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 청소 노동자분들이 따로 제공받는 휴식 장소가 없어 건물 시설물이 설치된 장소에서 식사한다는 내용으로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가진 사람들이 없는 것인가 싶어 자료를 뒤져보니 일명 '비트실' 또는 'PS실'에서 식사하시는 미화원들이 전국적으로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공간 조차 여의치 않으면 화장실 마지막칸을 개조해 식사하는 휴게실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지난달 1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내 '우신골든스위트'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을 목격한 미화원 3명이 입건되었습니다. 관련기사를 살펴 보면 당일날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인물도 입건자에 포함되어 있고 그 '탈의실'의 콘센트를 관리하는 건 관리소장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쓰레기를 치운다고 그 인간까지 쓰레기로 보지 말아달라'는 그들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을 마음 아프게 합니다.

당일 4층 재활용품 집하장 내 미화원 탈의실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고 전기 결함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던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노라 발표했었습니다. 결국 탈의실, 휴게실 불법 증축과 실화의 혐의로 관련자 12명을 입건하기로 했고 그 중 미화원 3명이 포함된 것입니다.


2010. 10. 1 화재가 발생한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외벽 마감재 변경한 시공사는 제외됐다

화재의 원인은 '먼지가 쌓인 문어발식 콘센트에서 발생한 스파크'로 책임자인 관리소장, 현장 사용자인 미화원을 입건했습니다. 이분들의 혐의는 '업무상 실화 및 업무상 과실치상'입니다. 불법용도 변경되어 설치된 탈의실 문제[각주:1]로 소방점검업체 대표도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확인 점검을 하지않은 소방공무원에게도 기관 통보 조치가 내려졌군요. 어떤 사정으로 그 불법 시설을 이용했느냐 보다 시설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더 큰 과실로 보는 모양입니다.

중요한 건 건물을 활활 타오르게 만든 '외벽 마감재' 사용 문제로 입건된 사람은 없다는 점입니다. 해당 시공사는 분양 광고와는 달리 건물 전체를 불연성 외벽마감재[각주:2]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허위과장광고와 사기 분양에 해당하고 화재를 더욱 키운 원인이지만 3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 처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입주자 고소가 있을 때나 처리하겠다는군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꼭 필요한 시설'을 내주지 않고 불법으로 쓰게 한 책임자와 화재를 더욱 크게 만든 시공사는 빠져나갔지만 어쩔 수 없이 그 탈의실과 재활용품실을 이용한 청소 근로자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건설 과정에서 고의로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과 시공사는 책임없고 직업적인 상황에 의해 시설을 사용한 사람은 입건 조치되었다는 뜻이죠.



부동산 사이트에서 찾은 화재 전 사진입니다. 매물로 올라온 정보를 보니 참 가격이 비싼 건물이었습니다. 저 비싸고 아름답고 화려한 건물에 청소노동자 탈의실과 휴게실 조차 없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보호받을 사람들

많은 분들이 지난 블로깅에서 이들을 보호할 법령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관련 법령은 있긴 있습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죠. 이 규칙이 노동환경의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지키길 거부하는 사업장도 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참조). 이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사업장에 내려지는 처벌이 경미한 탓일 거라고 봅니다.

법령 이전에 인간이 일하자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데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하청업체에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비롯한 협상 조직이 없고 자신들의 고용인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생존 조건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이 월급 80만원도 되지 않는 일자리를 잃게할 확률이 훨씬 높죠. 건물에 꼭 필요한 인력이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의 자본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이들의 사법처리를 반대한다며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난 3월 3일부터 이루어진 '따밥캠페인(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등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밥한끼 편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이들에 대한 배려는 감정적으로 느껴지지만 탈의실 공간, 휴게실, 식사 공간 등은 이성적으로도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이 해운대 화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건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관리소장이 책임지는 적법한 휴게 시설과 안전한 전기시설을 설치한 공간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안전한 외벽마감재가 있었다면 그닥 크게 번지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싶으신지요?


아름다운 건물일수록 청소 노동자들은 건물에 꼭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제15조 (휴게시설)신구조문
①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휴게시설을 인체에 해로운 분진등을 발산하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와 격리된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갱내 등 작업장소의 여건상 격리된 장소에 휴게시설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6조 (의자의 비치)신구조문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경우에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제17조 (수면장소 등의 설치)신구조문
① 사업주는 야간에 작업하는 근로자에게 수면을 취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적당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남녀 각각 구분하여 설치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의 장소에 침구(寢具)와 그 밖에 필요한 용품을 갖추어 두고 청소·세탁 및 소독 등을 정기적으로 하여야 한다.

제18조 (구급용구)신구조문
① 사업주는 부상자의 응급처치에 필요한 다음 각 호의 구급용구를 갖추어 두고, 그 장소와 사용방법을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1. 붕대재료·탈지면·핀셋 및 반창고
2. 외상(外傷)용 소독약
3. 지혈대·부목 및 들것
4. 화상약(고열물체를 취급하는 작업장이나 그 밖에 화상의 우려가 있는 작업장에만 해당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구급용구를 관리하는 사람을 지정하여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청결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일부 발췌)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


  1. 2006년 6월 재활용품 분류 작업장과 미화원 탈의실 등이 불법 증축 및 용도 변경 [본문으로]
  2. 홍보책자에 소개된 독일산은 인화성이 약한 접착제를 사용하지만, 실제 사용된 국산은 접착제가 본드처럼 인화성이 굉장히 강한 것(관련 기사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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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2 07:17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4 2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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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분들 행태는 요즘 전혀 이해가 가지 않네요...
      목격했단 이유로 입건했다는 자체가 전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2. Favicon of https://feelhouse.tistory.com BlogIcon ,,.,
    2010.11.12 07:48 신고

    저런 화려한 곳에 쉴곳도 없었군요
    안타깝네요 그리고 입건이라니... 너무하단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4 22: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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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실 자체가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쉴 곳도 작업할 곳도 전혀 없어 불법으로 써야했고
      이제는 그 책임 마저 물어야한다는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입건 대상이 아니라는게 더 화가 납니다..

  3. Favicon of https://bloping.tistory.com BlogIcon 새라새
    2010.11.12 08:46 신고

    저건 아니라고 봅니다..
    참 너무하네요 ㅋ

  4.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朱雀
    2010.11.12 08:52 신고

    참 갑갑한 현실이네요. 에휴...--;;;

  5. Favicon of https://devh.tistory.com BlogIcon hk.
    2010.11.12 09:30 신고

    힘없고 만만한 사람들한테 뒤집어씌우는 꼬락서니가..
    한숨만 나옵니다. ...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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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돈없는 자의 춥지 않기 위한 실수 보다는
      돈 있는 자 즉 시공사의 고의적인.. 마감재 교체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싶더군요.
      최소한 법이 평등하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아야하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6. Favicon of https://catstory.kr BlogIcon 야옹서가
    2010.11.12 09:40 신고

    링크해주신 글을 읽어보니 참.. 제가 다 억울해집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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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고의로 마감재 바꾼 거랑...
      추워서 콘센트 사용한 거..그것도 불법시설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한게...
      후자가 더 책임이 크다니.. 말이 안되는 것 같더라구요..

  7. Favicon of https://shincne.tistory.com BlogIcon 칼촌댁
    2010.11.12 10:02 신고

    사회 약자를 보호해야할텐데, 종종 법률은 강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포스팅하신 글을 읽으니 기분이 착찹해지네요.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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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에게 큰 책임이 가지않고..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시설을 이용하던 사람에게 큰 책임이 간다면
      법의 공정성을 분명 되돌아봐야할 거 같습니다...
      이건 정말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ㅠㅠ

  8. Favicon of https://mijuhosi.tistory.com BlogIcon 쿤다다다
    2010.11.12 11:20 신고

    약자에게만 칼을 들이대는군요. 제대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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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입건이나 책임 추궁이 그렇게 힘든 것이었는지..
      왜 목격자를 입건시키고 먼저 추궁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휴게실 지어줬으면 안되는 것인지..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9. Favicon of https://moonlgt2.tistory.com BlogIcon 소박한 독서가
    2010.11.12 11:23 신고

    뭔가 좀 잘못되어 가는듯...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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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라도 같이 입건이 되었으면 조사 과정 중에 뭔가 억울함이 밝혀지겠지 했는데..
      시공사는 고소하면..이란 조건이 달려 있는 걸 보니..이게 아니구나 싶더군요.

  10. Favicon of https://deeplearning1996.tistory.com BlogIcon Artanis
    2010.11.12 12:14 신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건가요? 쩝
    외벽관련해서 처벌받는 사람이 없다라는게 참.....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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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저 미화원 분들이야 불법 시설 쓰고 싶어 쓴 분들도 아니시고..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저 시설을 쓰길 강요받은 셈인데..
      고의로 마감재 바꾼 분들은 처벌하지 않는다니...
      휴게 시설 문제도 그렇고 갑갑하더라구요

  11. Favicon of https://crabbit.tistory.com BlogIcon 굴뚝 토끼
    2010.11.12 18:52 신고

    법은 결코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죠.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더군다나...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5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여야하는 세상이라니 갑갑하기도 하고...
      저 분들에게 무거운 책임이 떨어지지 않도록
      많이들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2. Favicon of http://fjgu.ch BlogIcon 거미줄
    2010.11.12 20:56

    이 사건을 보면서 언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나네요.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작고 약한 것들만 잡히고 크고 강한것들은 찢어버린다..고
    이 표현이 정확하게 맞는것 같네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정말 씁쓸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7: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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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말씀하신대로 강자 앞에서는 끊어지는 거미줄이 법인가 봅니다..
      일단 공평하게 입건이 됐다거나..
      뭐 만족할만한 과정이나 자세가 있었어야 했다고 보는데..
      이건 결과적으로 전혀 평등하지 않네요...

  13. Favicon of https://kukuhome.tistory.com BlogIcon 쿠쿠양
    2010.11.13 16:15 신고

    정말 너무하네요...휴...약자에게 더더욱 서러운 세상이 되어가는듯...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ㅠㅠ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5 1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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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저 세 분의 미화원 분들에게 엄청난 책임을 전가시킨다면...
      이 나라에 법이 있는 이유를 따져봐야할 거 같습니다...
      그 분들이 그 불법시설에서 일해야하는 이유가 과연 뭐였는지 꼼꼼히 따져줬으면 좋겠어요..

  14. 하얀마녀
    2010.11.19 20:36

    정말 말이 안되네요..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과 관리도 소홀한 상황을 만들어놓고서는 그 열악한 환경에서 있었던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우다뇨.. 시공사와 건물 관리인에게 책임을 묻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잘못을 한 사람들에게는 책임조차도 묻지 않는 걸까요.ㅠ 썩었습니다 ㅠ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9 23: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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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대로 저 미화원분들이 저 불법시설에서 일해야했던 이유는 상황적으로 강제된 것이죠. 절대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그런 시설이나 환경을 조성했다고 보기 힘든 부분입니다.. 직업상 꼭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책임을 묻는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인데다 고의로 자재를 바꾼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용납해서는 안될 듯 합니다. 고의와 고의가 아닌 것 분명 구분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