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로맨스 드라마 'SBS 시티홀'이 드디어 마지막 방송을 탔다. 자리를 걸고 자신의 도시를 지키는 시장,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며 환경 법안을 마련하는 국회의원을 보며 소신을 지키는 연인들의 사랑이 부각되는 모습들.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한국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고 특정 정치인을 연상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본질은, 연인들의 사랑이고, 또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주인공 김선아와 차승원의 인물이 현실 정치인의 모습이라기엔 지나치게 아름답고 잘 생긴, 정말 정치하긴 아까운 인물을 가진 사람들이라서도 아니고 약간은 미화된 드라마 배경 탓도 아니다. 한국에서 정치라는 분야가 유난히 '꿈'과 '이상'을 말하기 힘든 영역이라는 걸 알기에 섣불리 드라마에 희망을 말하기가 껄끄럽고 '한국 정치의 꿈이었다'라고 말할 만한 존재들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 지 보아왔기에 농담이라도 드라마에 칭찬 한줄 보태기가 민망하다.

인주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위해 꿋꿋이 서민을 위해 노력하던 신미래 시장은 유럽 유해 폐기물 처리 공장을 설치하라는 대기업의 압력을 받고 버티다 사표를 낸다. 도시가스 설치, 공부방 운영같은 시장의 사업을 환영하기 보다 폐기물 공장으로 더 큰 이익을 얻고 싶었던 땅투기꾼들은 그녀의 양해각서 포기를 비난하고 시민들은 시장을 위해 피켓을 든다. 평범한 시민의 시장 당선과 그녀의 서민 행보는 이상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하다.

열정적인 탱고 장면을 연출 중인 시장과 국회의원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SBS TV 드라마스페셜 시티홀)


자신을 버려 사생아로 만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인주시 부시장이 되고 국회의원까지 되었던 조국은 결국 빅브라더인 아버지와 결별한다. 버릴 수 없는 혈연, 비록 아버지지만 기존 정치 권력의 단점을 모두 가진 권력자, 그에 덧붙은 거대 재벌, 대한그룹의 돈까지 버린 조국은 우리 나라 현상황에 비춰보면 끈떨어진 '바보' 정치인이 된 셈이다. '밴댕이 아가씨'에서 시장이 된 신미래의 상징성 만큼이나 불가능한 상황을 보며 조금은 웃음이 나기도 한다.

민주화같은 철부지 순딩이가 버티는 곳이기 보단 빅브라더 같은 속을 모를 독한 사람들이 버티는 곳이 정치판이다. 자신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렸으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들이 유해 쓰레기 쯤은 감당해야한다는 대기업 회장, 시의 발전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위해 살고 있는 고부실이나 소유한이 더 많은 나라에서 신미래와 조국이 신념을 지키고 살 수 있다는 건 말그대로 드라마같은 이야기니 그 결말이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니다.

애초에 코믹 드라마였으니 비참한 정치인의 말로를 그리기는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고 재벌의 딸 고고해가 자존심강한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해피엔딩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두 새내기 정치인, 신미래와 조국 그리고 민주화와 이정도의 운명을 바꿔놓은 건 결국 고고해의 '자존심' 덕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돈가진 권력자의 배려가 아니면 행복한 결말같은 건 있을 수도 없는 설정을 보며 입맛이 쓰긴 쓰더란 말이지.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문화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고 현실의 왜곡이기도 하다. 정치를 결합한 로맨스 드라마의 꿈같은 결말은 지독한 현실의 왜곡이고 그 왜곡 속에서 보여지는 드라마의 배경은 지랄맞은 현실이다. 이정도같은 룰을 따르는 공무원 보다는 신입 시장에게 깽판을 놓는 변, 지 , 문 세 국장의 행태가 더 익숙한 건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일이니까. 애초에 신미래나 조국이 타협하지 않는 건 상상도 안되는 일이니까. 그래서 차라리 무력한 척 모르는 척 정치혐오증 환자로 살길 바랄 정도니까.

드라마는 드라마다. 시청자가 조국과 신미래가 정의로운 세계를 보며 웃어도 현실의 투표권자가 그런 이들을 모두 환영하는 건 아니다. 설사 그들을 다수가 뽑는다 해도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럼에도 시티홀에 눈길이 가는 건, 모든 것이 가상의 것임을 알 수 있는 드라마 속 세계에서는 현실 정치에 없는 '해피 엔딩'이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성공한다. 드라마가 현실을 조롱하는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장춘몽일 지언정 해피엔딩이 즐겁기도 하다.

미국 백악관을 무대로 만들어진 드라마 West Wing(1999)


정치 드라마를 만들려면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로맨스가 빠진,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1999)' 같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최소한 정치 드라마라면 로맨스를 제외한 정치인의 '모범' 또는 '프로토타입(Prototype)' 쯤은 드라마에서 보여줘야 한다. 텔레비전 쇼인 것은 둘 다 마찬가지이지만 정치 현실에 대한 묘사는 시티홀 쪽이 조금 더 엉성했다. 신미래와 조국의 모습은 코믹함과 로맨스를 강조했기에 통속적이고 재미있지만 '정치'라는 타이틀은 어쩐지  어색하다.

정치의 희망은 정치인과 유권자의 마지막 양심이다. 민주화라는 캐릭터의 마지막 양심, 고고해가 가진 경영인으로서의 자존심같은 '불명확한 것'을 상대로 유권자는 그 한표를 던져야하고 희망을 걸어야한다. 요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아마 그 사극 역시 정치적으로 해피엔딩일 것이다 - 여왕의 정권 장악이 마지막일테니) 말하는대로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현대 정치 공식에서 사람을 얻는 법은 드라마처럼 정의롭지는 않은 듯하다.

이제서야 말이지만 난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보며 처음에 짜증을 냈다.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도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것이 한국 정치인데 그 소재를 두고, 어차피 대충대충 얽어 끝낼 것이 뻔한 드라마. 과연 어떤식으로 현실을 미화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승원처럼 김선아처럼 잘 생긴 남녀 정치인은 아니라도 좋으니 괜찮은 정치인이 나타나 우리나라 정치계도 환하게 밝혀주면 좋겠구나 하는 꿈은 꿔보지만 어차피 정치인을 만드는 건 국민이 아니던가. 그러니 정치는 빼고, 로맨스 드라마 한편을 보며 크게 웃어주는 수 밖에..

아, 정치판도 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지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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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09.07.03 23:41 신고

    올해 본 드라마 중에서 최고였어요. 속이 다 시원해졌습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09.07.07 05:13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올해는 유난히 정치적인 일들이 많이 얼어나는 ..서글픈 해였던 탓일까요?
      이런 시원시원한 드라마를 보면서 정치적인 염원을 생각해 보게 되는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