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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정치 드라마는 항상 유념하자

Shain 2010. 10. 1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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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대물'은 불매운동 대상 드라마라 본격적으로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재방송을 틀어놓으신 것까진 말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 또래들은 딱히 TV를 시청한다기 보다 적적하니 틀어놓는다는 개념이 강해서 이왕이면 한번도 안 본 걸 보고 싶으시단다. 첫회가 방영되는 걸 보니 여성 대통령의 이야기다.

뉴스를 대충 보니 이 드라마를 보고 여성대통령 후보가 될만한 사람들을 부추키는 기사들이 많다. 뭔가 시류를 타고 싶은 기분은 알겠는데 오락의 영역인 드라마 컨텐츠와 비판의 영역인 정치를 결부시키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단 걸 모르는 모양이다. 오락거리 속에서 등장한 대리만족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건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데 굳이 얼마나 더 모자란지 비교당하고 싶은 것일까?


정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을 속시원하게 할 컨텐츠를 구성하다 보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마련이다. 어떤 면에선 현실 정치를 빗대기엔 사극이 훨씬 편하다. 고현정이란 인물이 'MBC 선덕여왕'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오늘은 정치 컨텐츠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봤으면 싶다.



첫째, 미화된 영웅을 만들지 말라

우리 나라 드라마는 유독 영웅 만들기에 몰입한다. 'SBS 시티홀(2009)'의 소시민 영웅 신미래가 그랬고 국회의원 조국이 그랬다. 부정 부패 척결을 위해 위해 싸우는 그들은 '영웅'이다. 정치권의 바보같은 행적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홍길동같고 구원자같은 그들에게 시원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인은 '영웅'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란 건 원칙을 지켜 협상을 해나가고 정책을 구현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우리 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중 하나는 정치권의 인물론이다. 정치는 국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현실이고 영웅이 대신해주는 '과업'같은게 아니다. 영웅 보다는 함께 갈 수 있는 훌륭한 지휘자가 등장해야 한다. 드라마 속 정치인의 이미지를 어설프게 따라하는 바보들을 보고 싶지 않다.


둘째, 죽고 못사는 연애 이야긴 사양한다

물론 드라마에 연애사가 개입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시티홀도 실은 커플만들기 드라마였고, 'MBC 선덕여왕'도 알고 보면 바람둥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연애를 정치에 개입시키는 건 관뒀으면 한다. 헤어진 남친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국을 움직이는 일은 사양하고 싶다. 연애 오락물이 되고 싶다면 차라리 정치적인 이야기를 부수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분야에서조차 삼각관계가 뜨면 멀미날 것같다.


셋째, 실제 있었던 사건은 객관적으로 접근하라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의견은 대립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차' 때문이다. 전국가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특정 사건을 단순한 재미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대개의 정치 컨텐츠가 다양하게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건 명쾌한 '선과 악'이 분명한 구조 때문인데 TV 드라마에서 실제 사건을 모델로 이 선악을 양분하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KBS 야망의 세월'에서 주인공 박형철을 괴롭히는 상대 기업의 모델은 국가에 억울하게 재산을 환수당한 기업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박형철이라는 주인공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기업은 악당이 되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최소한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상대방이 '무너져야' 한다면 공정한 대결이라도 벌여야 한다. 특히나 현존하는 사건으로 상처 받은 인물들이 많은 주제를 화면에 담을 땐 좀 더 조심해야하지 않을까.


넷째,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옹호하지 말라

이번에 등용된 권상우는 뺑소니 사고로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았다. 청렴한 검사역이었으면 바로 이 역할에서 탈락했을텐데 제비족(?)과 반깡패 역을 겸하는 역이라 그런지 낙첨을 무르지 않았다. 권상우는 이번 역할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여론의 면죄부를 얻는 '득'을 할 것이 틀림없다. 물의를 일으켜 자숙하는 기간을 얻는 대신 활동을 계속함으로써 용서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뜻이다. 역할이 좋으면 좋은대로 드라마가 마감되면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연기자가 연기만 잘하면 되잖아?'



드라마는 '소비되는 컨텐츠'이다. 시청자가 바로 적극적인 소비자이자 평가자이다. '흑막 정치의 보스' 조배호를 물리치는 신입 검사의 역할을 거부할 권리가 시청자에게 있지 않을까?  사생활 문제도 아닌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을 드라마에 출연시키는 일은 자제했으면 한다.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다음 기회에 홀로 일어서라.


다섯째, 정치는 유행이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이것이다. 시티홀이 방영되는 동안에도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정치적인 논점을 흐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우리 나라는 정치 불모지이고 정치혐오증에 몸살을 앓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정해야할 건 현실정치와 드라마 정치 간에 간격이 매우 크다는 점이고 그 괴리 때문에 시대적인 문제들에 더욱 싫증을 낼 사람들이 생길 것란 것이다.

정치 드라마가 나올 때 마다 한번씩 방정을 떠는 그 어떤 정치인도 드라마 속 인물들과 전혀 닮지 않았다. 외모가 닮지 않았단 뜻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꿈꾸는 것 조차 아주 다르다. 시청자들은 그 차이를 느낄 때 실제 일어난 일에 더욱 혐오를 느낄 지 모른다.

그렇다고 드라마 속 정치인들이 현실정치인의 바람직한 롤모델을 하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 속 고현정은 억울하게 남편을 잃었고 당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당한다. 시청자는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적으로 인식되는 상대방에게 반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정책으로 인정받아야하는 정치인에게 그리 올바른 평가 방식은 아니다. 이 방식은 드라마틱하기는 하지만 정치는 아니다.




담당 PD는 현실 정치와는 별개로 하나의 오락물로 봐주길 바란다는 기사를 여러번 인터뷰한 듯하다. 원칙적으로 그 말이 맞다. 드라마는 일단 오락적인 컨텐츠이고 하나의 Show로 분류된다. 대신 정치라는 테마를 다룰 때 원칙적으로 지켜야할 '상식'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원칙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드라마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쉬운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미디어를 장악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과거 사극의 선례가 그랬고 우리 나라의 정치 드라마들이 그랬다. PD의 해명과 상관없이 벌써부터 설레발치는 기사들이 나온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피해야할 점이 무엇인지 숙고했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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