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설원랑은 김서현을 미실이 끌어들일까 전전긍긍한다. 김서현의 아내는 만명부인, 명백한 진골정통이지만 김서현의 신분은 대원신통이었다. 이는 용춘과 용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집안의 수장이 그 집안의 아랫사람을 충복으로 두려함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이는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미실은 김서현, 용춘, 용수 그리고 김유신과도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듯하다.

드라마에선 지소태후의 아들, 세종에게 시집간 미실, 자신을 배신한 그 미실을 위해 '사다함의 매화' 즉 가야 책력을 전해주는 사다함의 사랑을 강조한다. 대원신통의 종주이자 왕실의 어른, 옥진궁주의 후계자였던 미실은 사다함, 세종, 설원랑,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등의 사랑을 등에 업고 신라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이전에 썼던 내용대로 대원신통과 진골정통은 권력을 경쟁하는 관계였고 미실의 어린 시절은 그 권력 다툼에 희생된 면이 없잖아 있다.

지소태후는 자신이 이사부와 관계해서 낳은 아들, 세종(아버지가 왕이 아니지만 전군이다)에게 미실을 짝으로 들여주기는 했으나 애초에 색공을 바치는 관계 정도로 생각을 했던 듯하다. 지소태후는 대원신통인 며느리 사도왕후(옥진의 딸)를 제거하고 숙명공주를 왕후로 들이려 했지만 권력을 조율하고 싶었던 탓인지 사도왕후를 사랑한 탓인지 진흥왕은 어머니의 뜻을 들어주지 않는다. 불같이 화가난 태후는 며느리인 미실의 트집을 잡아 세종의 곁에서 쫓아내고 만다.

미실은 궁 밖으로 나가 사다함과 사랑에 빠진다. 사다함의 어머니인 금진낭주 역시 옥진의 여동생으로 옥진과 미실이 세력 확장을 위한 남자를 두고 그들과 관계를 가졌듯 많은 남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었다. 토함, 새달, 사다함이라는 새 자녀를 둔 그녀는 신분이 그리 높지 않은 남자들과 주로 사귀긴 했으나(진흥왕이나 갈문왕을 모신 적이 있긴 하다) 대원신통의 '세력'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한때 구리지의 도움으로 원화의 자리에도 오르려했던 여자가 바로 금진낭주다.

출처 : MBC 선덕여왕, 미실의 진지왕 폐위(고현정 역). 이 드라마의 갈등은 정통 왕위계승권을 가진 자와 잉첩 간의 대결이 아니라 대원신통과 진골정통 간의 갈등이다.


구리지 역시 벽화부인의 자손으로 대원신통에 해당한다.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는 길에서 설성을 보고 인물이 뛰어난 것을 기특히(?) 여겨 그 어머니를 첩으로 삼았다 한다. 피붙이가 아닌 설성을 용양신으로 삼아 자신의 신하로 두고 설성은 구리지의 아내 금진낭주에게 색공한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설원랑이고 신분이 미천한 설성은 금진과 구리지 사이에 태어난 아이인 사다함을 주인으로 모셨다.

대원신통이나 진골정통의 집안은 상대와 조율하여 왕을 모시기는 하지만 경쟁관계 만큼은 치열했다. 그 두 집안의 후손들은 자신의 가문에 충성하고 집안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정략결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소태후, 만호태후 등이 이에 몹시 철저해 자신의 후손들 역시 진골정통과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 했다. 어떤 의미로는 신분이 다른 세종과 미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연인이었다.

인통의 여성들은 왕과의 사이에 왕실을 이어줄 핏줄을 낳고 자신의 인통에서 자신의 인통을 이어줄 아이를 낳아 신분과 세력을 유지하곤 했다. 그들이 결속을 다지기 위해 똘똘 뭉쳐 자신들끼리 후손을 낳았음은 새삼스럽지 않은 일로 세종에게 쫓겨난 미실 역시 대원신통 남자들 중 하나를 세력을 키우기 위한 충복을 겸해 연인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오촌 아저씨뻘인 사다함(작은 할머니의 아들)과 설원랑이 그 상대였다.

사다함과 미실이 '풍랑가(風浪歌)'와 '청조가(靑鳥歌)'를 부를 만큼 '뜨거웠던' 것은 잘 기록되어 있는 일이지만 미실은 속앓이를 하다 죽은 사다함 만큼 '사랑 밖에 난 몰라' 타입은 아니었던 듯하다. 세종이 상사병에 걸려 자신을 부르자 다시 궁으로 들어갔고 세종전군의 원비라는 지위를 확보한다. 또 이모인 사도왕후가 나와 손잡고 내 아들인 동륜의 아이를 낳으면 왕후로 삼아준다는 약속에 혹해 동륜태자와 연인이 되고 진흥왕이 부르자 진흥왕의 연인이 된다. 권력을 향해 승승장구하는 지위가 된 것이다.

권력을 넓혀가는 미실에 비해 대원신통 후계였던 사다함은 정절을 바치는 여인처럼 청조가를 지어가며 세종전군과 미실의 안녕, 만수무강을 빌었고(죽어서도 지켜주겠다 한다) 죽을 때 조차 자신의 풍월주 지위를 미실의 남편 세종에게 물려주게 한다. 그는 미실의 연인이자 대원신통의 권력을 키우게 하는 충복이었던 것이다. 충직한 그의 인생은 또다시 동생 설원랑에게 물려진다. 말그대로 대를 이어 충성하는 형제다.

미실을 사랑하고 그를 포기하지 못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의 남편 세종전군과의 행복을 빌어주고 그녀의 남편을 위해 자신의 지위까지 넘겨주는 부분은 '충성'이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소한 사다함은 미실의 야망과 그녀의 정치적 입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혹은 옥진과 금진의 관계로 인해 집안의 내력이 그러한 것인지도 모른다(권력에 의한 주종관계).

출처 : MBC 선덕여왕, 미실의 연인이자 충복인 설원랑(전노민 역)


사다함의 동생 설원랑(薛原郞)도 풍월주 사다함의 부제로 대원신통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사다함이 세종에게 풍월주를 물려주고 죽자 세종 역시 설원랑을 부제로 삼았다. 설원은 당연한듯이 미실의 오른팔이 된다. 미실을 원화로 삼도록 명을 내린 건 진흥왕이지만 뒤따르는 낭도가 늘어나도록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설원랑과 미생, 그리고 세종이다. 진흥황은 미실을 전주로 삼고 또 원화로 삼아 곤룡포와 면류관을 쓰고 함께 나와 잔치를 베풀었다.

후에 동륜태자가 죽고 그 관계가 들켜 미실이 원화에서 물러나자 다시 세종이 풍월주의 자리에 올랐는데, 미실은 세종을 종용하여 설원랑이 풍월주가 되게 한다. 이미 설원랑과는 연인 사이였던 미실은 화랑의 세력을 무슨 수로든 놓치 않도록 수를 쓴 것이다. 사도왕후와 합심하여 진지왕을 폐하기 위해 낭도를 일으킬 때 이 설원랑이 큰 역할을 했음은 두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런 설원랑의 충성은 죽을 때까지 이어졌는데 미실은 설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계속해서 곁에 두웠다. 아내인 준화낭주와의 다툼도 문노와의 충돌도 미실이 다스려주었다. 법흥왕 때 태어나 진평왕 때 사망한 설원은 미실 궁주가 병에 걸리자 밤낮으로 곁에서 미실을 간호했다. 밤마다 미실의 병을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기도를 올려 결국 죽었다고 한다. 이 때의 나이가 58세이다. 미실 역시 뒤따라 죽을 것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화랑세기에서 사라져가니 충복의 죽음과 함께 그 권력을 다했다 볼 수 있다.

색사와 색공이 당시 중국이나 다른 나라와 달라 세력을 키우는 한 방편으로 사용되었음은 화랑세기 전편에 걸쳐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치적으로 색공을 드림은 신하의 도리이자 권력의 발판이었다. 또한 자신들 가문끼리 결속을 강화해서 보다 큰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색공이 이용되었다. 한가문에 속한 남자는 윗신분에게 충성하여 그 가문을 더욱 부흥시킨다. 설원랑과 사다함 형제가 꾸준히 같은 혈통의 미실에게 충성했음은 '사랑' 같은 로맨틱한 감정 만은 아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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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브루펜시럽
    2009.07.13 23:49

    덕분에 더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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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15 09: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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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펜시럽님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
      저도 화랑세기, 삼국사기 다 읽느냐 요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답니다.
      조선 역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인물들이 아주아주 많은 거 있죠.


  2. 2009.07.18 15:24

    사다함이 설원랑의 형이었나요?
    어머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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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20 08: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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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계 혈통이 중요하게 여겨지던 신라라고 하니 아마 아버지가 같지 않아도 친하게 지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형제가 한 여성을 사랑했다는 것도 참 특이한 인연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