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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대물'의 줏대없는 수난기

Shain 2010. 10. 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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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대물은 속시원한 정치판 비난과 지저분한 선거판 묘사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연예인 동원 선거유세,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 선전, 지킬 수 없는 공약 남발, 선거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선거운동원, 돈주머니가 오고가는 공천 과정의 비리와 파워게임까지 그동안 뉴스로 들어왔던 많은 일들이 등장한다.

'대물'이란 드라마로 가장 좋은 이미지를 얻는 건 배우 차인표이다. 그가 맡은 강태산이란 인물은 정의롭고 깨끗한 정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지만 재벌가의 사위로 조배호의 조력자로 부정부패에도 발을 깊숙이 담은 인물이다. 주인공 서혜림을 끌어올리는 정치 스승이지만 자신은 이미 서혜림이 깨트려야할 대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강태산의 분노는 현실정치에 대한 분노와 일치한다.



차인표의 분노 시리즈는 지금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이딴 쓰레기같은 인간들 뒤치닥거리나 하려고 정치 시작한 줄 알아(대물 5회)"라는 그의 대사는 상당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정한 기존 정치인들에게 분노하는 그의 함성은 국민들의 분노와도 일치한다.

대물이 주목할 인물은 바로 너무나 현실적인 이 강태산의 캐릭터다. 여성 대통령 프로젝트란 말로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치권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여성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의 상황이 인기를 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이 드라마 덕 좀 보자고 하다간 차인표의 울분, '그 분노'를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현실 정치판에 몸담은 강태산은 당분간 늘 심각한 표정일 듯.



여러 언론에서 '여성 대통령'이야기로 홍보되던 대물은 홈페이지에서 드라마 기획의도를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줄 일류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밝히고 있다. '일류 국민들의 희망사항'이란 말로 정치권에 대한 민의를 드라마로 보여주겠단 뜻인데 그들의 기획의도는 달리 진행이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정치 드라마 '대물'은 그동안 제작 중단 위기를 몰고 올 만큼 큰 수난을 겪어왔다. 제작전부터 제작 일정을 늦추는 문제로 '고현정'이 참여 거부 의사를 보이기도 했고 주연 중 하나인 권상우의 뺑소니 문제로 도덕성 문제를 의심받기도 했다. 드라마의 시작을 함께하던 작가가 두 차례 교체되어 전체 제작 방향을 의심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제작 PD이던 오종록 PD가 전격 하차하고 납득할만한 설명을 들을 때까지 드라마 제작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고현정을 비롯한 배우들의 제작 거부 사태를 불러오기도 한다. PD와 작가는 드라마의 생명을 결정을 결정짓는 중심인물로 그들이 교체되었다는 것은 결국 드라마의 제작 의도를 거스르게 되었다는 뜻과도 같다. 국가로 치면 대통령과 총리가 바뀌었다는 뜻과 마찬가지인데 '별문제없다'는 그들의 해명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자원봉사자도 아닌 연예인들이 등장해 선거판을 달궈놓는 건 어제 오늘의 풍경이 아니다. 거짓말과 헛된 공약과 돈다발이 남발하는 것도 거짓말이 아닌 걸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PD를 비롯한 제작 관계자들은 드라마 대물을 정치와 상관없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달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반면 몇몇 언론은 이 드라마의 방영 이후 끝없이 특정 정치인과의 관련성을 홍보했다(해럴드경제:‘대물’ 서혜림과 박근혜의 다른 듯 닮은 꼴). 일각에선 '여성 대통령'이 미디어에 등장한 자체로 특정 후보에 유리한 국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염려한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부분이다.

PD교체와 작가 교체의 진실은 '내분'이라고 한다. 작가와 PD 사이의 의견이 맞지 않았고 하차한 PD와 갈등을 일으킨 사람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드라마에 잦은 내분이 있었던 까닭에 대물은 '외압설'에 휘말리고 만다. 실제 정치인들 중 누군가가 항의 전화를 했었단 기사도 등장한다(머니투데이:드라마 '대물'에 정치인 항의전화 있었다).

드라마 제작진 자체의 내분과  정치인의 항의와 기획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대물은 전회 광고가 완판(스포츠칸:‘대물’, 전회 광고 완판으로 광고에서도 ‘대물’ 입증)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모든 제작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물은 계속 제작을 할 수 밖에 없는 갈등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강태산과 서혜림의 성장과 대립구조가 어떻게 현실 정치와 맞닿을 것인가?



애초에 이 드라마의 문제점은 이런 '줏대없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정치권에서 이용을 하든 말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든 말든 '일류 국민들의 희망사항'이라는 기획의도를 그대로 쫓았다면 드라마의 인기와 주인공을 어떻게 좀 이용해볼까 하는 어설픈 뜨내기들도 알아서 자리를 떴을 것이다(안 좋은 이미지를 드라마로 살려보겠다는 의중 자체가 음흉하기도 하고).

강태산, 서혜림, 하도야의 덕 좀 보고 싶은 정치인들은 제법 많다. 트위터같은 각종 매체를 검색해보면 그 드라마의 누군가와 내 이미지가 비슷하다며 설레발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가 이런 외압설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 그들을 떨쳐낼 수 있게 본 목적에 더욱 충실해야한다.

시청자는 드라마 속 영웅들에게서 현재의 정치인들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이상을 보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한다. 현 정치판의 실상을 날카롭게 까발릴수록 정치인들은 자신의 과거가 연상될까 멀찍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물이 논란에서 멀어지는 길은 '초심'으로 돌아오는 길 뿐이다. 그런점에서 PD 교체를 반대한다. (여전히 난 이 드라마의 안티이지만) 강태산과 서혜림의 캐릭터가 더욱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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