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최철원 군대놀이, 방치하는 경찰과 언론

Shain 2010. 12. 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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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매거진 2580'은 최철원 폭행 사건의 후속 이야기를 다룬 '믿기지 않는 구타 사건 2'를 방송했습니다. 그의 폭행 행적에 대한 제보와 각종 증언들이 편성된 그 프로그램 이후엔 '양수쥔과 소녀시대'라는 내용이 방송되었죠. 아시안 게임 때 화제가 되었던 대만 태권도 선수 실격 문제로 대만에서 혐한 감정이 일자 취재에 나선 것입니다. 한 중년의 남자는 한국인 학교에 계란을 던지며 애국이라 표현합니다.

대만 정치권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반한감정을 들고 나온 건 그렇다 치더라도 외교 문제와 상관없는 아이들을 위협한게 진정한 애국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어린 약자에게 휘두르는 '비겁함'을 '정의'라 표현하는 건 최철원의 야구 방망이와 그리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 뒤에는 그 배후를 생각해 보지 않고 쉽게 휩쓸리는 대중의 무관심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최철원의 폭행에 분노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그를 '때릴 수 있도록' 모금운동을 하자는 말까지 돌았지만 이제 그에 대한 기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더군다나 2일에서 3일사이(MBC는 2일 대질심문을 했다고 방송했지만 다른 언론에 의하면 3일 오전 10시 대질심문) 이루어진 피해자와의 대질심문은 거의 보도되지 않고 조용히 처리되었습니다.

대질심문이 있던 날, 이 사건을 터트린 MBC 방송국의 취재는 아예 댓구를 하지 않더군요. 지금까지 제보된 내용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취재하는 언론에게도 화를 터트릴만한 인물이지만 공개 망신을 당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의 가훈은 '안되면 될 때까지, 반공'입니다.



최철원은 박정희를 닮고 싶어했다?

지난번에도 한번 언급했지만 이 인물은 육군 박물관에 전시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전세단 캐딜락을 엔진까지 구동가능하게 완전히 복원시킨 인물입니다. 그는 공공연히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박정희라고 말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그의 가훈은 ‘정직, 신용’과 ‘약자를 보호하고 적에는 단호하게’ 였다고 합니다. 그가 단호하게 행동했던 직원들과 유홍준은 '적'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던 게지요.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제보에 따르면 최철원은 분명 상습폭행범이었습니다.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M&M 직원의 반응은 그동안 누적된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려줍니다. 층간 소음 문제로 아랫집에서 항의하자 야구방망이를 들고 장정 3인과 찾아와 아랫집 부부를 협박했고, 눈이 내리는 날엔 지각한 직원들에게 얼차례하며 삽자루와 각목으로 두들겨 팼다는 증언, 도베르만을 풀어 여직원을 위협했다는 증언, 중견간부를 골프채로 때렸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전기를 들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군대 차량이 주행하듯 작전을 폈다는 그의 '무법적'인 행동은 과거의 군대를 연상하게 합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군대의 군기잡기, 폭행, 의전 등이 그에겐 모두 남아있던 것이죠. 물론 그는 장교도 아니고 회사에 해병대 깃발이 꽂혀 있긴 하지만 회사가 군대도 아닙니다. 최철원[각주:1]은 총 대신 골프채와 야구 방망이를 들고 회사에서 군대놀이를 했던 것에 불과합니다.


최철원이 복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전 세단



사실 골프채가 부러질 때까지 사람을 때리고 멱살을 잡고 아랫집 사람을 협박하고 잡히는 것은 아무거나 잡아 두들겨패는 그는 군대놀이 조차 즐길 자격이 없는 사람이긴 합니다. 정신병자에 가까운 인물인데 그런 인물에게 하나의 업체를 맡겼다는게 가장 슬픈 부분이기도 합니다. 재벌 후계자라는 점 이외엔 사장이 될 자질이 없던 인물이란 뜻이죠.

가장 딱한 건 이런 군대놀이를 즐기는 상사를 두고 '머슴'이란 표현까지 들으며 회사를 운영해야했던 직원들입니다. 직원의 이탈률이 높은 건 최근 증가한 M&M의 적자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직원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끼며 사직했고 해병대 스타일의 직원들 만 남아 있게 되었으며 임직원들 역시 저런 사장에 동조했다는 그들의 증언은 기가 차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켜야할 자들의비겁함, 대만인과 다를게 뭐냐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직무유기 행태를 보여줬습니다. 지금 '합의'냐 아니냐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야구방망이로 피해자를 두들겨 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경찰은 관련 진술을 듣는 순간 조사를 해야 한다는 책임이 생깁니다. 그 이전 경찰을 찾았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예인들 중 김성민, MC몽, 박해진 등은 필로폰 투약과 병역 비리 문제로 최근 언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입니다. 그들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못해 지나치다 싶은 구석이 있습니다. 단순히 범죄 사실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걸로 끝나도 좋을 부분을 사회적 파장이 커지도록 유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죠. 언론은 확실히 연예인들 앞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존재들이 맞는 것 같습니다.


LA 타임즈에 보도된 피해자 유홍준의 사연, 이제 세계인들도 알고 있다.



초반부에서도 언급했지만 최철원과 SK의 관계 그리고 그들에 대한 분노를 기술함에 있어 언론은 많이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 이외의 언론 역시 그에게 피해를 입은 제보자들의 제보를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질심문이 언제 있을 것인지 목이 빠지게 기다려왔지만 3-4일이 지나가는 지금도 정확한 기사를 내는 언론이 없었다는 건 그들의 무력함을 말해주는건가요 아니면 무심하다는 반증인가요.

대만 정치권들이 선동적으로 주동한 반한감정, 그리고 그 주장에 동조하며 혐한 감정을 표출하고 애국이라 말하는 대만 시민들, 그들이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한국인 학교에 계란을 던지는 비겁함과 이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은 이미 '약자'인 사람들에게는 강하고 '강자'인 재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비열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사람들이 한둘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1. 이전에 돌았던 루머와는 달리 최철원은 최태원처럼 병역 면제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병대 병장 출신이라는군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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