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악녀들의 마지막 양심

Shain 2010. 11. 1.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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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면의 동기이다. 시덥잖게 시비나 거는 건달 역이 아닌 바에야 악하게 행동하는 원인이 존재한다. 그 동기에 타고난 성격까지 보태지면 최고의 악당이나 악녀가 탄생한다. 'MBC 욕망의 불꽃' 윤나영(신은경)은 아버지를 해꼬지하는 조폭을 물어뜯고 달려들 정도로 독한 기질을 타고난 여자다. 집안환경이 가난하다는 건 그녀의 성격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동기가 된다.

윤나영의 표독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백인기(서우)의 소원은 돈많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녀가 올인할 동기가 된다. 인기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형수였다는 모욕을 참을 수 없자 집을 떠나 자청해 고아가 되버린다.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원하는 걸 얻고자 하는 그녀들의 야망은 점점 더 활활 타오른다.




13.7%의 시청률로 지난주 보단 약간 하락한 시청률을 보인 10회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파트이다. 첫번째, 남애리의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가고, 대서양 그룹을 둘러싼 형제들의 다툼, 그 파워게임의 배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두번째, 부를 향해 달려가는 윤나영과 백인기의 피폐한 마음이 드러난다. 백인기와 김민재의 순수한 사랑 속에 잠시도 눈을 돌릴 수 없는 그룹의 후계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며느리와의 전면전, 대서양 그룹 사수 전쟁

시아버지에게 쿠데타를 선언했던 남애리(성현아)의 전쟁은 일단 김태진(이순재)의 한판승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윤나영의 계략으로 집안 가족들의 모든 주식을 모으게 된 김태진은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남애리는 위기에 처한다. 더군다나 불륜일 수도 있는 장면을 김영준(조성하)에게 들키는 바람에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되고 만다.

물론 그정도로 마무리될 남애리의 야심이 아니다. 대서양 그룹의 출발점이자 그룹이 몸집을 키워나가는데 큰 공헌을 했던 큰아버지와 아버지를 끌어들여 시아버지 김태진을 압박하기로 맘먹는다. 침대에 누워 며느리를 맞고 산책할 때 휠체어를 끄는 등 후계를 고르기 위한  김태진의 작전은 과연 무엇일까. 사극과 기업 드라마를 자주 썼던 정하연 작가의 역량을 기대해본다.




김태진의 세 아들은 며느리 전쟁의 뒤를 이어 갈등 양상이다. 어떻게든 김영민(조민기)는 남애리의 소원을 들어주고 분란을 막아보자 주장하고, 임시로 회장대리를 맡고 있는 김영대(김병기)는 주식을 담보로 조선소를 사들이자는 남애리에게 반대한다. 김영준은 아버지의 업적을 폄하하는 의붓형 김영대에게 큰소리를 낸다. 파티에 여념이 없는 재벌 3세들, 조카들을 모두 모아 음식을 대접하는 신은경만은 이 분위기를 떠난 것처럼 담담하게 행동한다.

며느리가 목졸라 죽일 거 같다며 너스레를 떠는 김태진의 여유만만한 미소 속엔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굳이 윤상훈(이호재)의 두 딸과 비슷한 또래인 셋째 아들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대서양 그룹의 오너. 혼외 자식들을 굳이 호적에 올린 까닭도 알 수 없다. 마지막에 등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장군(조경환)은 그룹 후계에 또다른 파란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악녀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백인기와 윤나영

윤나영은 드디어 숨겨왓던 자신의 마음을 언니에게 드러낸다. 자기 때문에 죽은 아이로 평생을 괴로워했다며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한 언니 윤정숙(김희정)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윤정숙은 혜진(백인기)이 살아 있을 수도 있다며 아이를 꼭 찾아서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아이 때문에 울부짖던 윤나영은 결혼 생활에 지장을 주기 싫다며 언니의 뜻을 거절한다.

한달에 한번쯤 술을 퍼마셔야 잠이 들 수 있다는 윤나영, 백인숙(엄수정)을 죽인 죄책감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질까 두려워 아들 김민재(유승호)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며 거짓말까지 하는 윤나영에게 김영민은 다시 시작하자며 애정을 표현하지만, 윤나영은 그 마음 마저도 거절한다.

자신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김민재에게 직설적이 말로 거절하는 백인기는 누군가의 사주로 대서양 그룹 재벌 3세들에게 접근했다. 조폭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에서 제일 잘나가는 백인기는 그들의 꼭두각시처럼 원치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처지다. 부자가 되고 싶다며 거친 자신의 과거까지 감춰왔지만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순수한 김민재에게 만은 들키고 싶지 않다.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두 악녀들은 행복해지지 못한다. 잠시 쉴 곳을 찾으면 다시는 뛸 수 없을까 두려워하듯 친절을 거부하고 있다. 김영민과 김민재 부자의 타고난 다정다감함도 그녀들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마음 한구석에서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과연 눈앞에 있는 이 행복을 누려도 되는 것인지 그녀들은 늘 의심하고 불안해 한다.

하긴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 중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배다른 동생과의 차별을 의식하는 첫째 아들 부부의 탐욕스런 열등감이나 부부이기 보단 적수에 가까운 둘째 아들 부부, 남이나 다름 없던 셋째 아들 부부, 집안의 주변인으로 멸시받으며 재산이나 노리는 처지의 김영식(김승현)과 김미진(손은서)까지. 그나마 만족스레 사는 커플은 가난한 횟집 주인으로 윤정숙과 함께 노인들을 돌보는 그 부부들 정도다.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인지 모르지만 욕망의 크기에 비례해 그들에게 주어지는 행복 역시 작아지는 것 아닌가 싶다. 불꽃이란 표현을 쓴 것처럼 몸이 타들어가 결국 망가져버릴 것을 알면서도 불꽃에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존재들일까? 첫회에 등장했던대로 친딸의 자살을 지켜보게 될 윤나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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