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MBC '욕망의 불꽃'과 소프 오페라의 특징

Shain 2010. 11. 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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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도 적은 적이 있지만, 연애 불륜 막장 드라마, 소프 오페라(Soap Opera)의 원조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20세기 초에 라디오 방송을 대중화시키면서 드라마 시리즈를 방송했었고 1940년대 TV 방송이 활성화된 이후에도 아주 많은 드라마를 제작해 냅니다.

주부들이 살림하는 동안 시청하는 낮시간대의 드라마, 주로 멜로 연속극을 지칭하던 이 소프 오페라는 주부들이 소비하는 세제나 비누 광고를 함께 방영했습니다. 비누 광고와 함께 방송되는 드라마란 뜻으로 소프(Soap)라고 불렸던 것이죠. 무려 70년이 넘게 진행된 라디오 소프 오페라(Guiding Light)도 있고 1963년부터 현재까지도 방영 중인 ABC 방송국의 종합병원(General Hospital)도 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를 방영하는 나라인양 여러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미국이 알고 보면 가장 오래된 소프 오페라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아직까지도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호평을 받는 건 프라임타임(저녁 방송)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들이죠.

최근엔 '위기의 주부들'처럼 기존 형태에서 발전해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고 있습니다. 나라별로 특징이 좀 있긴 하지만 영국이든 미국이든 이런 류 드라마가 인기를 끌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통속적인 이야기는 참 잘 먹히거든요. 데이타임 드라마는 아예 소프 오페라라고 생각하면 백프로죠.
▶ 이쯤에서 살펴 보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의 특징
- 출생의 비밀 : 알고 보니 내 딸
- 삼각관계, 불륜 혹은 과거 : 전 애인이든 현 애인이든 누군가 있긴 있다
- 갑작스러운 사고 :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다
- 병과 죽음 : 한국에선 백혈병으로 죽는 드라마 주인공이 많습니다
- 근친 설정 : 피는 안 섞였어요 남매라던가, 헤어진 남매라던가
- 악녀 혹은 악당 : 시청자의 미움을 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해
- 선정적, 자극적인 장면 : 시청자의 관심을 끌려면 방아쇠를 당겨야 합니다
- 해피엔딩 : 갈등을 하더라도 결론은 가족이다


MBC 방송국은 요즘 이 소프 오페라 장르로 승부를 보려하는 것 같습니다. 일일 연속극 '황금물고기', 주말극 '욕망의 불꽃',  아침드라마 '주홍글씨' 등이 모두 소프 오페라 장르이고 크게 보면 '글로리아', '역전의 여왕', '즐거운 나의 집' 등도 멜로 코드를 띄고 있는 드라마들입니다.

어제 방영된 'MBC 욕망의 불꽃'은 소프 오페라의 모든 조건을 아주 극대화시켜버리는군요. 타고나게 지독하고 강인한 여주인공 윤나영(신은경)은 욕망을 이루기 위해 남의 인생을 희생시키고 분노에 차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 죄책감에 혼자 괴로워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있어도 매일매일 목적을 이루겠노라 각오를 다지는 여성이죠.

놀라운 건 셋째 아들 보다도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준 둘째 김영준(조성하)의 반응입니다. 자신에게 대서양 경영권을 주겠다는 아내와 사사건건 의견이 대립하는 김영준은 울산에서 서울까지 차를 몰아준 기사에게 수표를 주며 아이들 과자값이라도 하라고 할 정도로 섬세한 구석이 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상심한 아내를 위해 서울로 달려갈 만큼 기본도 지킬 줄 압니다.




남애리(성현아)의 주식 확보가 박덕성(이세창)의 변덕으로 난관에 부딪히고 남애리의 큰아버지 남장군(조경환)은 김태진(이순재)를 찾아가 배은망덕을 운운하며 대서양 그룹의 경영권을 노리지만 갑자기 정신을 차린 김태진은 작작 뜯어먹으라며 남장군의 입을 막습니다. 김태진은 빈틈없이 공격을 방어했고 다음 위기를 대비하려 하죠.

세 아들을 모두 부른 자리에서 가족끼리 힘을 합쳐 대서양 그룹을 사수하고 아들 중 단 한명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김태진의 선언에 세 아들은 모두 각자의 입장을 생각하고 두 형은 김태진이 김영민(조민기)를 고르려 한다고 생각하죠. 백인기(서우)와 김민재(유승호)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가지만 백인기는 민재로부터 멀리 떨어지려 애쓰며 진숙(전세홍)에게 친엄마가 보고 싶다고 합니다.

딸의 존재를 죽었다고 믿고 애써 부정하며 미친듯이 앞으로 달려가는 윤나영의 앞길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김영민을 대서양 그룹의 오너로 만들고 김민재가 후계자가 되도록 하기 전엔 미친듯이 달려갈 뿐이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망가지고 잃어버리는 것이 있지만 전혀 알지 못합니다.




한국에선 넘쳐나는 이런 드라마들을 '막장 드라마'라고 부르지만 소프 오페라의 매력은 통속적이고 자극적인 구조를 극대화시키는데 있습니다. 관건은 시청자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소프 오페라로서는 최고의 성공인거죠.

소프 오페라는 취향을 많이 타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통속적인 이야기 보다는 다른 곳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은 적응하기 힘든 타입입니다. 미스터리와 코미디가 가미된 경우엔 편하게 보기 쉬운 타입이 나오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면은 비난을 면치 못하죠. 그렇지만 인간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고 보면 쉽게 몰입하고 곧 잊어버릴 수 있는 소프 오페라 역시 인기를 끌만한 컨텐츠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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