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기사를 이것저것 읽다 보니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한 한무리의 배우들이 보입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거의 유일한 출연 영화이자 히트작인 'The Color Purple(1985)'가 개봉한지 25년이 지났다는군요. 오프라 윈프리는 그 영화 이후 쇼프로그램 진행자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고 이제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1982년 발표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 주연으로 단숨에 세계를 감동시켜 버립니다. 비록 시드니 폴락 감독의 'Out of Aprica(1985)' 때문에 여우주연상은 타지 못했습니다만 무명의 우피 골드버그를 세계 스타로 바꿔놓았죠.

우리 나라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진 않습니다만 2005년부터는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자로 나서 동명의 뮤지컬이 미국 전체에 순회공연 중이기도 합니다. 다시 뭉쳐서 쇼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최근 우피 골드버그를 자주 보지 못했는데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참 반가우면서도 꽤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싶네요.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25년 만에 재회한 '칼라 퍼플' 출연진들.


브로드웨이를 출발해 전 미국 순회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칼라 퍼플"



'칼라 퍼플(Color Purple)'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두고 팬들이 많이 설왕설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위키에도 미국의 지식인같은 질문 사이트에도 한국의 지식인 코너에도 이 제목의 뜻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죠. 작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의 두루뭉술한 답변도 있긴 하지만 팬들은 영화나 책을 보고 느낀 각자의 느낌, 각자의 해석을 적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드라마 'The Tudors(2007)'에는 아직 왕비가 되지 않은 앤 블린이 보라색 옷을 입고 궁을 활보해 손가락질 받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왕과 왕비 만이 입을 수 있는 색의 옷을 입는 건 불경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보라색(엄밀히는 자주빛에 가까운)은 귀족들의 색깔로 아무나 입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라색을 보며 귀한 것과 존중받는 것을 연상합니다.

칼라 퍼플의 주인공 셀리 해리스 존슨(우피 골드버그)에게는 인생의 보라색이란 그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못됩니다. 남편에게 얻어맞아 부어오른 자국이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 셀리에게 보라색은 공포 그 자체고 천박하고 무서운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라색의 진정한 '귀함'을 알려주는 건 남편 '미스터'의 연인 '셔그'입니다.




칼라 퍼플 전체 줄거리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천성이 착한 셀리(우피 골드버그)는 14살 때 의붓 아버지의 아이를 둘이나 낳는다. 그 아이들은 낳는대로 의붓아버지가 데려가버려 얼굴도 보지 못 했고 행방을 물어보지도 못 했다. 셀리의 유일한 꿈은 두 살 아래인 여동생 네티와 행복하게 의지하고 사는 것, 그러나 미스터라는 인물이 네티에게 청혼하면서 꿈은 산산조각나고 만다. 미스터는 40대의 홀아비로 셀리의 의붓아버지가 네티 대신 셀리와 결혼하라고 하자 셀리를 부인으로 삼는다. 셀리는 드센 전처의 아이들과 거칠고 폭력적인 남편 미스터에게 적응하며 그럭저럭 살아나가지만 의붓 아버지에게 나쁜 일을 당할 번한 네티는 셀리에게 도망쳐 온다. 미스터 역시 네티를 힘들게 하자 셀리는 네티의 안전을 위해 멀리 떠나보낸다. 서로 편지하기로 약속했지만 네티로부터 편지는 도착하지 않는다. 셀리는 미스터의 첫사랑인 자유분방한 셔그를 알게 되고 그녀를 간호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셔그의 도움으로 셀리는 미스터가 네티로부터 온 편지를 숨겨왔음을 알게 된다. 그에 분노하여 미스터를 떠난 셀리는 바지가게를 차리고 헤어진 네티, 그리고 두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비극이라면 비극일 수 있는 인생을 순종하며 견딘 셀리(우피 골드버그)


보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던 셀리 네티 자매의 헤어짐



이 영화를 인권영화라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뿌리(Roots, 1977)'와 같은 흑인 잔혹사로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 영화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지만 확실한 건 주인공 셀리가 인생을 살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느끼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190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흑인이자 빈민이고 여자로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이 '보라색'을 띠진 않았을 겁니다.

순종적이고 반항하지 않는 셀리의 삶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끔은 답답합니다. 억압받으면 받는대로 배우고 본 그대로 의붓아들 하포에게 '말안듣는 아내를 폭행하라'고 조언하는 셀리는 나쁜 아버지와 남편에게 길들여진 인생을 답습하는 평범한 여성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흑인으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남편과 아버지 역시 그들이 배운 만큼 아내와 딸을 구타했을 겁니다. 셀리는 그들 보다 먼저 세상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평소 스티븐 스필버그 방식의 '지나친 사실주의'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나 '쉰들러 리스트(1993)'에서 등장했던 지독한 장면은 아무리 현실을 극적으로 옮겨놓은 것이라지만 죄책감을 자극하기 보다 비참한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저런 짓을 할 수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이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슬픔을 불러오기 때문이지요.


셀리의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자유로운 셔그


셀리의 의붓아들 하포의 아내였던 소피아(오프라 윈프리)



그렇지만 칼라 퍼플에 등장한 셀리가 깨달은대로 햇빛에 비친 흑인의 피부색도 알고 보면 보라색이고 세상의 어떤 물건에도 들어가 있는 색인 보라색은 그 자체로 귀한 것입니다. 누리고 찬양할만한 아름다운 것으로 사람은 여자이든 흑인이든 가난한 자이든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최근 '퍼플 칼라(Purple color)'나 '퍼플 잡(Purple Job)'이란 용어가 있다고 하는데 블루, 화이트로 구분되던 직장인들을 좀 더 계층화 시키는 건 아닐까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두가 진정한 보라색 사람들로 거듭났으면 싶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해운대 화재 미화원들도 셀리와 같은 1900년대의 흑인 여성도 모두가 소중한 '보라색의 사람들'일테니까요. 이번 오프라 윈프리쇼는 꼭 봐야겠네요.


칼라 퍼플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5 / 미국)
출연 대니 글로버,우피 골드버그
상세보기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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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9oarahan.tistory.com BlogIcon 아하라한
    2010.11.16 19:40 신고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보라색...흔히 황제의 색이라고 하지 않나요...
    피부의 색에 딸 존엄이 존재하지 않듯이 인종에 관계없이
    인간자체로 모두 존중 받는 세상이 되어야 겠죠...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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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적으로 보라색을 염료로 쓰는 경우는 아주 비싼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영국 왕실에서는 왕족이 아닌 사람이 입으면 엄청난 불경죄에 속했다고 하더군요...
      인간 자체로 존중받아야한다는 메시지를 영화 내내 잔잔하게 잘 전해주던 화제작이었습니다 ^^

  2.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0.11.16 20:09 신고

    스필버그의 작품중에 이런 작품도 있었군요.
    잘보고갑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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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보기전까지만 해도 ET를 비롯한 SF 영화의 거장이라고 생각했지요.
      이 시기의 한두편 정도가 이런식의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3. Favicon of http://blog.daum.net/projung21/ BlogIcon 카페골목
    2010.11.16 20:09

    아주 공들여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폭력에 길들여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맞아 버릇한 사람은 그 폭력을 증오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폭력을 답습한다고 하죠?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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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주인공 여성 셀리가 폭력에 길들여진채로 평생을 살았더라면..
      그저 그런 흑인 잔혹사 영화 중 한편이 되고 말았을거에요..
      벗어나는 과정을 너무나 멋지게 잘 그리고 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4. Favicon of http://kingo.tistory.com BlogIcon KINGO
    2010.11.16 21:11 신고

    쭉 읽어가다 보니까, 잊혀졌던 내용들이 떠오르는군요.
    정말 까마득히 잊혀졌던 영화가 다시 되살아 났습니다. ^^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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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 이 영화 좋아하시던 분들 정말 많았죠 ^^
      전 이 영화를 보고 참 영화나 드라마에서
      저 정도로 까만 흑인을 본 적이 없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5. 바닷가우체통
    2010.11.16 21:50

    저두 한번 봐야겠네요
    항상 좋은 글 감동적인 글 감사합니다~

  6. Favicon of https://good-forus.tistory.com BlogIcon 어스
    2010.11.16 22:05 신고

    저 보라색 좋아하는데 이 영화 한번 보고싶네요 ㅎㅎ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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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리가 고생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분들이 눈물지었다고 하더군요..
      미스터와 늙은 미스터 때문에.. 또 많이들 분노하기도 했죠..
      오래된 영화지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7. Favicon of https://daddymoo.tistory.com BlogIcon 아빠소
    2010.11.17 01:09 신고

    오프라 윈프리의 젊었을적 얼굴이 나오네요~ 이영화 우리나라에선 히트치지 못한듯~ 처음 들어봤어요...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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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시는 아마 전모 대통령 시기라 그리 큰 인기를 못 끌었던 걸로 기억하고
      (극장 문화 자체도 한국 영화 위주로 돌아가서요..)
      오히려 좀 늦게 MBC에서 방영해줘서야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지요..
      세계적인 대작이다.. 그런 MBC의 평가.. 그 후광을 좀 입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권 문제나 그런게 관심을 많이 받지 않았던 시절인건 사실이지요.

  8. Favicon of https://skagns.tistory.com BlogIcon skagns
    2010.11.17 02:34 신고

    이야.. 이건 못 본 건데 정말 리뷰를 보니까
    머리 비우고 제대로 한번 보고 싶어집니다. ^^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꿈꾸시고요!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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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영화이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감동적이라
      아무 생각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보시는 분들도 많답니다..
      맨 마지막 장면엔 목이 메인다고들 하시죠 ^^

  9. Favicon of https://shincne.tistory.com BlogIcon 칼촌댁
    2010.11.17 05:05 신고

    오랜만에 듣는 영화 제목이군요.
    전 이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보는 우피 골드버그와 오프라 윈프리의 옛 사진이 참 반갑네요.
    덕분에 좋은 영화 소개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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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유독 이 영화 마지막 장면과 꽃밭 장면이 자주 기억이 나더라구요 ^^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치고는 거의 유일하게 여성스럽다고 느끼는 영화이기도 하고..
      음.. 스필버그 감독이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렇네요 ^^
      가끔 위로가 되는 고전 중 하나입니다

  10. Favicon of https://crabbit.tistory.com BlogIcon 굴뚝 토끼
    2010.11.17 05:53 신고

    스필버그가 '나도 드라마 찍을 수 있고, 아카데미 상 받을 만하다'는 위력시범으로 만든 영화죠.
    스필버그와 아카데미(혹은 평론가)의 긴장관계를 덮어 놓고 보더라도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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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평가를 읽었던 기억이 얼핏 나네요.. ^^
      잘못된 점을 따지고 들면 스필버그 특유의 극적 연출 때문에..
      특유의 연출방식으로 섬세한 묘사는 제대로 못한 측면도 분명 있지요..
      말씀대로 그런 모든 점을 다 덮어두고서라도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11. 칼스버그
    2010.11.17 22:54

    이 영화는 20여년전쯤 보았던 영화..........
    이렇게 포스팅으로 보니 아련한 추억도 함께하는군요....
    등장인물은 흑인이지만 화면속의 컬러는 아름다움 그 자체.......
    좋은 추억을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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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20년 전쯤에 본 영화인데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드라마틱한 주인공의 얼굴도 기억나고 ..
      스토리가 너무 슬프고 감동적이었지요..
      요즘도 추억하는 영화입니다 ^^

  12. Favicon of https://kukuhome.tistory.com BlogIcon 쿠쿠양
    2010.11.18 15:53 신고

    앗 오프라 윈프리와 우피 골드버그...
    정말 익숙한 얼굴들이네요^^
    게다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29 12: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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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는 못 받았지만 스필버그는 그 당시에도 굉장한 감독이었지요..
      오프라와 우피 골드버그는 이 영화로 세계 최고의 발판을 마련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