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노무현 前 대통령의 영결식 단상

Shain 2009. 6. 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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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가 아니었다는 사람들 조차 그를 향해 부채감을 느낀다 한다. 혹자는 한때 대통령자리에 있던 그 조차 힘없이 스러짐을 두고 무기력함을 느낀다 한다. 그의 지지자였던 사람들은 존경하는 정치인을 홀로 사지로 내몰았단죄책감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누군가 이 슬픔의 기운을 '광기'라 비약하더라도 비아냥대며 왕의 죽음 두고 슬퍼하는 백성의 눈물과 비교할지라도 개개인에게 이 슬픔은 충분히 이유 있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두고 많은 명명(命名)이 가능하지만 되도록 자제하려 한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고민하고 평가하는사람은 앞으로도 충분히 많을 것이다. 한쪽은 그 파장이 커지는 것이 두려워 전전긍긍할 것이고 또다른 한쪽은 죽음의 의미를 두고할 일을 따져볼 것이다. 다수의 정치인과 언론이 죽음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할 만큼 그의 서거는 여러 각도에서 해석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그 진심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건 그의 심중 외에도 국민들이 전달받지 못하는 사실은 아주 많다는 것. 알고 싶은 일들은 전해지지 않고 불필요한 사실들만 열거하는 언론들.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죽음의 위엄 마저도 훼손하는 기사들. 혹은 책임 추궁이 두려워 서둘러 상황을 마무리하는 사람들. 어떤 의미에서 정확한 사실 전달은 '허락되지 않은' 행위가 아닌가 싶다.


노무현 대통령, 검찰 수사 중 오해받다?

5월초 '1억대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라는 검찰 수사 내용이 전 국민에게 보도되었고 국민은 순식간에 노무현 대통령의 비리를 확신하게 되었다. 뇌물에 해당하는 물건을 논두렁에 파기한 행위는 결국 '증거 인멸'이라는 언론의 질타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밝혀진 몇 개 기사에 의하면 이 언론 보도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한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은 수사 단계에 있었고 수사 후 범죄 사실을 확정하여 공표한게 아니라 수사 중에 피의 사실을 언론에 전해준다. 즉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것. 과잉 수사, 망신주기 수사, 표적 수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행위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을 단번에 '있던 일'로 만들어 버린다. 미리 국민들에게 소문내 노무현 대통령을 전두환과 동급의 범죄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둘째, 언론에 전해진 이 증언 조차 사실과 다르다는 것. 기존 언론 보도엔 노건평의 부인으로부터 전해진 시계를 받지 않으려 했으나 실랑이 끝에 받았고 파기했다는 내용 등이 빠져있다. 논두렁에 버렸다는 진술은 더군다나 한 적이 없다. 두 자녀의 집을 호화 주택으로 단정하고 비난했던 어조와 마찬가지로 시계에 관한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

국민 입장에서 검찰 조사가 끝까지 공명정대하게 뇌물수수를 다루는 것은 환영할만한 것인지 모른다. 티끌 만한 의혹이라도 남겨서는 안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일 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혐의'를 '범죄'로 단정하고 언론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흘리고, 언론은 그에 발맞춰 끝없는 비난을 쏟아내기 바빴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하기 위해 '빨대'를 활용한 것 이외에 정확한 수사 결과를 아직까지 밝힌 적이 없다. 검찰의 임무는 조사가 아니라 '조작'에 가까웠다.


경찰은 서거의 현장을 오해했다?

봉하마을과 전국 각지 분향소에서 서거 후 유난히 도드라졌던 현상이 있다. 바로 '담배'를 영정 앞에 놓아드리는 조문객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 직전 경호관을 향해 던졌던 질문, '담배 있냐'와 '사람 지나가네'라는 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담배 한대 피우지 못하고 저승길로 가셨노라 서글퍼했다. 경호원의 목격담과 진술을 언론은 퍼나르기 바빴고 서거 직후 죽음은 '자살'로 단정지어졌다.

그러나 추모하는 사람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추모를 조롱하는 듯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호원은 서거의 순간 함께 있지도 않았고 최소 30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추락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응급상황에 홀로 있었음을 아쉬워한 만큼 '속았다'라는 기분에 시달려야 했다. 담배를 원했던 것도 사람이 지나간다고 했던 것도 모두 거짓일 가능성이 생겨버린 것이다.

경찰은 고인이 남겼다는 컴퓨터 속 유서를 보고 '자살'을 단정했을 지 모른다. 경호원의 진술 역시 의심할 부분이 없었다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경호원의 책임 추궁' 이외에 경찰이 신중하지 못하게 사망 사실을 공표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죽음을 목격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니 자살인지 타살인지 실족사인지 알 수가 없고 그의 서거에 음모론이 등장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신중한 조사 이후 알려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분향소 철거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다

23일 서거가 알려지고 26일 영결식이 진행되기까지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설치, 운영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대한문 분향소다. 주변 서울 광장은 불법시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영결식 당일까지 폐쇄되어 있었고 영결식이 마쳐진 27일엔 분향소가 강체 철거되기도 했다. 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경찰청장은 이를 일선 경찰들의 실수라 해명했다.

장례기간 동안 정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보다 불법 시위를 몇배 더 두려워한단 비난을 받곤 했다. 30일엔 영정을 내던지며 분향소를 파괴하던 경찰에 저항하던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촛불집회 이후 항상 이어지던 연행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어난 것이다. 전직 대통령 예우나 분향소에 대한 예의는 전혀 무관하게 한곳에 모인 사람들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다.

5월 26일 새벽 5시 발인부터 27일 새벽 3시까지 이어진 24시간 가까운 영결식. 23일 서거 당일부터 이어진 경찰의 현장 경계는 장례 기간 동안 일어난 껄끄러운 여러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노란색 물건은 모두 반입하지 못하게 했던 영결식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무산시키고 만장은 PVC를 사용하라는 지시, 영결식에 소요사태가 우려된다는 안상수의 발언. '우파 대통령이 죽었어도 좌파가 이렇게 애도해 줬겠나'라는 공성진의 잡담.

이 그릇된 행위의 원인은 저들이 국민을 오해하고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도 모른다. 좌파도 노빠도 아닌 일반 시민의 슬픔과 오열을 굳이 '소요'나 '좌파'로 단정지어야 속이 시원한 어리석은 국회의원의 착각은 경찰청장이 자신있게 '일선의 실수'라 어리석게 답변케 하는 양분이 된다(딴엔 스스로 언변이 뛰어나다 자찬했음이 틀림없다 - 아늑하다고 느끼는 의견도 있다 처럼).


정치적 살인을 당한 사람들은 여기에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이념과 가치관, 혹은 그가 실천했던 정책들 모두를 지지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노사모라 불리는 사람들 조차 그에게 종종 실망했고 그의 비리를 떠드는 언론에 좌절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노무현의 의미는 '국민이 이뤄낸 정치적 승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투표는 이미 오래전에 실시됐지만 온전히 국민 자발적으로 이뤄낸 정치 현상이 그전엔 없었다고 느꼈던 까닭이다.

권력도 경제력도 기득권도 모두 다 가진 정당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따르고 싶은 정치 이념을 가진 정당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행한 정책과 가치관은 중립적인 영역에 서있는 것들이 많다. 기득권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이념도 아니다. 그를 중도 우파의 기본을 지키는 정치인이었다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개인 비리 혐의가 나왔을 때도 덤덤할 수 있었다. '완벽한 사람'이기에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게 아니다.

자발적인 모금, 자발적인 선거운동, 그렇게 만들어낸 국민의 대통령. 그리고 그를 지켜보며 탄핵에 맞서낸 많은 사람들. 마지막엔 그의 죽음을 지켜보며 슬퍼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조롱당하는 슬픔을 느끼고 있다. 그들이 선택한 대표가 언론과 국가에 괴롭힘을 당하다 죽었다는 건 또다른 의미의 정치적 살인인 셈이다.

벌써부터 고인의 뜻이 화합이라며 진정해달라는 청와대 사람들, 정치적 이용을 염려하며 소요 사태를 걱정하고 벌벌 떨더니 이제 사과는 죽어도 할 수 없다는 정당 의원들. 미디어법의 통과, 재벌승계의 무죄, 그들의 뻔뻔함과 대비되는 죽음의 무기력함을 보며 이 '살인'에 대한 최대의 복수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국민은 언제든지 더 강력한 노무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사진을 보면 서글픕니다
괴롭힘 없는 곳에서 행복하시길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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