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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앙큼한 미드 속 주인공들은 누구?

Shain 2010. 10.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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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에는 비밀이 있는 캐릭터 보다는 상대적으로 과거를 감춘 악당이나 악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구성이 불가한 건 소재의 제약 탓이 크다고 보입니다. 한드에 스파이, 범죄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앙큼하다는 표현이 좀 과하긴 합니다만, 미드 속엔 겉으론 평범한 등장인물이지만 시청자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가진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겉모습 만 봐서는 도무지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인물들도 있죠. 그리고 그 비밀은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큰 변수가 됩니다.

MBC 달콤한 스파이(2005). 데니스 오는 정체를 숨긴 다국적 스파이로 출연했다.


오늘은 최고로 앙큼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찾아볼까 합니다. 자신의 목적이나 진짜 정체를 얼마나 잘 속이고 있는 지가 극의 재미이기도 하고 비극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깜쪽 같이 속일 수 있어야 주인공이 될 수 있죠. 말 그대로 미국 드라마 속 '이중생활'의 천재들을 찾아보기로 할까요.



밝을 땐 경찰 혈흔분석가 어두울 땐 살인마 - Dexter의 덱스터 모간

이중생활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될 제 1순위의 인물입니다. 사이코패스로 살인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덱스터는 여러 여성들과 위장 연애도 하고 나중에는 결혼까지 합니다. 진짜 정체를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죠. 밤에는 연쇄살인범들을 해치우고 다니는 살인범으로 변신합니다.

앙큼하다 못해 음흉한 덱스터(SHOWTIME, 2006)


물론 뭔가 좀 수상한 그의 정체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정체를 알게된 연쇄살인범들이 그와 그의 가족들을 공격하려 합니다만 완전히 인간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덱스터(덱스터의 감정은 또다른 이야기의 한 소재)는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갑니다. 이중생활이란 건 덱스터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야할 지 정말 전문적인 위장의 달인이라고 봐야겠죠.



가난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돈벌이 - Hung의 레이 데커

왕년 스포츠 스타였지만 이혼하고 고등학교 농구팀 코치로 일하고 있는 레이 데커는 아이들도 자주 볼 수 없고 갚아야할 빚이 산더미죠. 간신히 부모님이 남겨주신 낡은 집에 이사갔지만 옆집에서 신고하는 바람에 벌금을 물게 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화제까지 나는 바람에 빈털털이가 되버립니다. 집 뒤의 호수가에 천막을 치고 먹고 자는 레이의 신세가 고달플 때 나타난 인물이 타냐입니다.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엉뚱한 타냐는 믿을 건 튼튼한 몸 밖에 없는 레이에게 돈을 벌자며 남성 호스티스가 되라고 하죠. 그렇지만 고등학교 선생 출신으로 그런 요령이 없는 레이는 타냐와 고객(?)들에게 오히려 일하는 법을 배워가기도 합니다. 돈벌이는 잘 되는 편이지만 살림살이는 그닥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꼬일만한 일들이 일어나죠.

하여튼 레이가 이런 일을 한다는 건 이혼한 전부인, 아이들, 학생들 모두에게 비밀입니다. 두가지 직업(?)을 가진 레이와 그의 포주 타냐와의 관계, 그리고 그 주변을 당연히 채워버리는,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여자들과의 사연이 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긴 합니다.



부인 외 애인 만 셋 이상 - Mad Men의 돈 드레이퍼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60년대입니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아무대서나 흡연을 하고 남성들은 사무실의 모든 여자들이 자기것인양 여성들을 희롱하곤 합니다. 지금 수준으론 심각한 농담도 아무렇지 않게 하죠. 광고업계에서 성공한, 예의바르고 침착한 주인공 돈 드레이퍼는 흡연을 하고 술은 잘 마시지만 겉으론 어린 아내 외의 여자는 모르는 남편으로 행동합니다.


있는대로 바람을 피우는 듯한 이 남성미 넘치는 남자의 비밀을 이것 만은 아닙니다. 지독한 대공황기의 가난을 겪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이 되었던 그는 리처드 휘트맨이란 본명이 따로 있습니다. 전쟁중 죽어버린 자신의 상관 이름이 돈 드레이퍼였고 달리 가족이 없었던 그의 이름을 자신이 쓰기로 했던거죠. 돈 드레이퍼는 보잘것없는 출신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습니다.

성공한 광고업계의 거물로 아내와 여러 여성들을 거느린 능력자로 풍채 만큼이나 멋지게 보이는 뉴욕의 이 신사는 매너없이 모자를 쓰지 않으며 하찮은 방법으로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젊은이들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이 멋진 얼굴로도 이중생활의 달인이란 타이틀은 피할 수 없겠네요.



여우의 이중생활 - Secret Diary of a Call Girl의 벨

이 여주인공은 아예 자신의 직업에 쓰는 이름과 친구들에게 쓰는 이름이 다릅니다. 직장(?)에서 쓰는 이름은 벨이고 진짜 이름은 한나 박스터이죠. 지인들에게 알려준 직업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원입니다. 혼자 사는 집의 옷장도 벨이 쓰는 것과 한나가 쓰는 것을 분리해뒀고 전화도 아예 두 개랍니다.

전화를 받고 손님을 예약하고, 화려한 명품을 차려입고, 콜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그녀의 직업은 콜걸입니다. 원래 성관계를 좋아하는 성격인 것으로 설정된 주인공은 초반엔 이런 이중생활과 돈벌이에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또 드라마를 진행하는 나레이션을 하는 동안 남자들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잘 알다시피 '벨 드 주르'라는 블로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내용입니다. 그리고 최근엔 그 블로그의 실제 운영자가 30대 여의사로 밝혀졌다는군요. 드라마에서는 이런 이중생활(남들이 비난하는 직업)을 계속 해나가는 여주인공의 허망함이라던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느끼는 난처함 같은 것들을 묘사합니다. 깔끔하게 속여나간 것 같지만 영원할 수는 없었던거죠.



생활고에 마약을 파는 주부 - Weeds의 낸시 바트윈

주인공 낸시 바트윈은 고급주택가에 살았지만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자 생활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살림을 도와주는 사람까지 있던 그들의 수영장딸린 집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낸시. 더부살이 시동생도 있고 아들 쉐인, 사일러스도 키워야하는데 돈벌 곳이 막막하죠.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마리화나를 파는 딜러가 됩니다.

그 마을을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마약인거죠. 평범한 주부로 보이는 낸시는 눈 동그랗게 뜨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위기를 잘도 넘깁니다. 대마초를 재배하는 가족에게서 마약을 구하고 마을에 대마초를 팔기 시작하는 여주인공. 마약 딜러가 되는 덕분에 부유하고 고상하기만한 줄 알았던 마을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집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가족을 살리기 위해 마약을 팔았다는 안쓰러움은 점점 사라지고 관계들과 성격들이 하나둘씩 망가지기 시작하죠. 나중엔 마약 사업에 가족 모두가 끼어드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중생활은 결국 이렇게 뒷마무리가 씁쓸하게 되는가 봅니다.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성인용' 블랙코미디입니다.



병원과 가정의 이중생활 - Nurse Jackie의 재키 페이튼

주인공 재키는 병원에서 일하는 능수능란한 수간호사이지만 '착하다'는 면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걸핏하면 멍청한 의사들의 지시도 무시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환자의 앞길을 막아버리기도 합니다. 병원 내 약사로 일하는 애인과 즐거운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고 요통으로 고생하기 때문에 그 약사에게 옥시코돈같은 마약을 주사받아 고달픈 일상을 이겨내기도 합니다.


이런 재키에겐 오프닝에서 보여지듯 큰 비밀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유부녀'라는 점이죠. 예쁜 두 딸을 둔 한 가정의 엄마로서 또는 아내로서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는 병원에 들어가기 전 항상 결혼반지를 빼버립니다. 가정에서는 또다른 엄마의 모습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죠.

두번째 비밀은 바로 그녀의 딸 중 하나가 애인의 딸일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남편과 전혀 닮지 않은 그 아이를 보며 재키는 위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언제 들킬 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그녀의 이중생활과 치열하기만 한 일상생활은 소화하기 힘든 중노동같기만 하군요.



위장 전문 첩보원 - Alias의 시드니

위장에 능숙한 여성 첩보원이 나오는 액션 드라마, 니키타와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했던 이 TV 시리즈의 여주인공 제니퍼 가너는 이제 밴 애플렉의 부인이라고 하더군요. CIA의 이중 스파이 역할로 여러 임무에 침투되는 시드니는 각 상황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위장합니다. 상황별로 자유자재로 다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고 외모도 맞출 수 있는 그녀의 설정이 인기를 끌었죠.


드라마 자체의 구조나 변장의 설정이 지금 따져보면 그리 완벽한 건 아닙니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맞춰진 분장은 어색함도 많았죠. 재밌는 부분은 그런식으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된다는 스파이의 설정인 듯합니다. 어떤 곳에도 잠입이 가능한 능숙한 스파이 이야기는 5시즌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죽었던 사람이 자꾸 부활하는 등 전체적인 구조는 좀 엉성한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긴장감이 잘 유지된 드라마였죠.



 아이돌이었다가 평범한 여학생으로 - Hannah Montana의 마일리

이건 디즈니 방송에서 방영하는 드라마기 때문에 성인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나몬타나 더 무비'는 좀 알려진 편이죠. 인기 아이돌 스타 한나 몬타나는 평범한 여고생 마일리 사일러스와 동일인물입니다. 친구의 도움으로 평범하게 변장하고 학교 생활을 해나간다는 내용이죠. 한국에서의 지명도는 별로지만 인기가 나름 좋아 4시즌 방영 중입니다.


팝스타로서 사는 생활도 피곤하기 짝이 없는데 비밀을 숨기고 들키지 않으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연애 생활이나 친구들과의 갈등이 보태지면 아슬아슬함이 몇배가 되겠죠. 주인공 마일리 사일러스가 상당한 인기라 국민여동생이라는 말도 있지만, 성인들 사이의 인기는 그저 그런 수준인가 봅니다. 밤에는 가수 낮에는 여고생이라니 그녀야 말로 진정한 이중생활의 천재가 아닌가 싶네요.



가족을 위해서 최고급 마약을 만들다 - Breaking Bad의 마일리

Hung의 주인공처럼 이 드라마의 주인공 월트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그게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 정도로 극한 상황은 아니지만 시한부 인생인데다 장애가 있는 아들이 있고 혼자서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아내만 남겨두고 죽자니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화학교사로서의 받는 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차장에서 부업하다 자신의 수업을 듣던 날나리들에게 조롱당하는 장면은 돈없는 설움을 극대화시킵니다. 옷을 사주러 간 가게에선 아이들이 아들을 '병신'이라며 놀립니다. 화학 공부를 진정으로 좋아했고 선하게 살길 원했던 월트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자신의 지식으로 돈을 벌어주기로 합니다. 바로 최고급 마약을 만들어내는 거죠.


가족 몰래 비밀리에 마약을 만들어야 하기에 마약 제조시엔 옷에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모든 옷을 벗어던집니다. 그리고 마약 제조 트레일러를 멀리 사막에 가져다 두고 작업하고 마약 딜러인 학생과의 관계도 아무도 모르게 유지합니다. 단지 가족에게 미안해서 돈을 좀 벌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의 비밀은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져 갑니다. 처음 프로모를 볼 땐 옷을 벗고 뛰는 장면이 이해가 안 갔는데 가장의 비밀스런 마지막 몸부림인 걸 알고 보니 드라마가 달라 보이더군요. 안타까운 이중생활 중 하나입니다.


쓰다 보니 SHOWTIME에서 만든 드라마 주인공들이 가장 앙큼한 타입들이 많군요. 각종 범죄를 드라마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을 가진 인물이 드라마 주인공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쇼타임 방송국의 드라마가 성인용으로 분류되는 건 그런 이유겠죠. 이런 이중생활의 목적이 보통은 '나쁜 것' 일 때가 많습니다.

반면에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사생활' 때문에 이중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긴 한데 극적인 면은 좀 줄어들겠죠.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의뭉스런 이중생활을 보며 웃기도 하고 씁쓸해 하기도 합니다. 사연많은 악당이라며 공감을 할 지도 모르겠네요. 또는 요즘은 비밀이 없는 세상이니, 남들에게는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심리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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