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영화 이야기

66년 월드컵의 영웅 '천리마 축구단'

Shain 2010. 10. 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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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국민들의 성원은 대단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월드컵에 대한 흥분도 국민들을 자극했지만 기세 등등하게 4강까지 오른 한국축구에 대한 열망으로 많은 사람들이 응원에 동참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같은 응원 상대가 있다는 건 상당한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거리를 가득 매운 붉은 옷의 물결에 동참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축구라는 스포츠는 많은 세계인을 열광시킨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 나아가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국가의 한골 때문에 전세계의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나라에선 국가 차원의 광란이 대세다. 북한같은 폐쇄된 국가가 아닌 이상 뜨거운 월드컵의 흥분을 구경해보지 못한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1966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북한팀. 영국 월드컵의 신화가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그렇지 만은 않다. 1966년 한국이 참여하지 않은 영국 월드컵에 북한이 참여했고 무려 8강까지 진출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으로 알려진, 일본의 식민지였던 나라, 분단된 두 나라 중 하나였던 미지의 국가 북한이 돌풍을 몰고 축구 강국을 이겨냈다. 66년 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불리며 세계를 흥분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66년 이후 북한팀은 축구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대니얼 고든(Daniel Gordon)은 북한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유명한 다큐 감독이다. 이 '천리마 축구단(The Game of Their Lives, 2002)'의 뒤를 이어 '어떤 나라(A State of Mind, 2004)', '푸른 눈의 평양 시민(Crossing the Line, 2006)' 같은 연작 시리즈가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은 1966년 월드컵에 출연한 이후 한번도 월드컵에 발을 들인 적이 없지만 올해 6월 44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에 참여했다.




2010년 6월, 44년 만에 출전한 그들은 낯선 국제 경기에 경험이 부족해 고전을 면치 못 했고 세 경기 모두 패배한 채 북한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책임자가 북한에서 문책 당했단 영국 선지에 보도에 따라 FIFA는 해명해달란 요구를 북한에 보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모른다. 66년의 그들이 영웅이었던 대신 2010년의 선수들은 마음고생이 심할 것 만은 분명한 듯하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대로 66년 영국 월드컵에 출전했던 북한 선수들 역시 숙청당했단 소문이 남한 내에 파다했던 적이 있었다. 영국에서 환대를 받으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 사람들이 난잡한 파티를 벌이다 댓가를 치뤘다는 건데 다큐에 등장한대로 그들은 나이든 노인이 되었을 뿐 대부분 무사한 상태였다. 물론 자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처벌같은 건 없었다는게 그들 주장이다.

북한은 이처럼 주목 받으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이다. 세계인의 오락거리인 축구를 즐기면서도 사상 문제로 사형받지 않을까 고민해야하는 그런 나라이다.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북한 사람들은 승리도 수령님의 뜻이고 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수령님의 은덕이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입국 신청 4년 만에 어렵게 허락 받아 만들었다는 다큐멘터리는 축구라는 테마로 그들을 뒤쫓는다.


66년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박두익의 선점골이 있었다.



66년 영국 월드컵에 아시아엔 단 한장의 티켓이 배정된다. 아프리카는 대회 자체를 보이콧했으며 남한 정부는 출전을 하지 않겠다 선언했고 북한은 호주를 제 3국인 태국에서 누르고 영국으로 가게 된다.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영국은 북한을 입국금지시키려 했지만 개최지 박탈이 무서워 포기하고, 북한 국가를 울리지 않는 등 물밑 협상을 한 후 남한의 허가까지 얻어 어렵사리 참여시키게 된다.

영국 미들스보로우(middlesbrough)에서 북한은 영국 시민들을 매료시켰다. 감독 표현대로 영국인들에게 '외계인' 만큼이나 낯설었던 평균키 162센티미터의 축구팀은 최선을 다해 경기장을 뛰었고 소련과의 첫경기를 졌지만 인기를 끌었다. 예선전의 호주팀은 북한을 깔보고 경기에 졌지만 소련은 체격 조건을 활용해 그들을 어렵잖게 이겼다. 반칙과 힘으로 누르기를 반복하는 소련에 반응하는 난폭하지 않은 북한팀, 그곳 시민들은 북한을 홈팀처럼 응원했다.

그 뒤에 이어진 북한과 칠레의 경기, 북한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도 기적은 계속된다. 16강에서 당연히 탈락할 거라 생각했던 외계인들이 강호 칠레와 이탈리아를 꺽고 8강에 올라간다. 북한팀을 뒤따라가며 응원하는 시민들과 그들의 환대에 대한 보답으로 노래를 부르는 순박한 북한팀의 선수들. 당시의 기록과 증언들이 다큐에 등장하여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저 전형적인 북한 사람들이 과연 축구를 했던 그들과 동일인물들인가 하는 생각 마저 든다.


2002년 영국을 다시 방문한 천리마 축구단



이들 스포츠 선수, 축구 선수에게 북한의 주체 사상과 김일성은 절대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 그들은 위대한 수령 때문에 눈물짓는 북한 인민들이다. 기계와 같이 정확한 매스게임과 체조, 아이들의 연주를 동시에 보여주며 그들의 체계가 스포츠인이 스포츠 만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축구를 하는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스포츠는 이념을 초월하는 활동이 아닐까?

66년 북한 축구팀이 가졌던 생애 최고의 순간, 그들에게 축구를 하게 된 동기와 인생은 서구에서 생각하는 스포츠 정신과 차이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건 8강까지 올라가며 기뻐하고 함께 감동했던 마음 만은 영국의 시민들과 함께할 만큼 순수했단 점이다. 다큐 감독 앞에 훈장을 달고 있는 인터뷰하는 그들 인생에서 '축구'란 어떤 의미였을까? 축구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꼭 봐야할 듯하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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