌 2세대, 3세대들이 제일 먼저 국민들에서 보여준 행보는 후계자 다툼 이었습니다. 지주회사 운영을 통해 전체 그룹을 호령하고 있기는 하지만 굴지의 재벌은 절대 명예회장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만 해도 형제 자매들이 모두 기업경영에 뛰어들어 현대를 그만큼 크게 키워온 것입니다. 드라마 속 최동진이 최동성에게 고구마 나눠먹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제 몫을 달라한 것처럼 그들 역시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직계자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정당한 후계자임을 주장한 것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최동성 회장의 죽음과 함께 다시 시작된 후계 다툼.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축소된다.

 

'황금의 제국'에서 호랑이같은 카리스마로 성진 제국을 호령하던 최동성 회장은 실존인물이 아닙니다. 물론 드라마 속 에피소드와 유사한 일들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동성 회장은 대한민국의 여러 재벌들을 합쳐놓은 하나의 캐릭터일 뿐 어떤 실존인물의 아바타라고 하기는 힘든 타입이죠. 고구마나 총각김치를 좋아할 만큼 소탈한 면모는 누구를 닮았고 부하직원과의 과거를 농담거리로 삼으며 끈끈한 연대를 자랑하는 면은 누구를 닮았고 또 효율적인 기업 개편을 통해 권력을 집중시키고 기업을 신격화시키는 모습은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어느 기업과 거의 똑같습니다.

그런 최동성 회장을 가까이에서 돌봐줬던 두번째 아내 한정희(김미숙)는 '존경받는 기업인' 최동성의 그림자같은 존재입니다. 한정희는 최동성이 전남편의 가족에게 저질렀던 그대로 최동성의 자식들에게 돌려주겠노라 독설하며 최동성의 최후를 끔찍하게 만들었습니다. 강제로 기업을 합병하고 대기업의 죄를 작은 기업에 떠넘기며 지켜온 거대 기업의 그림자는 '성진그룹'의 전직원을 먹여살렸다고 해서 갚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시대이니까 돈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것일까요? 장태주(고수)는 최서윤(이요원)에게 둘 중 하나만 하라며 비웃습니다.

 

대기업이란 제국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그림자도 깊다. 가장 큰 그림자에 깔려죽는 최동성.

 

몇몇 유명 상조회사들 중에는 사회적 유명인의 국민장, 사회장을 치렀다는 경력을 내세우는 곳도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와 죽을 때는 누구나 똑같이 공평하게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서 아무것도 없이 죽는 법인데 그 죽음의 의미는 남은 사람들에게는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故 이병철 회장의 장례는 회사장 즉 일종의 사회장으로 치러졌고 故 박태준 명예회장도 사회장으로 치러졌습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하냐 국민장으로 하냐 말이 많았지만 결국 가족장이 되었습니다. 정주영 명예회장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요.

 

우리 나라는 '존경받는 기업인'을 뽑는 투표는 많이 하지만 '최악의 기업인' 내지는 '최악의 기업'을 뽑는 투표는 잘 하지 않습 니다. 작년 그린피스 NGO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세계 최악의 기업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우리 나라 대기업 하나가 3위에 뽑히는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그 기사는 우리 나라에서 크게 다뤄진 편은 아니지만 해당 대기업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항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의할 시간이 있으면 어떤 이유로 최악의 기업에 선정되었는지 그 원인부터 해결했으면 좋았을텐데 황제같은 권력을 자랑하는 그 기업에게 '존경'받을 양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든지 다른 사람 땀을 훔쳐서 돈을 번 욕심많은 노인네가 되든지 둘 중 하나만 하세요

 

장태주는 최서윤, 최민재(손현주)와 똑같은 욕심이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상가에는 똑같이 파리떼가 모이는 법인데 태주의 아버지 장봉호(남일우)의 상가와 서윤의 아버지 최동성의 상가가 왜 달라야하냐고 묻습니다. 최서윤은 아버지는 성진그룹 42개 계열사를 일군 분이라 대답합니다. 장태주는 42개 계열사를 일굴 만큼 많은 죄를 받고 떠났는데 상까지 받는다며 부럽다고 말합니다. 재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 합니다. 존경받는 기업인이 있으면 그 기업인과 함께 일한 존경받아야하는 아버지도 있는 법이죠.

 

임직원, 사원들의 존경을 받고 학교를 지어주고 국민들에게 돈을 벌게 해준 기업인. 최동성 한 개인은 역사와 시련을 이겨낸 영웅이고 장태주의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고 아이들의 아버지이지만 대기업이 사회에 남긴 그늘은 너무나 뚜렷하고 짙습니다. 최서윤과 최원재(엄효섭), 그리고 최민재의 싸움에서 그룹이 몇개로 동강이 날지 어느 사원들의 밥줄이 끊길지 알 수 없는 노릇이구요. 돈이면 돈 명예면 명예 둘 중 하나만 하라는 장태주의 비웃음은 어쩌면 욕심낞은 재벌들을 향한 날카로운 일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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