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통큰치킨 환영 분위기 아쉽다

Shain 2010. 12. 1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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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의 5000원 치킨은 놀라운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화제가 됐습니다. 만원 이하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프라이드 치킨의 가격이 최저가인 오천원대로 떨어졌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죠. 모든 가정에서 최소 한달에 한번 정도는 시켜먹는다는 가장 대중적인 국민 간식 치킨, 같은 양의 치킨을 사려면 다른 브랜드에서는 2만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해야할 것입니다.

롯데마트 치킨, 일명 '통큰치킨'을 두고 어제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게 됐습니다. 치킨개미지옥, 닭세권, 얼리어닭터, 치킨언트같은 현실을 풍자하는 내용이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기도 합니다. 소비자로서는 싼 가격이 싫을 이유가 없으니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라는군요. 전국적으로 순식간에 7만 4천마리가 팔렸다는 말도 있습니다.


대기업 마트의 경영주들은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치킨'이나 '피자'의 가격이 싼게 무슨 문제냐고 되묻습니다.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느냐'며 항의한 분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그런 복잡한 생각은 다 집어치우고서라도 평소 치킨 브랜드에 거품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통큰치킨의 출현이 치킨시장에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롯데마트가 전국 어디에나 있는 구멍가게같은 매장이 아니고 보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상품은 분명 아닙니다. 이들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 일부 지역 문제일 수도 있고 전국적인 타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공정위에 제소한다는 사람들이 있고 롯데마트 불매운동에 들어간 치킨업자도 있습니다. 통큰치킨이 과연 치킨업자들의 손해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치킨무, 소스 등은 따로 구입하는 미끼 상품

'통큰치킨'의 가격이 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네 치킨,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이 비싼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단순히 착각에 불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점은 동네 치킨 배달은 판매업이기도 하지만 '서비스업'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집에서 편리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치킨을 배달해먹는 비용은 당연히 원가 보다 상당히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동네 치킨은 치킨 배달을 위한 인건비가 포함된다는 말이죠. 마트 치킨은 치킨을 사기 위해 가는 교통비와 배달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과 각종 소스의 가격이 제외된 가격이 단지 오천원일 뿐입니다. '통큰치킨'은 그런점에서 저가상품이라기 보단 마트 소비를 유발하기 위한 '미끼 상품'이란 평을 많이 받습니다.


치킨을 사기 위해 매장에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러 쇼핑을 즐기게 됩니다. 또 대부분의 음식 매장은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사러 가는 동안 더 많은 쇼핑의 기회에 노출되게 됩니다. '치킨' 만 사러 마트에 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이는 마트에서 대량으로 싸게 사봤자 절대 절약이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습니다.

배달 치킨에서 대신 감당해주는 수고, 교통비, 인건비, 시간을 소비자가 직접 감당하고 다른 물건까지 쇼핑하고 난 후 구매하는 치킨이 정말 저가상품이 맞는 걸까요? 비싼 브랜드 치킨이 아닌 저렴한 동네치킨 경우엔 얼마든지 그 정도 비용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당한 가격을 주는 소비 아쉽다

현재는 '친환경 농업'이 주를 이루지만 과거 '유기농업'을 처음 시도했을 땐 구매해주는 소비자가 없다는 것도 농업인들의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몸에 좋은 것은 알지만 생산비용이 지나치게 비싸고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거절하기 때문에 유기농업과 친환경 농업은 일부 부유한 소비자를 위한 농업으로 변해갑니다. 지금도 매일 먹기엔 상당히 높은 가격입니다.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은 '경제 논리' 만으로 나누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모델료, 광고료 등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일부 브랜드 치킨에 대한 불만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좋은 품질의 식품을 소량으로 유통해 판매하는 경우 당연히 '가격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지출처 : 국학뉴스 -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뭐길래, '버뮤다 삼각치킨','닭세권','얼리어닭터' 등 신조어 탄생



이번 통큰치킨 파동 때문에 원가를 공개하고 나선 치킨가게들이 많지만 원가는 천차만별이란 걸 보셨을 겁니다. 규모에 따라 방법에 따라 혹은 인건비에 따라 원가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좋은 재료를 썼다면 비싼 가격을 주는게 당연하고 빠르고 신속한 배달에 많은 투자를 하는 집이라면 많은 인건비를 줘야한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회사에서 일했음에도 그에 맞는 월급을 지급받지 못한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손해를 감수하게 될 것입니다. 모델에게만 의존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의 브랜드 치킨은 불매운동을 하면 그만이지만 양심적인 동네치킨들까지 한꺼번에 매도되는 건 옳치 않은 현상 아닐까 싶습니다. 무조건 저가를 요구하면 재료의 품질 저하 등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지요.



이념적 소비는 불가능해도 비판적 소비는 가능하다

영세상인들의 생존권 문제 이외에도 '오천원 치킨'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될 부분은 몇가지 더 있을 것입니다. 마트의 특성상 저가상품으로 이득을 남기려면 '박리다매'의 원리 이외에도 필수적으로 동반되는게 있는데 바로 하청업체의 손해감수입니다. 직거래로 원가를 최대한 낮췄다고 하지만 롯데마트가 그 깎인 가격을 감수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올해 국민들에게 큰 타격을 준 '배추값 파동'을 기억하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 현상의 원인을 기상이변이라 지목했지만 다른 원인 중 하나는 '중간업자의 농간'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이면엔 싼값에라도 자신의 이익을 지켜보려 했던 농민의 '생존 본능'이 기반하고 있습니다.

제철에 가격을 받고 팔지 못할까봐 미리 중간업자에게 '밭떼기' 판매를 한 것입니다. 평소 농사를 지어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경험이 많았다면 이런 중간업자의 개입이나 횡포는 많은 부분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농민의 이익을 지켜주지 못한 '밭떼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어 식탁을 위협하게 됐습니다.


이미지출처 : 국학뉴스 -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뭐길래, '버뮤다 삼각치킨','닭세권','얼리어닭터' 등 신조어 탄생



소비자는 되도록 싼값에 물건을 사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싼값 이면에 어떤 유통경로와 '손해'가 숨어 있는지 따져보지 않는다면 또다른 타격이 되어 소비자 역시 위협받게 됩니다. 저가상품으로 손해보는 건 해당 영세 치킨업자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소비와 소비는 연결되어 있고 경제란 건 모든게 서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지적한 '이념적 소비'가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가 있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이 저렴한 물건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따져보는 '방어적 소비' 혹은 '비판적 소비'는 필수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대기업 저가상품이 과연 소비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요? 모든 걸 다 따져보고 의심한 후에 환영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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