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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동이에는 왕이 7명 숨어 있다!

Shain 2010. 10. 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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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이 동이의 마지막 방송이군요. 사극의 고질병인 영웅 만들기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자체는 재미있게 구성된 편이라 60회에 이르도록 잘 시청했군요. 항상 사극에 고파하는 저인지라 판타지 사극이라도 좋습니다.

어제 내용은 서용기가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표현했으니 이제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셈인가요. 동이는 출궁을 앞두고 인원왕후의 호감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선조가 인목왕후를 얻고, 영조가 정순왕후를 얻어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인원왕후는 어린 왕후임에도 나이차도 별로 안나는 영조를 양자로 들이고 꽤 잘 지냈죠. 그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드라마를 잘 보다 보니 그동안 사극에서 마주쳤던 조선의 왕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깨방정 숙종이야 현 드라마 주인공이니 두말할 것 없고 마지막 기념으로 다른 왕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등장하신 왕들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했던 배우는 정진영입니다. '왕의 남자(2005)'에서 연산군 역이었고 '바람의 나라(2008)'에서 유리왕 역의 배우였습니다. 광기어린 연산군의 역할도 멋졌고 카리스마 있는 유리왕의 역할도 몹시 좋아했습니다. 동이에서 좀더 인상적인 역을 맡지 못한게(남인측의 정동환, 최철호와의 대립이 볼만했을 것 같은데) 안타까운 배우입니다.




이렇게 진지한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도 참 보기 드뭅니다. 어쩌면 가벼운 사극엔 잘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해왔는데 가끔씩 이렇게 힘을 빼는 것도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초반에 아버지의 죽음을 풀어가는 미스터리를 가진 인물이었는데 후반부 역이 많이 축소되서 아깝지요.

이 분이 왕역할을 했었다면 못 믿을 분이 많겠지만 악공 황주식 역의 이희도는 1986년 '조선왕조오백년 회천문'에서 광해군 역을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얼굴도 낯선 신인이던 이희도를 광해군 역에 당시 잘 나가던 여배우인 원미경을 개시 김상궁 역에 덜컥 앉힌 김종학 PD도 참 대단한 분입니다.




회천문의 광해군은 날개를 펴지 못한 새같은 느낌을 줍니다. 31세의 나이로 첫 주연에 발탁되었지만 이미지가 신선한 젊은 이희도의 날카로운 이미지에 노련한 원미경은 의외로 괜찮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담당 PD는 무책임한 신인 기용을 문제로 시말서를 썼다고 합니다. 꽤 괜찮은 배역인데 말이죠.

두번째 눈에 띈 왕은 장무열 역의 최종환입니다. 이 분은 후궁을 8명 이상 둔 것으로 유명한 중종 임금 역을 맡았죠. 드라마에 정식으로 등장하던 정부인만 셋이고 빈급의 후궁도 셋입니다. 경빈, 희빈, 창빈에 둘러싸여 문정왕후 윤씨가 정치다툼을 할 동안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편들기에 바빴던 왕이기도 하죠.





나중엔 자녀가 얼마나 많은 지 둘째 부인에게 얻은 원자(훗날의 인종)를 두고도 복성군을 비롯한 여러 아들래미끼리 후계자 다툼을 벌이는 장면도 연출한(물론 말도 안됩니다) 그런 드라마 속 왕이었죠. 지금도 기억나는군요.

왕은 아니지만 장희재역을 맡았던 김유석은 사극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성 주연으로 광해군의 이야길 다룬 '왕의 여자(2003)'에서 임해군이었습니다. 여색을 밝히는 선조 때문에(빈급의 후궁이 워낙 많아 기억도 안나는 인물) 양어머니를 자기 보다 어린 사람(인목대비)로 둔 이 두 형제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습니다. 배우 김유석은 이런 역을 천재적으로 해내는 것 같습니다.



후궁 소생으로 아버지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타고난 성품은 있었지만 의인왕후의 눈에도 들지 못 했던 임해군 역할은 김유석에게 꽤 잘 맞았습니다. 불운의 왕자 역할에 맞물려 불운한 정치인 역을 담당했군요.

왕역할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이 바로 이 최철호입니다. '불멸의 이순신(2004)'에서 성격을 가늠할 수 없는 선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앞뒤 상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가는 날카로운 역입니다만 극중 신하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겐 납득이 가지 않는 임금이었죠.




원래 장희빈 이야기엔 기생이 빠지지 않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장희재는 '자근아기'란 이름의 본처가 있었습니다. 그 본처가 김춘택에게 장희빈의 비리를 고변했다는게 정설이죠. 장희재가 숙정이라는 기생첩에게 빠져 본처를 박대했기 때문에 배신했다고 합니다. 숙정은 장희재, 동평군과 같이 처벌되고 자근아기는 유배지에서 죽은 것같다고 합니다. 다 생략하고 기생 설희의 역을 변형시키지 않았을까 하는데 최철호씨가 빠지는 바람에 모두 생략됐죠.

마지막 왕은 '바람의 화원(2008)'에서 정조 역할을 맡았던 배수빈입니다. 부드럽고 잔잔한 이미지로 김홍도와 신윤복을 응원하던 정조는 김상중이나 이서진이 연기하던 모습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역대 정조 임금을 맡았던 배우들 중에서 가장 독특한 느낌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렇다고 배수빈이 맡았던 정조가 진지해야할 순간에 무르기만 한 배우는 아니었죠.





문화를 사랑하고 아버지를 사랑했으며 부드럽고 예의가 바르면서도 정순왕후에게 대립할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지적인 정조. 그리고 아랫사람을 꾸짖을 때도 강약을 알았던 임금 역을 잘 소화했습니다. 이 배우는 기본기가 참 탄탄한 것 같단 생각을 종종 합니다. 맡은 배역의 해석을 잘 해내는 것 같습니다. 동이에서 숙종의 연적 역할을 좀 더 강하게 하지 않을까 했는데 많이 축소되었더군요. 한때는 왕이었던 사람이니 맞수로는 적격이었을텐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알아보지 못한 왕이 한분 더 계시더군요. 댓글 덕분에 한명의 왕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숙종을 돌봐주시는 상선영감입니다. 정선일이 2001년 'MBC 상도'에서 순조 임금 역을 하셨습니다. 발음이 유난히 정확한게 사극을 하루 이틀 하신 분이 아닌데 못 알아뵈었지요. 거진 10년전 사극이라 얼굴이 달라보였던 걸까요.




숙종의 마음을 제일 먼저 알아채고, 때로는 아버지같이 때로는 어머니같이 자상하게 모든 일을 돌봐주는 집사같은 상선 영감 역할은 드라마를 따뜻하게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이었죠. 상도에서도 백성을 살핌에 부족함이 없는 특별한 왕으로 등장했습니다. 순조라는 왕도 지금 보니 증조 할머니와 정치를 했던 임금이네요.

후궁들이 다수 등장하고 그들의 암투와 대립이 횡행하니 'MBC 동이'는 일면 여성 사극인 것 같지만 이렇게 받쳐주는 남자 배역, 그것도 한때 왕이었던 사람들의 등장이 없으면 버텨나가기 힘든 '사극'인가 봅니다. 무려 7명의 왕족 출신 배우들이 뒤에서 수고했었군요.

오늘이 마지막회로 동이가 검계 수장의 딸로 꿈꾸었던 일들이 하나둘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데 천민의 희망이 되고 싶었던 소녀가 왕의 후궁으로 죽는 내용이 조금 탐탁치 않기는 합니다. 자신의 출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른 신분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동안 재미있게 봤으니 마지막회를 기대하겠습니다.


이미지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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